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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3월호 | 작가 리뷰 ]

꼼꼼하게 찍은 인화문에 그의 인생이 담긴다_김진규
  • 이민희 기자
  • 등록 2025-04-02 12:3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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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하지만 자유롭고, 청자나 백자에 비해 다양한 표현 기법으로 한국적 미를 보여주는 분청은 세계 유일 한국에만 있는 도자기다. 철화, 조화, 박지, 상감, 인화 등 무늬를 넣는 방법에 따라 독특하고 다양한 미감을 보여준다. 그 중 인화문 작업에 매료되어 25년간 인화분청을 만들어 온 김진규 작가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작품을 통해 전통 인화문의 비상을 꿈꾼다.


인화분청으로 비상하다

김진규 작가는 부드럽고 거친 흙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내는 분청에 질서정연하게 무늬를 찍어내어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을 오랫동안 해오고 있다. 인화분청의 전통적 조형 기술을 꾸준히 발전시키면서도 작품 안에 작가만의 색채를 꾸준히 담으며 현대미술의 자유분방함도 표현한다. 지난달 시작 된 도예전 《비상》에서는 인화분청에 대한 작가의 애정과 고집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비정형화 된 분청인화문 편병 위에 자유로운 블루 터치Blue Touch가 가미된 작업들을 선보인다. 지난해 ‘Blue and White’ 를 주조색으로 전통 도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소개했던 개인전 《무한한 확장》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분명한 차이가 느껴진다. 지난 전시에서 본능과 감정을 초월해 기하학적인 형태와 조형적 추상성을 탐구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흙판을 느낌대로 자르고 붙이고 나무방망이로 두드리는 과정을 통해 감정과 본능에 충실한 형태를 만들었다. 물레 같은 기계적인 힘이 아닌 손에서 우러나오는 형태는 좀 더 원초적 감성이 담긴 작가만의 자연스러운 표현이다.


「무한한 확장- 편병1」 (왼쪽부터) 22×7×27cm, 22.5×8×27cm, 22×6×26cm | 분청토, 

색화장토, 재유 | 2023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초심으로 돌아가 기본을 다지겠다는 생각을 하며 작업한 분청 항아리도 만날 수 있다. 2022년 김해에서 열린 <대한민국분청도자대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처음 분청 인화문을 보고 느꼈던 감동을 떠올리며 만들었다. 물레로 기본형태를 만들고 면을 깎아 낸 후 전면에 반복적인 수많은 문양을 넣어 표면 질감의 완성도를 높였다. 작가는 어두운 태토 위에 인화도장을 하나씩 반복적으로 찍어내는 인화문 기법을 25년간 꾸준히 해 왔다. 분청을 처음 시작했던 초심의 자세로 돌아가 직접 제작한 도장으로 인화문양을 나란히 찍어 반복적인 수많은 문양을 나타냈다. 질서정연하고 단정하게 짜여있는 듯한 문양의 완벽함은 인화문에 온전히 집중한 작가의 작업을 여실히 보여준다.


「새김의흔적」 55×55×60cm | 분청토, 화장토, 재유 | 2022


부족함 없이 채워진 아름다움

고요하고 때로는 고독했을 작가의 어린 시절, 그림은 늘 곁에 있었고, 손재주가 있다는 주변의 추천에 도예과에 진학했다. 대학 입학 전까지는 도예를 한번도 접한 적이 없었지만 신입생 때 방문한 스승의 작업장에서 도예에 대한 완전한 신세계를 경험하고 그때부터 오늘까지 도예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인화분청과의 운명적인 만남은 대학원 시절 신상호 교수의 작업장에서 이뤄졌다. 당시 작업장 내의 부곡도방에서 분청, 청자, 백자 등 모든 전통도자기를 제작하고 있었는데, 그 중 수많은 문양이 반복적으로 짜여 있는 분청 인화 작업의 완벽함이 작가의 눈에 들어왔다. 부족함 없이 채워져 있는 모습에서 다 핀 꽃들로 무늬를 짠 듯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인화분청에만 있는 특별한 매력에 빠져들었다. 인화분청은 꼼꼼함과 집중력, 그리고 인내력이 필요하기에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인화문양을 하나씩 찍으며 표면을 채워가는 과정에서 쓸데없는 생각이 사라진다. 

인화문 작업은 마음을 차분하고 경건하게 만들고, 문양을 다 채웠을 때의 만족감과 성취감은 작가를 인화분청에 집중하게 한다. 부곡도방에서 나와 개인작업을 하면서부터는 여행의 경험이나 주변 자연의 영향을 받아 대부분 꽃 문양과 식물 문양을 장식해 자연의 순결함과 아름다움을 갈구하는 인간의 본성에 초점을 맞췄다. 식물 문양이 과하게 들어가거나 너무 화려하면 인화 이미지가 축소되어 인화 자체의 느낌을 살리기 어렵기 때문에 식물 문양을 과감하게 단순화 시키거나 추상화 시키는 방식으로 인화 이미지를 살렸다. 그렇게 인화문양 위에 꽃이나 식물 이미지를 박지, 상감 기법으로 담은 작업을 15년 정도 해오며 늘 현대적인 인화분청을 연구해 왔다. 2018년 개인전에서 다양한 색들을 전면에 담은 분청작업들을 시도했고, 그중 인화문양을 찍고 그 위에 푸른 점들을 담은 「분청인화문푸른점항아리」가 계기가 되어 현재의 <닷 시리즈-블루>가 나오게 됐다. 작가는 반복적인 인화문 시문작업 위에 푸른색이 퍼져 나가는 듯한 동심원의 확장과 절제된 선 등으로 표현하는 작업, 블루터치가 들어간 작업 등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약 5년에 거쳐 작가의 작품에서 식물과 꽃 문양이 완전히 사라지고 인화문양만이 표현된다. 오로지 인화문양에 집중을 하면서부터 인화문양 속 점들은 작가의 내면에 응집된 에너지, 본능, 감정 등을 표현하는 하나의 시각적 기호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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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진규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도예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도예전공으로 석사를 마쳤고, 홍익대학교 도예연구소 연구원과 부곡도방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2010년 첫 개인전 《인화문분청사기: 비움과 채움》을 시작으로 9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다수의 국·내외 그룹전에 작품을 출품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대한민국도예공모전 특선, 충북미술대전 대상, 대한민국분청도자대전 금상, 고흥분청사기공모전 대상을 수상했다. 고흥분청문화박물관, 이천도자센터, 마가요 국제도자센터, 상위청자 국제도자센터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사진.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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