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 Space]
고흥의 역사와 분청사기가 어우러진 공간
´고흥분청박물관´
고흥에는 운암산과 남해 바다의 정취를 한 번에 느낄 수 있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보존하는 분청문화박물관이 위치해있다. 고흥을 생각하면 한센병 환자들의 슬픈 역사를 가진 소록도,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나로도를 떠올리지만, 분청사기 지역으로는 쉽게 연결되진 않는다. 하지만 고흥의 역사를 비롯해 설화문화, 분청사기의 발달과 배경에 이르기까지 짜임새 있게 정리한 박물관을 둘러보면, 고흥의 가치와 분청의 아름다움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시리도록 추운 겨울날 남쪽 끝자락의 고흥분청문화박물관을 찾아가보았다. 글.문다희 기자
고흥분청문화박물관은 2017년 10월 개관해 올해로 5주년을 맞았다.
박물관은 고흥 운대리 가마터1를 중심으로 백토분장의 아름다움이 돋보인 분청사기 등 도자문화를 보존하고, 고흥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곳은 99,885㎡약3만,2백평 부지에 고흥분청문화박물관 본관을 중심으로 설화와 분청사기를 주제로 한 문화공원, 한옥다목적 체험관 등 다양한 시설로 구성됐다. 특히, 입구에서 분청문화박물관으로 이어지는 문화공원은 고흥의 문화와 전통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장소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분청 기법 콘텐츠를 상징화한 조형물과 설화를 모티프로 한 동상은 야외 전시관을 대표하고, 지역과 분청 전시관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낸다. 박물관은 지상 3층 9302㎡의약2,810평 규모로 역사문화실, 분청사기실, 설화문학실 등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특별전시실 등 5개의 전시실로 나뉜다. 현재 전시되는 유물로는 운대리 가마터 출토품, 신안선 해저 유물, 고흥 지역민 기증품 등이 있으며, 각 층에 수장고를 두어 1200여점의 유물을 보유하고 있다.
고흥의 역사와 운대리 분청사기를 만나다
고흥분청문화박물관의 외관은 산을 상징하는 초록색과 흙을 상징하는 황토색으로 구성했다. 산화동판으로 마감해, 풍화작용으로 변하도록 디자인 한 것이 특징이다. 1층 입구를 들어서면 대형 조형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2미터 가량의 원통형 조형물은 2020년 입주작가 오향종, 김설화 작가가 분청문화박물관 문화행사를 맞아 제작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분청의 자유분방함을 주제로 용, 파도 등 자연물을 새겨 넣어 대담함과 웅장함을 나타냈다.
박물관은 ‘ㅁ’자 건물 형태로 중정을 중심으로 관람 동선을 유연하게 이어준다. 1층 역사문화실과 분청사기실, 설화문학실을 시작으로 슬로프를 따라 2층 전시실로 연결된다.
역사문화실은 한반도 속 고흥의 역사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토기와 고인돌 등 다양한 유물이 전시된다. 이곳에는 길이 180cm, 폭 49cm, 깊이 40cm의 고인돌 무덤방을 1:1 크기로 실감나게 재연했다. 고흥은 우리나라 고인돌 최대 밀집 지역 중 하나이다. 고인돌에서는 선사시대에 만들어진 각종 토기와 유물들이 발굴됐다. 가지무늬토기 등을 통해 선사시대 사람들이 죽은 사람을 기리기 위해 부장품을 만든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전시실인 분청사기실에서는 운대리 가마터에서 출토된 유물과 덤벙분청을 만날 수 있다. 「덤벙무늬 대접」을 통해 고흥 운대리 지역에 덤벙 기법이 널리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가마터 출토 유물은 대부분 깨진 형태로 발굴되지만, 「덤벙무늬 대접」은 완전한 모양으로 출토되어 덤벙 분청사기의 수수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분청사기의 7가지 장식 기법을 활용한 도자기를 직접 만져보며 장식별 차이를 알 수 있다. 장식기법은 상감을 비롯해 인화, 박지, 철화, 귀얄, 덤벙이 있다. 상감은 장식무늬를 음각하여 그 안에 백토를 넣고 긁어내는 방식이며, 인화는 도장을 찍은 부분에 백토를 넣어 완성한다. 박지는 그릇 표면에 백토를 바르고 무늬를 제외한 배경을 긁어내는 기법이다. 조화는 백토를 바른 후 음각하여 장식한다. 철화는 백토를 바른 기물에 철이 함유된 안료로 그림을 그리는 기법이며, 귀얄은 넓고 굵은 붓으로 겉면에 백토를 발라 붓의 질감을 살린다. 마지막으로 덤벙은 백토분장에 그릇을 담궈 표면을 하얗게 장식한다. 전시실 한켠에는 바닥에 1/2 크기로 14호 가마터를 재연하고, 벽면에 가마터에서 발굴된 분청사기 파편을 채워 전시했다. 가마터 위를 걸어가면 분청사기의 번조 과정과 가마터 요지에서 발견된 출토 유물을 엿보는 듯하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2년 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