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약, 세라믹의 옷 ⑤
기억의 산물
도예가 송춘호
글. 서희영 객원기자 사진. 이은 스튜디오
분장된 분청 위에 불그스름한 반점들이 꽃잎처럼 담담히 피어있다. 장작가마에서 볼 수 있다는 매화 열꽃 핌 현상이다. 장작가마가 아니더라도 재가 앉아 철과 반응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면 이렇게 핀다.
경주 인근 건천면에 터를 잡고 작업하고 있는 송춘호 작가를 만났다. 6년전 직접 지었다는 작업실과 아담한 집 이 그림처럼 맑은 풍광안에 놓여있다. 올해 2월 대구 대백 플라자 갤러리에서 개인전<기억의 산물>2021.2.23~2.28 을 연 송춘호 작가의 최근 작품은 덤벙분청 달항아리와 찻그릇들이 주를 이룬다. 기자의 선입견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에 첫번째 호기심이 들었고, 장작가마작업을 기대했던 질문에 가스가마를 쓴다며, 전통도자기가 갖고 있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꼭 그때처럼 작업해야 할까? 라고 반문하는 작가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다. 400백년전 분청사기는 지금의 분청사기와 분명 다르다. 아무리 애써 같은 조건을 만들어도 당시의 도공이 될 수 없고 그가 사용한 흙과 화장토와 유약을 재현할 수 없다. 같은 가마 같은 도공이라도 늘 같은 조건의 불을 피울 수 도 없기 마련이다. 물론 비슷한 조건을 만듦으로 변주의 범위를 조율할 수는 있겠지만, 이미 많은 전통도예가가 재현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왔고 완벽한에 가까운 재현을 위해 현대의 편리를 포기하기도 했다. 송춘호 작가는 결코, 재현을 위한 노력이 헛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저는 좀 다른 시도, 현대기기를 활용한 더 많은 데이터의 축적이 용이해졌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고 말한다.
송춘호 「덤벙분청 달항아리」
우연한 효과가 만들어지는 가마환경
장작가마에 나온 분청사기처럼 불그스름한 꽃이 핀 송춘 호 작가의 작업물들은 가스가마에서 소성된다. 그는 우연하게 접한 외국 자료에서 장작가마 효과를 내기 위해 가스가마에 숯을 넣거나 재를 주입하는 방법을 보고 새로운 시도에 대한 스위치가 켜졌다. 장작가마의 소성환경을 가스가마에 만들어주면 되는게 아닌가! 그렇게 시작된 지속적인 실험으로 지금은 가스가마를 개조해 한쪽에 장작불을 넣을 수 있게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결과는 예상대로 원하는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제 작품을 보고 장작가마에서 나온 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면 실망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한번도 거 짓말을 한적이 없어 속임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애초에 유약이 토기가마에서 재가 앉는 현상을 보고 발전된 것처럼 장작가마의 우연한 효과로 얻어지는 결과물들은 우연한 효과가 생기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작업으로 시도할 수 있다.
송춘호 작가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생각은 편안한 작업물로 보는 이들에게 격의 없이 다가온다. 작가의 연륜이나 유명세보다 작품자체의 미감과 적절한 쓰임의 요구를 충족하는 작품들은 각종 공예대전 수상과 판매로 인정받고 있다. “도자기를 공부하고 작업한 사람은 우리 전통도자기를 이해하는 게 필수라고 여겨왔고 그런 미감에 익숙해져 있지만, 도자기를 사용하고 구입하는 사람들은 다르다” 작가는 전통도자의 미감을 현대인들이 낯설어 하지 않을 만한 그들의 욕구에 부합하는 새로움으로 제안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25년이 넘는 시간동안 주어진 재료를 잘 다루기 위한 노력과 정성들이는 마음은 손끝을 통해 사물로 표현되는 것이다. 숙련된 손이 조용히 공들인 사물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사물들은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작가노트 중
송춘호 작가의 데이터로 남은 시편들
선택과 집중
그렇다고 그가 쉬운방법을 찾는 건 아니다. 덤벙분청이 주를 이루는 송춘호 작가는 생산량이 점차 줄고 있는 한 국의 카올린을 직접 채취하고 수비해 사용한다. 광물채 취에 대한 법률이 까다로워 개인이 함부로 할 수 없는 일 이지만 광물사업자와 연계해 대규모 개발이 어려운 매장 지에서 직접 채취한다. 경남 하동과 경북 합천의 카올린 을 채취해 사용하는데 두지역의 카올린은 순도나 질에 차이를 보인다. 순도가 높은 합천의 카올린은 장력이 좋 아 주로 성형용으로 사용하고, 사질과 철분기가 있는 하 동 흙은 화장토로 사용하는 편이다. 이것도 단순히 하동 과 합천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고 등급이 나뉘고 색이 다 르다. 두지역의 7~8가지의 카오린으로 점토와 화장토를 조합하고 숙성시키는 방법과 과정을 달리하면 수많은 경 우의 수가 나온다. 이 경우의 수를 가마테스트까지 하려 면 자주 소성해야 한다. “0.1루베 정도의 작은 가마에서 수시로 소성하는 편이다. 한달에 두번은 재벌을 하며 데 이터를 만들어 가는 중”이라 한다.
_____이해생략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1년 11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