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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6월호 | 작가 리뷰 ]

젊은작가 이송암
  • 편집부
  • 등록 2021-07-15 17:48:19
  • 수정 2021-07-29 10: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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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작가

 

월간도예가 주목하는 도예가

´침묵´하는 흑자
도예가 이송암

글. 박진영 객원에디터  사진. 편집부

도예가 이송암은 흑토로 빚은 형태에 흑유를 발라 칠흑 같은 흑자를 구현하고자 한다. 진중하면서 세련된 그의 흑자는 ‘침묵’하면서 그 안에 지닌 깊이와 힘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작업에 대한 작가의 열정과 노력을 온전히 느끼게 한다.

 

검은색 벽돌을 차분히 쌓아 올려 지은 이송암 작가의 작업실과 쇼룸. 이곳은 오롯이 흑 자를 위한 공간이다. 작가는 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흑자 작업에 매진해오고 있다. 그가 흑자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희귀성 때문이다. “작업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른 사 람들이 안 하는 걸 하고 싶잖아요. 흑자가 다른 도자에 비해 드물기도 하고, 무엇보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제 성격과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에서는 흙 자체로 검은색을 내기 위한 작업에 집중했다. 흑토로 비정형의 오브제를 빚어 표면을 연마하 는 작업을 주로 했고, 2020년에 참가한 ‘런던 콜렉트’ 전시를 통해 이 작업 시리즈 중 한 점이 영국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에 소장되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전업 작가로 작업실을 운영하면서 오브제 작업만으로는 힘들겠더라 고요. 그래서 식기를 만들면서 유약도 사용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이 너무 많아요. 흑색도 저만의 색을 찾고 싶어서 유약 실험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는 독창적인 흑색을 내기 위해 시중에 판매하는 유약은 사용하지 않고 기본 원료부 터 배합한다. 가마를 뗄 때마다 무조건 유약을 하나씩 만들어 실험해 보고 그 중에서 괜 찮은 것들을 모아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다. “검은색도 빨간색이나 파란색이 감도는 검 은색 등 톤이 다양해요. 이런 톤 변화를 주거나 유약이 흐르는 느낌을 달리하고, 혹은 모래 결정을 섞어서 다양한 질감으로도 만들어 보고 있어요. 그렇다고 아주 특이한 색 을 만드는 건 아니예요. 제 작업이, 오브제나 그릇이나 심플하거든요. 그런데 그러면서 도 미묘하게 다른 느낌을 주는, 제 색을 내는 일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형태에 서 느껴지는 선도 마찬가지고요. 이송암만의 미감을 꾸준히 보여주는 거지요.” 그의 흑 자는 흑토에 흑유를 발라 완성하기 때문에 훨씬 더 깊이 있는 흑색을 낸다. 보면 볼수록 깊고 오묘하고 신비로운 흑색이다.

그는 흑색 본연의 무게감, 진중함, 깊이에 모던함과 세련 미를 더한다. 그의 도자가 갖는 특유의 미감에는 색과 함 께 물론 형태도 기여한다. 그가 대표작으로 꼽는 흑자 항 아리 ‘貪(탐할 탐)’이나 ‘선 Line’ 시리즈, 곡선과 직선이 만 나 건축적인 형태를 띠는 오브제 ‘舞(춤출 무)’ 시리즈는 규칙적이면서도 불규칙적이고 안정감 있으되 자유로운 형태감을 보여 준다. “대부분의 도자는 물레로 기본 형태 를 빚은 다음에 바로 원하는 형태로 만들어요. 얼추 이런 형태로 만들어야지 생각은 하지만 진흙 상태에서 즉흥적 으로 만들다 보면 새롭고 재미있는 형태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우주처럼 칠흑 같고 신비로운 흑자
작가는 지금까지 해온 흑자 작업의 주제를 ‘침묵’이라는 한 단어로 정의한다. ‘검은색이 내포하는 무게감, 신비, 고독’ 등의 이미지는 ‘침묵’과 자연스레 이어지고, 앞서 흑 자를 선택한 이유에서도 말했듯이 작가 자신의 성정과 도 맞닿는 주제이다. “작업에 담고 싶은 ‘침묵’은 단순히 말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하지 않는 거예요. 그 냥 조용하고 잠잠한 것이 아니라 ‘침묵의 힘’을 지닌 거지 요. 작업에 대해 말로 요란하게 설명하지 않고도 작업 자체로 보여줄 수 있는 것, 느끼게 하는 것이에요. 제 내면 의 이미지를 표출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그가 추구하는 ‘침묵’의 흑색은 어떤 색일까? “칠흑 같은 느낌 이라고 할까요. 가장 와닿게 설명하면 끈적하고 진득진 득한 폐유의 검은색이에요. 아직까지는 구현하지 못했는 데 이런 검은색을 꼭 내보고 싶어요. 옛날 흑자에서 그런 느낌을 찾을 수 있거든요.” 그러면서 그는 중국 경덕진에 갔을 때 길거리에서 구입한 작은 흑자 잔을 보여 준다. “이 흑자 잔이 골동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제가 내고 싶은 색과 비슷해요. 앞으로 계속 실험하면서 그 색을 찾아 가야지요.”
작가는 최근에 분청 작업도 조금씩 해보고 있다. “항상 흑자만 하다 보니 조금 지루해져서 분청을 몇 개 해 봤는 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제 흑자가 질감이 있고 자연스 런 느낌을 내니까 백자보다는 분청이 잘 어울리는 것 같 아요.” 흑토로 빚은 기물에 흙물을 바른 그의 분청은 조 금 다른 백색을 낸다. 작가는 이처럼 흑자를 바탕으로 다 양한 작업을 시도해 보고 있다. 작업실과 이어지는 쇼룸 을 휙 둘러 보면 다 비슷한 흑자 같지만 하나하나 훑어 보면 작가가 밤잠을 설쳐가며 고민한 결과로 탄생한 다 양한 작품을 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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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1년 6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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