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REVIEWS
자신만의 사유로 해석해
김종훈의 정호다완
글. 우정우 학고재 갤러리 디렉터 사진제공. 학고재 갤러리
김종훈은 20여 년 동안 정호다완을 연구하 고 제작하며 한국 도예의 맥을 이어온 작가다. 이번 전시에는 그가 최근 3년간 제작한 정호다완 75점과 분인다완 3점, 백자 대호 6점을 선보인다. 더불어 조선 시대의 다완 3점과 달항아리 1점을 함께 전시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막사발과 정호다완은 생김새가 비슷하여 같은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막사발은 17세기이후 조선의 서민 도자기를 총칭하는 말이며, 정호다완 은 14~16세기에 제작되었다. 김종훈 작가가 이번 전시에 출품하는 찻사발(다완)은 약 20여 점의 일본 국보 및 보물급과 민간 유력인들이 소장하고 있는 300여 점의 다완들을 15년간 수십차례 방문해 탐구한 후 얻은 이해를 통해 구현한 작업이다. 과거 정호다완을 만들었던 사기장의 마음과 생각을 받아들여 내면에서 곱씹고 정제하여 밖으로 쏟아낸 결과물이다.
작가는 “나는 다완이 처음 작업이자 마지막 작업이었으면 한다.”라고 했다. 작가에게 다완은 작업 인생의 중심이며, 처음이자 끝이다. 이번 전시엔 대정호, 청정호, 소정호 세 가지 형태의 정호다완이 전시된다. 형태 와 크기로 구분된 대정호, 소정호와 달리 청정호의 경우 다완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된 유약이 가마에 소성되는 과정에서 푸른 빛을 머금게 되어 청정호라는 명칭이 붙었다. 현재는 세 가지 다완이 각각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형태적 특징에 따라 구분하고 있다. 정호다완의 제작 과정은 우선 다완에 적합한 태토를 찾아내고, 오랜 숙성을 거쳐 수비와 꼬막을 통해 물레 위에 올린다. 물레 위에서 기물을 성형할 때 그릇 위에 작가의 손이 기억되고 생각이 부여된다. 물레질로 감추어진 속살은 굽질에 의해 드러나 매화피의 자리를 만든다. 언뜻 보기에 너무나 쉽게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정호다완들은 오히려 섬세하고 오랜 시간과 노력이 융합된 결과물이다. 막사발이라는 단어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무게와 깊이, 그리고 고졸한 매력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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