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열린 <한일수교 60주년 도자교류 프로젝트 연계 컨퍼런스>는 지난 9월 서울공예박물관이 방문한 일본 주요 도자 예술 기관과의 교류와 동아시아 청자의 현재를 함께 논의하는 자리였다.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의 고바야시 히토시 책임학예사, 이화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의 장남원 교수가 자리해 진행한 강연은 동아시아 청자의 역사와 미학을 입체적으로 재해석하며, 한·일 도자 연구가 어디까지 연결되어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또한 서울공예박물관과 함께 실제 일본 중부의 주요 도자 관련 기관을 방문한 작가 및 연구자의 심도 있는 발표가 이어져 양국의 도자예술 현황과 연구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먼저 장남원 교수는 ‘한국의 근대 청자 연구’ 강연을 통해 고려청자의 비색 개념이 조선 후기 문헌에서 어떻게 재정의되었는지, 19~20세기 일본 수집가와 연구자의 도록·전시가 청자 인식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리고 서구 외교관·선교사의 수집 기록이 초기 해외 박물관 컬렉션 형성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최신 연구자료를 기반으로 폭넓게 설명했다. 방대한 사료를 통해 근대라는 시대가 한국 도자기를 ‘발견’하고 ‘정의’하며 때로는 ‘왜곡’해온 과정을 추적한 그의 서술 은, 현대 한국 도자의 정체성과 연구 기반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다시 묻는 문제의식을 남겼다.
이어 고바야시 히토시 책임학예사는 올해 리뉴얼 개관과 특별전 ‘CELADON―동아시아 청자의 빛남’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청자의 아름다움이 어떻게 전시 공간에서 실현되는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세계 최초로 자연 채광 전시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 보라색 LED 조명 선택의 과학적 근거, 그리고 아타카·이병창 컬렉션의 문화사적 의미가 순차적으로 공유되었다. 또한 최근 기증받은 중요문화재 ‘비청자 화병’의 소식을 전하는 등, 최신 업데이트 된 박물관 컬렉션도 함께 공유했다. 그의 발표는 청자를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빛과 공간 속에서 완성되는 시각적 경험으로 이해하려는 최신 전시철학을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도자 기관 방문의 경험과 자신의 작품 또는 연구를 연계한 도자 작가 및 연구자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최나운 작가는 한일 현대 도자의 국제화 전략을 비교했고, 김동인 작가는 일본 산지의 재료 탐색 방식을 소개했다. 송민하와 심민하는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소장 이병창 컬렉션 연구와 고려 문방구 자료를 중심으로 연구 지형을 넓혔다. 올해 컨퍼런스는 연구·전시·창작의 각 영역이 같은 질문을 향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지금, 동아시아 청자를 어떻게 다시 볼 것인가.” 그 질문은 한일 교류 60년을 넘어 새로운 세대의 연구와 창작을 향한 출발점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