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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0월호 | 전시토픽 ]

2025 경기도자미술관 기획전《오늘, 분청》을 통해 본, 현대 분청의 가능성
  • 최성재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미술공예학과 교수, 문화유산대학장
  • 등록 2025-11-03 09:5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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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0. ~8. 17. 경기도자미술관


2025 경기도자미술관 기획전 《오늘, 분청》은 한국 도자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동시대 작가들의 시각에서 재조명한 현대의 분청 작품 전시를 통해 그 예술적 가치와 무한한 가능성을 탐색해 보고자 기획되었다.



《오늘, 분청》 전시가 보여주었듯, 20대 신진 작가부터 70대 원로 작가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 참여하는 전시의 장은 분청도자의 현재를 가장 잘 드러내며, 결과적으로 세대 간의 다양한 양상의 독자성과 변화의 충돌에 의해 새로운 가능성의 동력을 분출한다.

동시대 분청의 시대성을 찾고, 스펙트럼을 넓히고자 하는 세대 간의 전시는 단순한 장르 나열의 대물림의 구조가 아니라, 긍정적으로, 동일 공간에서 각자의 독자성을 획득하고자 하는 필연의 상호적인 진화를 요구한다. 원로 작가의 분청이 본질의 깊이와 무게를 지닌다면, 신진 작가들의 분청은 좀 더 현재와 미래의 생존력을 위한 도전적 실험자의 언어로서 기능한다. 서로 다른 시각이 충돌하고, 때로는 상호 보완과 융합이 되며 분청도자가 지속적으로 시대적인 과제를 분청 본연의 질감을 통해 풀어낼 수 있을 때, 분청은 단순히 아름다운 전통이 아니라 대중과 교감하는 동시대의 예술로서 필연적 존재 가치를 갖게 될 것이다.


자유, 실험, 그리고 가능성의 확장

분청사기는 생동감 있고 즉흥적이며 때로는 자유로운 유머와 위트를 담고 있다. 분장을 칠하고, 문양을 그리고 화장토를 긁어내거나, 귀얄질과 덤벙, 상감과 인화, 철화 등 다양한 표현기법으로 드러나는 작업 과정의 흔적들은 재료의 질감과 함께 작가의 행위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래서 분청은 형 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함과 실험성이 흥미로운 예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감성적 추상성만이 이 시대 분청 작가들의 시각은 아니다. 현대 작가들은 분청의 본질을 아우르며 각자의 적극적 표현 의지를 통해 그들만의 시각으로 동시대의 서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오늘의 분청은 더 이상 양식과 형식적 전통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현대 예술과 끊임없이 충돌하며 새로운 담론의 창의적인 가능성 탐구를 실천한다. 


김정우 「철화의 방」 가변설치 | 분청토, 화장토, 철사, 재유, 1180–1200℃ 환원번조 | 2025 


전통의 계승을 넘어 

분청사기를 현재의 시각으로 계승한다는 것은 분청의 본질을 현대적 언어로, 다시 동시대의 담론 속에서 필연적 당위성을 찾아가는 일이다. 청자, 백자 등 다른 도자 장르의 특성과 비교되는 분청의 본질은 무엇인가. 표현성 측면에서 기법적으로 다양한 요소들이 있지만 그중 하나는 완결된 형식이 아니라, 조형성과 재료를 이해하고 융합해 내는 작업의 전 과정을 관통하는 즉흥성과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구속되지 않는 독자성일 것이다. 무수히 반복되는 인화문의 구조적 추상성, 백토분장 위에 시문 된 조화, 박지 기법이 드러내는 감성과 서사적 생동감, 화장토의 농담에 의한 예측 불가능한 귀얄과 분장의 흘러내림에서 드러나는 무작위의 자연미 등 분청 특유의 이러한 특성은 완결된 오브제의 형식미보다는 재료적 물성과 행위적 제스처가 결합된 생동감 있는 과정을 미학적 본질로 삼는다. 이러한 요소는 현대 미술이 지향하는 지역적, 전통적 장르를 넘어 탈 지역적 보편성, 융합과 창의적 실험, 프로세스를 담아내는 매체적 특질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이처럼 분청의 정체성을 확장하는 행위들은 동시대와 소통하는 방식으로 진화하며 거시적인 예술 담론 속에서도 작가정신의 확장을 통하여 동시대 예술의 확고한 당위성을 획득해야 한다.


세대를 잇는 플랫폼 

이번 전시는 무엇보다도 작가들에게는 창작과 활동을 가능하게 하고 확장시키는 플랫폼으로서의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 젊은 작가들은 분청이라는 전통적 태도를 단순히 계승하지 않고, 오늘의 시각과 시대적 작가 의식을 드러내며 자유로운 예술과 사회와 시장을 위한 실험을 펼친다. 그들의 작업은 다양한 시각의 조형적 변주, 새로운 매체의 접목, 현대예술 담론과의 결합을 통해 분청의 속내를 여실히 드러내며 시대적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오늘, 분청》은 단순한 기획전을 넘어서 도자미술관으로서 분청사기와 현대도자를 바라보는 시대적 방향성을 고민하며 작가들과 함께 분청도자의 지향점과, K-컬처의 세계적 확산 속에서 분청도자가 어떻게 시대적 변화를 수용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갈 수 있을지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또한 이번 전시는 중견 작가로서 분청에 대한 많은 생각과 변모되는 미래의 동력을 체감하는 기회가 되었으며 젊은 작가들에게는 분청도자의 또 다른 미래 생명력을 위해 각자의 독자적인 시각으로 전통을 재해석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열정적인 길을 제시하는 장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신진 작가들의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무엇보다도 전통적 조형성에 대한 해체와 재구성이다. 전통 분청사기 원형질의 이해와 SNS를 통한 다양한 정보와 재료적 실험성을 바탕으로 기법적 정통성은 해체되고, 비정형적이고 유동적이며, 자유로움을 넘어서는 논리적 융합과 다양한 매체의 접목을 통한 조형적 적용과 구성을 바탕으로 하는 도전의 조형성을 추구한다. 이는 단순한 기법의 변형이 아니라, 분청을 둘러싼 전통적 틀과 미학적 규범을 흔들며 현대적 예술 언어로 변화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탐색하는 젊고 열정적인 행위이다.

많은 훌륭한 작가들의 작품이 있지만, 그중 신진 작가들의 몇 작품을 통해서 흥미로운 현대 분청의 새로운 모색과 가능성을 읽어 보고자 한다.


윤호준 「분청사기 어문 잡는 낚시 달인 아태공」 38×26×21.5cm | 

분청토, 청자토, 화장토, 물레성형, 손성형 1240℃ 환원번조 | 2024



사진. 경기도자미술관 제공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5년 10월 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온라인 정기구독 포함)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모든 과월호 PDF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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