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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0월호 | 특집 ]

[특집II] 청주공예비엔날레 본전시
  • 차윤하 기자
  • 등록 2025-10-31 17: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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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청주공예비엔날레 본전시는 72개국 1,3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해 2,500여 점을 선보이며 역대 최대 규모로 펼쳐졌다. 《세상 짓기 Re_Crafting Tomorrow》라는 주제 아래, 전시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행위인 ‘짓기’를 공예의 언어로 탐구한다. 이 거대한 전시의 흐름 속에서 도자 작품에 주목해, 도자가 어떻게 문명·탐미·생태·공동체라는 축 위에서 시대적 질문에 응답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윤상현 「비대칭 구조 병」


1부  보편문명으로서의 공예 

Crafts as Metaculture

첫 번째 섹션은 공예가 인류 문명의 모태이자 모든 예술 분과의 출발점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의식주와 직결되어 개인의 생존과 사회 유지를 담당해온 공예의 본질적 가치를 복원하고, 건축-디자인-회화 등 다양한 예술 장르와의 융합 가능성을 탐구하는 공간이다.

윤상현 작가의 백자는 이러한 맥락에서 전통과 현대의 완벽한 융합을 보여준다. 전통 물레 기법에 현대적 결정유약 기술을 접목한 그의 작품은 한국 백자 미학의 현대적 계승을 제시한다.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결정유약을 통해 나타나는 우연적 아름다움은 경계와 조화, 기술적 정교함이 어우러진 다층적 시간과 감각을 품고 있다.

강석영 작가는 도자의 건축적 확장 가능성을 제시한다. 500개가 넘는 동일한 사각 프레임을 캐스팅으로 제작한 후 각기 다른 구멍을 뚫어 가마 소성 과정의 변형을 받아들인 작업은 도자기가 단순한 기물을 넘어 공간 자체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 창호지 너머를 엿보던 기억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상상을 자극한다. 일본 작가 나카무라 타쿠오의 「상자 아닌 상자」 시리즈는 고정된 형태의 해체를 통해 내외부 균형과 공간의 변화를 탐구한다. 금으로 반짝이는 육면체가 완전히 분해 가능한 구조로 제작되어, 닫힌 공간에서 열린 건축적 공간으로의 전환을 보여주며 도자 작업의 설치적 가능성을 확장시킨다.

 

나카무라 타쿠오 「상자 아닌 상자 #4」


2부  탐미주의자를 위한 공예

Crafts for All Beings

두 번째 섹션은 공예가 독립된 장르로서 미적 극치에 도달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자 한다. 디지털 이미지 과잉 시대에 촉각의 부활을 가능케 하는 공예의 특성을 강조하며, 몸과 마음을 함께 쓰는 통각적 체험으로서의 공예를 조명한다.

구세나 작가의 손 연작 「교차12」는 이러한 신체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탐구한 작업이다. 3D 스캐닝과 프린팅을 활용해 자신의 손을 정밀하게 재현하되, 13번의 소성을 거쳐 완성한 작품들은 창작 과정에서 작가 신체의 변화를 고스란히 기록한다. 작업 순서에 따라 점점 어두워지는 손의 색깔과 때로는 6개 손가락이나 이중 겹침으로 나타나는 형태는 캐스팅 과정의 우연성을 수용하며 작품의 시작과 끝이 순환하는 창작의 본질을 드러낸다.


구세나 「교차 12」


터키 작가 멜리스 부이룩은 도자기 표면에 18K, 22K 금을 입히는 섬세한 공정을 통해 생명체와 같은 형상을 구현한다. 고요한 자기 위에 장식성과 생명성을 더한 이 작업은 도자 표면에서 자라나는 듯한 낯설고 매혹적인 풍경을 연출하며, 익숙함 속에서 낯섦을 이끌어내는 시각적 사유의 장을 형성한다. 폴란드 작가 유스티나 스몰렌의 「조개」는 파괴와 재생의 미학을 보여준다. 깨진 도자기 인형과 식기 조각들을 모아 새로운 생명체로 재탄생시킨 이 작업은 만날 수 없던 존재들을 물리적으로 결합시키며 기존 미적·사회적 가치 체계에 균열을 가하는 조형적 실험을 보여준다.

이헌정 작가의 「그 곳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는 흙, 콘크리트, 금속, 유리, 유약 등 다양한 물질의 충돌과 조화를 통해 ‘섬’이라는 개념을 탐구한다. 고립된 육지가 아닌 보이지 않는 해저 지층처럼 깊은 관계망 속에서 존재하는 섬의 은유를 통해, 문화와 개인의 충돌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생성하는 연결의 철학적 제안을 펼쳐낸다.


유스티나 스몰렌 「조개」94×53×40cm | 

다양한 종류의 도자(콜라주), 에폭시 수지, 강철 구조물, 폴리스티렌 |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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