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15. ~10. 31. 갤러리 완물
김준용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화려한 색을 거두고, 수렴된 먹색의 세계를 통해 유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했다. 달빛을 닮은 먹색은 붉음과 푸름, 무색의 경계를 오가며 색의 본질을 사유하게 만든다. 색을 절제한 대신, 표면의 질감과 조형성이 전면에 부상한다. 작가는 카빙carving을 통해 유리 위에 시간의 결을 새기며, 단단한 물성 위에 온기와 감각의 층위를 더한다. 이러한 질감의 언어는 감정의 흐름과 침묵의 미학을 동시에 담아내며, 동양화의 농담濃淡처럼 깊이와 여운을 형성한다. 김준용의 작품은 유리의 투명한 차가움 속에서 동양적 사유와 절제의 미감을 구현하며, 색의 부재를 통해 오히려 색의 존재를 드러내는 역설적인 조형미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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