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에 스며든 빛으로 회복되는 마음

둥그런 달을 닮았다 해서 ‘달항아리’로 불리는 조선시대 백자 대호는 정형에서 살짝 벗어난 불완전하고 여유로운 아름다움으로 한국을 벗어나 세계 미술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도예와 추상 회화의 조화로운 공존을 추구하는 전지연 작가는 고유한 달항아리의 전통성과 다양한 변화에서 오는 실험성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시도한다. 오묘한 색감과 독창적인 문양을 보여주는 전지연 작가의 달항아리는 늘 새로운 창작을 시도하는 작가의 예술적 보폭을 또 한번 확장시킨다.

「Piece of peace moonjar」 21×21×23cm | 2025
조각난 도자 파편들을 재조합해 모자이크 도판을 만드는 작업을 하는 전지연 작가가 《Piece of Light》를 통해 신작을 선보였다.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뉴욕 FIT에서 의상을 공부한 작가는 마치 패션 브랜드의 컬렉션처럼 ‘Piece of Timeless’, ‘Piece of Memory’, ‘Piece of Color’, ‘Piece of Nature’ 등 대표작 시리즈를 구성해 왔다. “존재의 균열에서 피어나는 빛”을 주제로 한 《Piece of Light》는 작가만의 섬세한 조형 언어로 마음의 이야기를 빚어낸 작품을 통해 우리 내면의 고요하지만 결코 미약하지 않은 정서의 흐름과 감각의 깊이를 탐색한다. 액자에 담긴 평면 형태의 도판 작업을 주로 선보였던 그동안의 전시와 달리 이번 전시에서는 달항아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푸른빛의 오묘한 빛깔을 내는 작 가의 달항아리들은 전통적이면서도 실험적이다. 주입성형을 비롯해 반복적으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법을 선택해 그 안에서 우연성과 즉흥성을 더해 같은 형태 안에 서로 다른 감정과 표정을 담아낸다. 형태는 단순하지만 그 힘을 극대화 해 반복적인 작업 안에서도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해 나간다. 작가는 가마 속에서 우연적으로 나오는 결과물에 아름다운 힘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삶에도 우연성과 의외성이 예측하지 못한 재미를 주듯이 작가는 다양한 온도, 유약, 흙의 변화에서 오는 우연성을 즐기며, 그런 요소에서 재미를 찾으며 작업을 해 오고 있다. 반복된 제작 방식이지만 다양한 소지를 사용해 서로 섞고, 형태를 돌리기도 하고 흔들기도 하며, 시간의 힘을 빌려 잠시 기다리기도 한다. 두세가지 색을 한꺼번에 흘리기도 하면서 우연적으로 나오는 형태를 기대한다. 그러한 과정을 거친 작가의 달항아리에서는 잔잔하게 스며든 하얀 빛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시간차로 인해 생긴 레이어가 겹겹이 쌓인 달항아리의 표면도 흥미롭다.

「Grey moon jar S」 21×21×23cm | 2025
사진.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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