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30. ~8. 5. REGINA GALLERY
머문 숨, 형태 이전의 감각
두 개의 사발이 만나 하나의 달항아리가 되는 순간, 그 과정 자체가 물성의 자유로움을 드러내며, 완성된 전lips은 흙이 지나며 남긴 자연스러운 선과 주름, 굴곡을 품고 있다.
_ 작가 노트 中
2025년 7월 30일부터 8월 5일까지 레지나 갤러리에서 열린 이정우 작가의 8회 개인전 《Trace in Between: 머문 숨》은 전통 백자의 조형 언어를 기반으로 ‘완성 이전의 형상’을 응시한 전시였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흔적’이라는 개념을 섬세하게 탐구하며, 형태와 표면, 그리고 그 사이에 흐르는 보이지 않는 기운을 작품 속에 담아냈다. 흙이라는 매체를 다루면서도 단순한 물질성을 넘어, 시간과 기억이 응축된 질감과 색감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사물과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층위를 경험하게 한다. 매끈함과 거침, 채움과 비움이 교차하는 표면은 마치 순간과 순간 사이에 머무는 듯한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작가의 작업에서 경계는 단절이 아니라 이어짐의 지점이다.
그것은 사라짐과 남음, 움직임과 정지,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는 지점이며, 이 지점에서 우리는 비로소 어떤 ‘흔적’을 감각하게 된다. 도예라는 전통적인 매체 안에서 그는 형태와 표면의 경계를 허물며, 삶 속에서 쉽게 지나치는 미묘한 순간들을 조형적으로 붙잡는다. 흙과의 관계는 통제보다 대화에 가깝고, 물레 위에서 그는 의도하지 않음을 의도하며 흙이 스스로 찾아가는 형성을 묵묵히 지켜본다. 그 과정에서 완성은 목적이 아니라, 머무는 시간 속의 온도와 감각이 된다.

「Moon jar-양구의 머문 숨」 52×52×52cm | 양구투명유, 혼합투명유, 환원소성
전시장에는 50cm 이상의 달항아리 여섯 점과 중·소형 항아리 30여 점이 놓였다. 모든 항아리는 두 개의 사발을 접합해 완성하는 전통적 방식으로 제작되었으며, 이정우는 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해석해 ‘둘이면서 하나’가 되는 존재의 순간을 은유한다. 결과 흔들림은 의도적으로 남겨져 있으며, 그 안에서 발견되는 균형은 관계의 가능성을 상징한다. 양구에서 제작된 백자들은 그 출발점에서 이미 전통과 현재, 과거와 미래를 잇는 사유를 품고 있으며, 200여 점의 잔과 숙우뿐만 아니라 달항아리 역시 저마다 다른 빛깔과 결의 백색을 품고 있어, 관객으로 하여금 단일한 색이 아닌 무수한 감정과 시간을 느끼게 한다.

「Moon jar-양구의 머문 숨」49×49×50cm | 양구투명유, 혼합투명유, 환원소성
사진.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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