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9.7. 그라운드서울 vvgg갤러리
공예, 생성의 언어로 다시 태어나다
2025년 4월 24일부터 9월 7일까지 그라운드서울 VVGG 2층에서 열린 《Morphosis》전은 공예에 대한 통념을 개념의 확장으로 모색하는 동시대 작가들의 구도를 보여주었다. ‘Morphosis’, 형태의 변화 또는 생성 과정을 뜻하는 이 용어는 형태적 변화를 넘는 공예의 언어 자체를 다시 쓰려는 시도를 내포한다. 이번 전시는 디렉터 최재일이 여러 장르의 작가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아 만든 하나의 ‘복합적 감각체’다. 그 안에서 우리는 공예를 감상하는 고정된 언어, 이해방식, 범주 그 자체가 변화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전시 기획을 맡은 최재일 디렉터는 “공예를 어떻게 명명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이번 기획을 출발시켰다. 도자, 유리, 금속 공예의 가치를 재정립하는 《Morphosis》는 재료나 기능이라는 익숙한 범주에서 벗어나, 존재적 실천으로서의 공예를 보여준다.
이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조형 언어를 구축하고 있지만, 모두 완결성이라는 공예의 전통적 기준에 부합하며, 감각의 자율성과 존재의 다중성을 드러낸다.
《Morphosis》에는 김시영, 김준용, 이상협, 이규홍, 이재익, 윤상현, 장석현이 참여하였다. 이들은 도자, 금속, 유리, 목재, 복합재료 등 다양한 매체를 기반으로 작업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공예의 언어를 확장하는 논의를 이끌어내는 작가이다.
김시영은 35년 넘게 흑자라는 단 하나의 길을 걸어온 작가다. 그의 흑자 달항아리와 흑자 조각은 불과 흙, 광물, 빛이 만나 작용한 조형 실험이다. 김시영의 불을 제어의 대상이 아닌, 협업의 존재로 인식하는 태도를 통해, 도자에서 존재론적 숭고함을 느낄 수 있다.

김시영 作
김준용은 유리를 재료로 물질과 비물질의 경계를 탐색한다. 빛, 투명성, 중첩의 구조를 활용한 조형 실험은 유리라는 재료의 고정된 이미지를 전복시키며, 보이는 것 너머를 사유하게 만든다.

김준용 作
이상협은 전통적인 단조기법을 기반으로 한 장의 은판을 기의 형태로 조형화한다. 은판 위에 남겨진 수만 번의 망치 흔적은 시각을 재구성하는 미학의 기호로 기능한다. 이는 공예 언어의 감각적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근거가 된다.
이규홍은 유리가 빛을 만나 이루는 시지각적 사건을 조형으로 풀어낸다. 그의 작품에서 유리는 고정된 물성이 아닌, 관람자로 하여금 내재된 에너지의 흐름을 감지하게 하는 매개체이다.
금속 작가 이재익은 달항아리 형상을 차용한 작품을 선보였다. 그가 구축한 비정형적인 볼륨은 기형의 차용을 진화의 기제로 전환시킨것이다. 전통과 기술이라는 물리적 제약을 넘어 개념적 서술로써 공예가 시대의 질문에 응답할 수 있는 독립된 언어임을 보여주었다.
도예가의 물레 선생님으로 불리는 윤상현은 기술의 정점, 조형적 본질을 동시에 보여 주는 작품을 선보였다. 도형적 균형과 구조적 긴장이 공존하는 형태는 존재의 안정성을, 그리고 작가가 개발한 유약은 도자 표면을 회화적 공간으로 확장하는 미감을 보여 준다.

윤상현 作
장석현은 조선 사발의 내선과 외선이 이루는 긴장과 조화를 매개로, 시간성과 정신성 그리고 형태 생성의 원리를 탐구한다. 그의 그릇에는 조선 도자의 선에서 발현되는 내재율을 보여준다. 시간과 손, 재료의 상호작용에서 생성된 존재의 기호를 그의 그릇에서 경험할 수 있다.

장석현 作
이번 전시는 작품 하나하나의 독립성과 완결성을 전제로 하면서도, 그 전체가 하나의 서사적 연결망으로 작동한다. 공예는 시대에 따라 진화하며 변화를 거듭해 왔다. 공예의 본질은 물론, 우리 시대에 어울리는 공예의 정의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만든다.
《Morphosis》는 기능적 정체성이나 산업적 분류 안에서 갇혀 있던 공예를 새로운 이름으로 명명하는 시도이다. 감각을 재료로, 태도를 매체로 삼는 이 작가들의 작업은, 보는 이로 하여금 공예를 새롭게 상상하게 이끈다. 이 전시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며, 완결된 구조물이 아니라 생성 중인 유기체다. 즉, ‘Morphosis’―공예는 변화 중이고, 우리는 지금 그 변화의 언어를 목격하고 있다.
공예의 새로운 브랜딩을 시도하다
디렉터 최재일 인터뷰

이번 《Morphosis》 전시는 작가 개인의 작업을 소개하는 전시가 아니라, ‘공예를 공예답게 말하는 언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향한 실험이다. 전시 기획자 최재일은 전시 준비 과정에서 오랜 시간 작가들과 대화하며, ‘공예에 대한 명명’을 핵심 주제로 밀도 있게 고민해왔다.
Q. 전시 제목이기도 한 ‘Morphosis’는 어떤 의미로 선택된 단어인가요?
A. 형태의 생성, 변화 과정을 뜻하는 단어죠. 단순히 오브제의 외형이 바뀌는 게 아니라, 언어가 만들어지고, 감각이 쌓이고, 존재가 형성되는 과정까지 다 포괄하고 싶었어요. 그 변화의 순간들이 공예를 구성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Q. 이번 전시는 매체나 장르보다는 작가의 ‘태도’에 주목한 기획이라고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지점을 보셨나요?
A. 공예를 바라볼 때 흔히 재료나 쓰임, 혹은 전통 기술에 주목하지만, 저는 ‘그 작가가 사물과 어떻게 관계 맺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감각을 감각으로 인식하고, 형식 너머의 세계를 감각적으로 소화하는 태도, 그런 걸 말하고 싶었죠. 기능적인 완성도보다 존재의 방식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Q. 작가들과의 협업에서 중요하게 여긴 점이 있었다면요?
A. 전시 자체가 기획자 중심이 아니라, 작가들의 내면적 언어가 드러나도록 돕는 구조여야 한다고 봤어요. 제가 뭔가를 설명하거나 끌고 가기보다는, 작가들의 축적된 감각과 언어가 자연스럽게 발화되는 판을 만들어주는 것이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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