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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8월호 | 특집 ]

[특집II] 의자 같이 쓰기
  • 강민주 작가
  • 등록 2025-09-02 1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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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같이 쓰기 Share That Chair》는 그룹공 작가들이 각자의 조형 언어와 다양한 소재를 바탕으로 제작한 공예 작품을 통해,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창의적 시도를 소개하고자 기획되었다. 그룹공은 공동 창작의 가치를 지향하는 예술가 집단으로 소속 작가들은 각자의 예술적 성향과 표현 방식을 통해 아트퍼니처의 새로운 형태와 가능성을 제안하며,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상호 영감을 주고받는 창작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 역시 이러한 그룹의 지향점을 고스란히 담아, 하나의 주제 아래 조화를 이루는 조형적 다양성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전시의 주제인 의자는 일상적인 사물이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단순한 기능을 넘어 상징성과 개인의 감성을 담는 매개체로 다뤄진다. 참여 작가들은 의자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며 자아를 표현하거나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재료의 물성을 탐구하는 등 다양한 예술적 실험을 시도하였다. 이를 통해 의자의 기능을 예술적 언어로 확장하고, 관람객이 그 속에서 새로운 의미와 감각을 발견하도록 유도하고자 했다.

전시는 ‘의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두고, 관람객이 그 물음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대화하기 – 남기기 – 앉기의 세 단계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단계, 대화하기에서는 14개의 의자가 큰 타원형 테이블을 둘러싸고 놓인다. 관람객은 그 의자에 앉아, 테이블 위 QR코드를 통해 작가의 음성 안내를 듣는다. 이 과정을 통해 관람객은 작품과 작가의 사유를 보다 직접적으로 접하게 된다.

두 번째 단계, 남기기는 시청각적 감상 이후 이어지는 관람의 흐름이다. 작가들이 던진 세 가지 질문 <의자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의자를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의자는 어떤 모습인가요?>에 답하며, 관람객은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사유의 흐름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세 번째 단계인 앉기에서는 실제로 나만의 의자를 만들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전시장에 마련된 다양한 조각을 조합하여 자신만의 의자를 완성하며, 의자의 형태와 쓰임에 대해 스스로 정의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의자같이 쓰기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관객이 전시에 능동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이다. 이번 전시는 단 순한 감상을 넘어, 관람객이 작품과 직접 관계를 맺으며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들도록 기획되었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예술을 보다 가까이에서 경험하고, 작품의 일부가 되는 새로운 방식을 마주하게 된다.


재료적 맥락 –참여자들의 다양한 접근

《의자같이 쓰기》 전시에 참여한 14개의 의자는 각기 다른 재료와 조형 언어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기능적 용도를 벗어나 하나의 작품이 된 이 의자들은 관객에게 감각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재료의 물성과 그에 담긴 의미를 사유하게 만든다. 전시는 의자라는 공통된 매개 아래, 다양한 재료들이 조화와 충돌을 반복하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는 장으로 구성된다.

목재는 자연의 온기를 담아 사람의 손길을 느끼게 하고, 금속은 단단하고 냉철한 감각 속에 현대적인 조형미를 드러낸다. 비닐은 빛을 투과시키며 경계를 흐리고, 스펀지는 유연하게 변형되며 유쾌한 조형 감각을 만든다. 플라스틱 골판지에서는 가벼움과 기능성이, 한지에서는 결을 따라 숨 쉬는 전통 의 감성이, 스테인드글라스에서는 빛이 머무는 찰나의 색감이 드러난다. 이처럼 재료는 단지 형태를 지지하는 물리적 수단을 넘어, 고유한 감각과 개념을 품고 관객과 소통한다.


참여 작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 재료들과 대화하며 조형 언어를 펼쳐낸다. 장승태는 사적인 기능의 끝단에 있는 변기를 선택 하고, 이를 비닐과 에폭시 레진으로 감싸 시각적·촉각적 거리감을 형성했다. 기능성과 상징성 사이의 긴장이 그의 조형 언어로 드러난다. 김지현은 스테인리스 스틸에 고광 택 연마를 더해, 재료의 재활용성과 미학을 동시에 탐색하며 인간, 자연, 기계의 공존을 이야기한다. 백주용은 스펀지를 벽돌처럼 쌓아 만든 구조물에 관객의 개입을 유도하고, 그 붕괴와 일그러짐을 통해 경직된 형태에서 해방되는 유쾌한 조형을 시도한다. 강민주는 말랑한 신체 감각을 역설적으로 단단한 단프라(플라스틱 골판지)로 표현했다. 표면에 남겨진 자국은 신체의 흔적처럼 남아, 재료와 몸 사이의 간극을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정보람은 한지의 물성을 탐구한다. 한 장씩은 얇고 부드럽지만, 겹쳐 쌓일수록 강해지는 성질을 통해 약함과 강함 사이의 전이를 시각화 한다.

이예찬은 나무를 다듬어 돌처럼 보이게 하는 역설적 조형을 통해 재료 간 경계를 흐리고, 또 다른 작업에서는 OSB 합판의 제조 과정을 지층의 시간성에 빗대어 표현한다. 서로 다른 나무 조각들이 압착되고 산화되는 과정을 암석처럼 읽어내며, 공예적 변성작용을 새로운 풍경으로 확장시킨다.

정순우는 다양한 색의 유리를 통해 내부로 들어오는 빛의 흐름을 시각화하고, 공간과 감각의 경계를 은은하게 흔들어놓는다.

이 전시에 등장하는 의자들은 저마다의 언어를 가진 개별적 존재이지만, 전시 공간 안에서는 함께 놓이고 부딪히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낸다. 결국 이 전시는 ‘의자’라는 오브제를 통해 재료가 감각적이자 상징적이며 조형적인 방식으로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묻는 자리이며, 동시에 재료 그 자체가 예술적 주체가 되는 순간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김지현 「Joint  Arm  chair」116×85×71cm | 스테인리스 스틸, 폴리싱 마감


작가는 인간, 기계,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이해하고, 이들의 조화로운 공생을 시도한다. Joint Arm chair는 3D 모델링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자연에서 찾은 디자인 조형요소인 주상절리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아트퍼니처.



이예찬 「몰입_라운지의자 Immersion  seires  lounge  chair」

68×80×80cm | ASH WOOD, PLA


물리적 현상에 대응하는 스톤밸런싱 (돌 균형잡기)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몰입 시리즈는 기능적 예술로 구현되어, 불확정성의 상태를 강조하는 사물로서 기능한다.

작가는 나무를 다듬어 단단하고 차가운 물성의 돌로 변화시키는 역설적인 표현을 시도하며, 재료 물성 간의 경계를 탐구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돌의 물성과는 다른 작가의 손길로 구현된 모순적인 ‘나무돌’은 작가의 조형언어에 따라 이상적인 형태로 쌓고 균형을 맞추며 조화롭게 구성된다. 



정순우 「율리오  의자  Julius  chair」 30×30×42cm | 자작나무, 월넛, 스테인드글라스, LED


천주교 신자인 나는 매주 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리며, 제단 위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항상 보게 된다. 여러 색상의 유리를 통해 내부로 들어오는 빛의 아름다움을 작품을 통해 외부에서도 느낄 수 있게 표현했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5년 8월 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온라인 정기구독 포함)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모든 과월호 PDF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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