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26. ~7. 26. 갤러리 띠오

김호정과 기민정 작가의 2인전 《가만히 그리고 비로소 담긴 것들: 레이어 위 레이어》은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스며들고 쌓이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감정과 감각의 축적을 ‘레이어’라는 조형 개념을 통해 시도했다.
김호정은 도자의 표면을 회화적 캔버스로 삼아 불과 안료, 시간과 촉각이 개입된 촉각적 시각성tactile vision을 구현한다. 특히 파란색은 하늘과 바다, 위로와 침잠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정서적 중심으로 기능하며, 반복적 제작 행위를 통해 감정과 기억의 층위를 도자 표면에 침전시켰다.
기민정은 한지와 먹, 유리, 에폭시를 조합해 여백의 감각을 동시대의 조형언어로 풀어내며, 공기의 흔적, 몸의 리듬처럼 보이지 않는 질료들을 감각화한다. 긋고 오려내고 스며들게 하는 수행적 행위를 통해 ‘그리는 회화’가 아닌 ‘남기는 회화’를 실현하며, 회화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번 전시는 쉽게 파손되고 변화하는 속성을 지닌 재료인 도자, 한지, 유리를 통해 오히려 더 강한 감정적 밀도와 기억의 응집력을 드러낸다. 감정이 쌓이고 시간이 스며들며 감각이 기억되는 '보이는 침전물'로서의 예술을 탐색하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