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대공예를 연구해온 사람으로서, 공예가 전통문화과로 이관 된다는 사실이 단순히 부서의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현대 분야도 변함없이 지원한다”는 말은 아무도 보장할 수 없습니다. 행정이 라는 것은 담당자가 바뀌면 정책 방향도 달라지고, 정치적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예는 ‘예술’과 ‘산업’, ‘전통’과 ‘현대’ 같은 이분법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영역입니다. 작가들은 그 사이를 넘나들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복합성과 흐름을 단순히 행정의 편의를 위해 구 획해버리는 것은, 제도에 의해 실험성과 창의성이 밀려날 위험을 크게 만듭니다.
지금은 협업 구조가 마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도 그렇게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부서를 갑작스럽게 바꾸는 방식으로 결정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그럴 의도가 없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습니다. 그리고 누가 담당하느냐도 중요합니다. 전통문화과의 담당자들이 현대공예에 대한 감각과 경험을 갖고 있는지, 저는 그 점이 우려됩니다.
공예는 지난 몇 년간 정말 많이 확장되어 왔습니다. 국내외 공예비엔날레, 공예주간, 지원 사업들, 비평 시스템도 조금씩 형성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흐름이 이 개편 이후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예술과 문화에서 국가 주도 시스템이 항상 문제를 낳아 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국전이나 미술대전에서 나타났던 문제들처럼, 심사부터 결과까지 관이 주도하는 방식은 창의적인 시도를 억제할 수밖에 없습니다. 젊은 작가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려 할 때, 지금처럼 기회를 받을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5년 6월 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온라인 정기구독 포함)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모든 과월호 PDF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