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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6월호 | 칼럼/학술 ]

[소소담화42] 사람이 아닌 시대가 가고 있는 느낌
  • 홍지수 공예평론, 미술학박사, 크래프트믹스 대표
  • 등록 2025-07-07 10:09:28
  • 수정 2025-08-19 17: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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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도예계에 먹먹한 큰 어른들의 비보가 뒤늦게 전해졌다. 4월과 5월 정담순, 이부웅 작가가 작고했다. 정담순(1934~2025) 작가는 1950년대 후반 시작한 한국 현대 도예의 1세대 원로작가로 1958년 홍익대학교에 개설된 미술학부 공예과에 입학해 1962년 졸업해 최초의 도예대학 교육을 마쳤다. 단국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 도예가 근대에서 현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작가로 활동했다. 정담순은 1960년대부터 활동을 시작, 1980년대 국전의 폐막까지 여느 도예가들처럼 물레성형 위주의 공예기 작업을 했다. 그러나 1970년대 목공예가 최승천 등과 함께 동시대 공예개념과 현대성을 추구하며 원대정, 강수화, 김석환, 정규, 조정현, 황종례 등과 함께 <한국현대도예작가전>을 함께 기획하고 이들의 신작을 모아 초대전을 개최하며 한국 현대도예의 지형을 형성하는 데 앞장섰다. 1980년대 국전 폐막 이후로는 탈공예로 선언하며 도구에 얽매이지 않는 손성형 위주 다소 파격적이고 추상성 짙은 한국 현대 도예의 심미와 실험성을 추구하였다.1)


전통의 재현과 계승이 화두였던 근대를 지나 1970년대를 기점으로 한국의 현대도예 흙의 본질과 재료 자체의 심미적 요소를 발견하고자 하는 노력이 다채로운 조형 표현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담순이 작가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펼쳐온 위치와 역할은 중요하다.2)  전통적 가치관에서 벗어나 정신세계를 가시적인 외적 형태로 표출시키는 인간의 욕구를 가시화하는 표현재로서 시도한 흙작업들은 동시대 견고했던 전승 미술의 상업화, 공예계 내 관습에 대한 일종의 도전으로써 이는 전통으로부터의 답습을 과감히 벗어난 현대 도예로의 이행을 알리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뒤늦었지만 이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부웅(1942~2025) 작가는 인천 주안에서 출생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인천에서 성장하여 활동했다. 홍익대학교 공예학부 도예전공 학사(1965)와 동대학교 홍익대학교 대학원 공예도안 석사(1973)를 마친 후, 1975년 미도파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일찍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인천의 중앙도자기 공장에서 유약과 점토素地에 관한 연구에 참여하여 현장 경험을 쌓았다.3)  1970-80년대 한국 도예계는 마땅한 양질의 점토와 유약을 갖추지 못했던 시기다. 그는 현장 개발 경험과 공학적 지식을 발판 삼아 예술적 감각을 더해 독창적인 녹청자를 시도했다. 당시 비색청자 재현에 매진했던 동시대 도자예술 현장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대단한 창작과 연구에 뚝심과 의지가 필요했을 것으로 본다. 1974년부터 2007년까지 단국대 조형예술대학 도예과 교수로 재직하며 인천지역에서 발굴된 녹청자와 옹기, 칠기를 연구했다. 1980년 전시부터 고화도 녹청자 유약을 본격적으로 선보였다. 그는 인천 서구 녹청자의 위상을 확립하기 위해 녹청자 사료관이 박물관으로 격상될 수 있도록 공헌하기도 했다. 그의 녹청자는 비색청자의 고매함과 고급스러움에 비해 다소 투박하고 질박한 미감을 추종한다.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유행한 현대 분청과의 차별화 그리고 동시대를 공유하는 도자 표현으로서 차별점과 영향을 후일 연구 대상으로 삼아 비교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 작가의 부고는 아쉽게도 장례가 치러진 사후 알려졌다. SNS를 비롯한 주변의 반응을 보면, 두 작가가 교육자로서 오래 재직했던 단국대학교를 비롯해 동시대 오래 활동했던 한국현대도예가회 등에서도 일부 제자, 동료들을 제외하면 소식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것 같다. 두 작가는 근 70년 가까이 한국 현대도예의 장에서 작가, 교육자 등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여러 가지 중요한 족적을 남겼다. 그런데도 그들의 부고가 뒤늦게 알려졌다는게 더욱 먹먹하고 아쉽다. 이미 소식이 전해진 후 시일이 많이 지났음에도, 도예계의 많은 이들이 아쉬움과 뒤늦은 애도를 표명하는 이유다. 이 글을 쓰는 저자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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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홍익대학교 도예연구소(1996), 한국도예, 78-79.

2) 월간도예(2015, 5), 작가리뷰_정담순: 의식과 무의식이 혼재된 내면세계,  

3) http://www.inartarchive.kr/main/archive_view.php?seq=41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5년 6월 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온라인 정기구독 포함)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로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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