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23. ~4. 29. 갤러리 인사아트
4월 23일, 공예와 조형예술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박미란 작가의 신작전 《Aurore 曙光》가 열린다. 프랑스어로 ‘해가 막 떠오르기 전의 여명, 새벽 빛’을 뜻하는 ‘Aurore’와 한자어 ‘서광(曙光)’을 함께 제목으로 삼은 이번 전시는,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첫 빛처럼 매일 새롭게 깨어나는 존재의 빛과 이야기를 조형 언어로 풀어낸다.
박미란 작가는 옻칠, 도자, 자개(나전)라는 동아시아 전통 매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그 조합이 내포한 재료 간의 긴장과 조화를 깊이 탐색해왔다. 특히 옻칠이라는 전통 기법을 도자에 접목하여 독자적인 미감을 구축해왔으며, 최근에는 광주요와의 협업 전시를 통해 실험적 접근을 지속하고 있다. 서울시무형문화재 옻칠장 손대현 선생의 전승자로서, 박 작가는 단순한 재현이 아닌 살아있는 전통을 추구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 시리즈 ‘The Radiance Within’은 존재의 내면에서 발현하는 빛의 이야기다. 대표작 「The Radiance Within - 靜心居」 는 고요함 속 안빈낙도를 갈망하는 마음을, 「The Radiance Within - 넘어 서다」는 내면을 돌아보며 다시 빛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 양가적 메시지는 자개의 섬세한 조각들과 옻칠의 농밀한 광택을 통해 구현된다. 각각의 작은 조각들은 마치 삶의 순간들처럼 모이고 흩어지며, 존재의 의미를 재구성한다.
지하 전시장에는 건칠 기법으로 제작된 조형 작품도 마련되어 있다. 이는 옻칠이 단순한 수복 매체를 넘어 독립된 조형 언어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시도다. 고려시대의 건칠불상에서 착안한 이 작업은 옻칠이 가진 내재적 가능성을 재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