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종 작가는 백자의 무결한 심상에 토기의 분방한 자국을 입혀 두 미감의 교차 영역을 지어낸다. 수많은 잔상을 응축시킨 덩어리처럼 보이는 것은 ‘모아둔 잔상’을 전시 주제로 삼은 작가의 함의와 부합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회화의 소재로 동백, 모란, 붓꽃 등 자연물을 삼은 것은 일상의 온기를 보듬고, 나누기 위한 미적 실천이며 도예가의 소임으로써 그가 품고 있는 사명감이기도 하다. 작가는 “차 한 모금, 열매 한 알을 먹더라도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그 감정을 나눈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라고 소회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