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SPECIAL FEATURE]
치유로서의 흙
세상이 다시금 제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분위기 변화의 한복판에 서있습니다. 사회적으로 힘들고 우울한 일이 많은 현대사회에서 창조적 치유 활동에 대한 관심과 욕구가 높아졌습니다. 점토놀이와 도예작업, 촉각예술 등 흙을 다루며 심신을 치유하는 활동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장애 유무나 성별, 연령에 관계없이 모두가 유익하게 시작할 수 있고, 심리적으로 별문제가 없지만 마음의 밭을 탄탄하게 일구게 하는 예방적 차원과 우울, 산만, 공격성 등 문제를 완화하는 발달적 차원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번 특집에서는 과정 중심의 매체로서 점토미술이 차지하고 있는 범위와 의미에 대해 살펴보고, 도예작업을 통한 심리 작용 요인과 궁극적인 효과, 점토를 활용한 치유적인 예술활동 사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Ⅰ. 도예심리치료 가치와 제언
글. 백중열 대구교육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
초벌구이된 컵 문양 디자인 활동
우리나라는 국가의 운명을 걸고 교육에 매진한 결과 최첨단 기술력을 갖춘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으며, 지금은 미래 세대를 선도하기 위해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과 같은 4차 산업혁명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또한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세계를 개척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메타버스와 관련된 예술분야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기 시작하면서 K팝을 대표하는 BTS 공연뿐만 아니라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 웹툰, 웹소설 등 다양한 콘텐츠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경제적, 물질적 풍요를 가져온 장점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정서와 감정을 순환시키는 과정에는 소홀했다. 또한 장기간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사람들은 스트레스와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어서 심리를 치유할 수 있는 국가적인 대안이 필요한 시기이며,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사회환경과 교육환경의 변화는 새로운 갈등과 불안 요소로 싹트기 시작하면서 치유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게 되었다.
최근에 고령화 증가로 인한 노인의 치매예방이나 산만한 아동의 정서치유에 미술심리치료의 효과성이 검증되고 있다. 미술심리치료는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활용하여 치매 예방이나 아동의 정서 치유에 적용하고 있으며, 가장 효과적인 재료 중에는 찰흙이 사용되고 있다.
찰흙을 활용한 치유의 장점은 첫째, 노인의 생각과 손의 협응력을 길러주고, 정서적인 안정감과 신체의 급격한 퇴화를 방지할 수 있다. 둘째, 아동들은 찰흙을 통해 생각과 손의 협응력을 길러주고 손의 감각과 조작능력을 향상시켜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줄 수 있다. 셋째, 자연으로부터 시작된 찰흙은 사람들에게 심신의 안정감뿐만 아니라 다양한 욕구를 분출할 수 있는 순기능을 갖고 있다. 넷째, 유치원이나 방과 후 교육에서 아동들이 찰흙을 사용하면 대인관계가 향상되고 심리적, 정서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
도자기 분야에서 사용하는 찰흙 재료의 다양성이 심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식은 중요하다. 도예심리치료를 통해 사람들의 잠재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찰흙 재료가 더욱 활성화되고, 찰흙의 중요성을 인시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도예심리치료에 대한 현황과 활성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도예 분야가 발전하고 확대되기 위해서는 도자기의 사회적 역할을 인식하고, 도예 관련 산업의 확장성을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 도예학과 졸업생들은 도예가, 도예작가, 도예 교수, 도예 관련 기업 취업 등으로 취업 영역이 한정되어 있어서 학생들은 졸업 후에 사회적 요구가 많은 아동미술학원이나 유치원·초등학교 방과 후 교실, 도예심리치료 등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교수들은 취업 보다는 전공 관련 분야만 강조하면서 도예 분야의 확장성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편이다. 특히 도자 관련학과는 주로 사학과와 관련된 도자연구로 영역의 확장성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사학과는 유물을 고증하고 기록하는 학문으로 도예과는 미술뿐만 아니라 교육과 심리로 미래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도자 분야는 전통도 중요하지만 현재와 미래 세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거시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도예심리치료는 도예의 거시적인 한 분야로 볼 수 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도자기에 사용되는 찰흙은 청자토, 백자토, 옹기토, 분청토, 조합토(혼합토), 산청토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찰흙의 심리적 특징은 첫째, 찰흙의 종류에 따라서 입자의 크기가 다양하고, 점력이 있어서 손의 미세한 감각을 길러줄 수 있다. 둘째, 도예 작품을 제작하면서 느끼는 창의적인 발상과 심리적 안정감을 찰흙의 질감이나 가소성에서 찾을 수 있다. 셋째, 자연친화적인 찰흙은 사람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
아동들에게 치유로써 찰흙의 장점은 첫째, 유치원, 초등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재료이다. 또한 교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재료가 찰흙이다. 교사가 찰흙을 싫어하는 것은 청소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이유이다. 아동들이 찰흙 놀이를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갖고 대인관계가 좋아진다면 찰흙에 대한 교사의 인식은 변화될 것이다.
둘째, 아동을 심리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찰흙의 활용 범위가 다양하다. 도자기 제작의 틀에서 벗어나 아동들이 자유로운 작품 형태와 혼합된 재료를 활용하여 찰흙의 개념을 넓힐 수 있는 도예환경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 또한 찰흙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을 한정된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하도록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셋째, 소성은 선택이다. 찰흙의 특징은 자연재료이며, 입자의 굵기가 다양하고 가소성이 있어서 다양한 형태의 작품제작이 가능하다. 또한 아동들이 찰흙 작업을 통해 생각과 손의 조작능력이 길러지며, 그 과정에서 정서적인 안정감을 갖게 된다. 도예심리치료는 아동들이 찰흙의 특징인 가소성을 활용한 작업 과정과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소성은 환경에 따라서 선택을 해도 치료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넷째, 작품 제작 과정이 결과보다 중요할 때가 있다. 찰흙 작업은 아동의 연령에 따라서 결과물에 차이가 있다. 특히 저학년은 손의 조작이 미숙해서 작품의 완성도 보다는 작품 제작 과정에서 심리적 치유가 가능하다. 찰흙의 가소성은 아동들에게 작품의 결과에 대한 부담감이 크지 않아서 즐겁게 작업을 하면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
다섯째, 틱이나 결벽증이 있는 아동에게 효율적이다. 틱이 있는 아동들은 찰흙 작업을 통해 스트레스가 감소되면 잠시 틱 증상이 줄어드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틱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틱을 줄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가벼운 결벽증이 있는 아동들이 자연스럽게 찰흙을 다루는 과정을 통해 결벽증이 줄어드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여섯째, 산만한 행동과 욕구불만을 해소할 수 있다. 산만한 아동들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잠재적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동들이 찰흙을 밟거나 던지면서 잠재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으며, 그 과정이 반복되면서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
일곱째, 찰흙 작품의 형태는 원을 벗어나 다양한 형태로 변신할 수 있다. 찰흙은 가소성이 있어서 아동들이 작품을 자유롭게 만들고 뭉개고 다시 만드는 과정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아동들에게 찰흙은 완벽한 작품을 제작이 아니라 찰흙을 통해 소통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는 도구이자 재료이다.
(···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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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2년 6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