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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7월호 | 특집 ]

[특집Ⅲ] 공예, 어떻게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 할 수 있을 것인가
  • 편집부
  • 등록 2022-07-27 17:03:08
  • 수정 2022-07-29 14: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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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SPECIAL FEATURE] 공예의 사회적 역할 in 지속가능성

 

. 공예, 어떻게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 할 수 있을 것인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가 저물어 가는 이 시점에 한국은 물가폭등을 맞이하고 있다. 증시는 크게 흔들리고, 금리는 치솟고 있다. 물가폭등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답이 꽤 명쾌한 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양적완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밀과 오일 수급의 문제, 그리고 환경오염으로 인한 환경의 변화. 이 중 외부요인이 아닌 것, 즉 우리가 함께 참여하여 개선 가능해 보이는 요인은 단 하나뿐이다. 환경오염을 줄이는 것.
사실, 환경오염을 줄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더 많은 부와 편의를 향한 사람들의 욕망은 환경오염을 야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편리함에 익숙해진 우리는 매일같이 공해를 배출하는 자동차로 이동하며,
한정된 자원을 소비하고, 수많은 환경오염 쓰레기들을 양산한다. 거대 기업에서 대량 생산한 스티로폼과 비닐에 포장된 레토르트 식품에 우리의 입맛이 길들여지고 있다. 왜 이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효율적으로 돈을 벌고 쓰기 위해서이다. 좀 더 수익을 극대화하고 보다 더 편리함을 추구하고자, 우리는 쉽게 돈을 벌고 쓰는 방법을 선택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삶의 사이클에서 과거로부터 추가된 것은 ‘편리’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편리’의 향상을 위해 더 소비적이고 더 물질적인 것에 빠져든다. 심지어 우리가 선택한 그 편리성의 추구는 영구히 보존해야 할 자연환경을 시나브로 파괴하고 있지만, 미래에 닥칠 위험은 알지 못한 채, 우리는 오늘을 살아간다. 더 늦기 전에 뒤를 돌아보고 수정된 삶을 살아야 할 때가 아닌가. 그렇다면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어떤 삶의 태도가 필요할까. 그것은 기본적으로 ‘현대인의 스마트한 삶’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서야 함을 의미한다. 모두가 다함께 동참하는 ‘불편하지만 건강한 삶의 방식’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공예는 다행히도, 이 ‘불편하지만 건강한 삶의 방식’에 가까운 매체이다. 대부분의 공정과 작업이 다소 불편하지만, 환경 친화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산에서 흙을 퍼서 수비해서 쓰거나 가마를 직접 짓고 근방에서 나무를 베어다가 사용하는 번거로운 제작 방식을 기꺼이 감수하고 만들어내는 경우가 바로 그렇다. 하나의 완성된 물건을 만들기 위해 힘들고 복잡하고 예민한 공정을 거쳐야 하는 공예가는 ‘불편함’과 ‘번거로움’, 그리고 ‘노동’에 익숙하다. 그래서 공예가 중에는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생활 방식과 그것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그들은 로스팅 프로파일 되어 있는 대중화된 커피를 사먹는 것보다 시간을 두고 차의 향이 공간에 스며들 때까지 천천히 차를 내려 마시는 것을 선호한다. 게다가 도저히 인간의 힘으로는 제어할 수 없는 자연의 힘을 알고, 거기에 순응하며 살아가려고 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날씨로 가마를 망친 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마츠이토시오 개인전 전시전경, MATSUO MEGUMI+VOICE GALLERY pfsw, 2012

마츠이 토시오는 2012년 흥미로운 개인전을 열었다. 교토에서 열린 그 전시에는 교탄고시 구미하마京丹後市久美浜의 도예가와 교토의 젊은 도예가들이 함께 만들고 구미하마의 전통가마에서 구워낸 그릇들과 굴껍질, 조개, 그리고 오래된 목재가 전시되었다. 그는 이 전시에 대해 ‘새로운 창조의 사이클을 탐구한 시간들을 보고한 전시’라고 표현하였다. 10년 전, 공예가들이 환경에 대해 많은 관심을 두고 있지 않던 시기에, 그의 전시는 말 그대로 혁신적이었다.
그는 오래된 과거의 제작방식을 재현하였다. 개인전임에도 다른 작가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었고, 그들과 함께 도자가 가진 가장 기본적인 형태인 그릇을 제작하였다. 그리고 과거의 그릇들이 그러했듯, 그 그릇들에는 작가의 ‘작가성’과 ‘개성’이 담기지 않도록 하였고, 더불어 사용자가 그릇의 용도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도예작업과정에서 나온 슬립이나 공사현장의 흙, 구미하마의 흙을 사용하여 그릇을 빚어내었고, 매년 구미하마에서 대량으로 버려지지만 쉽게 썩지 않아 토양 석회화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던 구미하마의 굴 껍질과 조개로 유약을 만들었다. 장작은 구미하마의 방치된 오래된 가옥의 들보와 기둥, 그리고 쓰레기를 사용하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그릇들은 사용자에게 단지 사용의 의미만을 갖지 않는다. 내가 이 그릇을 가지고 쓸 수 있도록 만든 사람, 과정, 재료,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릇의 존재를 가능케 했던 환경문제를 상기시켜주는 매개가 된다.


산에서 내려온 나무들展 전시 디테일컷, 초남이 홍진, kcdf 윈도우 갤러리, 2022

목선반 작업을 하고 있는 초남이 홍진은 죽어있는 나무를 생명의 나무로 변화시키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버려지는 것’에는 자연적으로 도태되거나 죽음을 맞이한 것, 그리고 인간의 취사선택으로 쓸모없어진 자연물도 포함이 된다. 그는 버려진 나무에 새로운 가치와 생명을 부여함으로써 ‘버려진 물건은 쓸모없다’라는 고정관념을 부정한다.
이처럼 그가 생명성에 대해 주목하고 버려진 것들을 다시 살리는 일에 매진하는 것은 ‘생명’이라는 거대한 우주의 섭리에 순응하는 일이다. 더 이상 ‘나무’를 베지 않고도 자연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간이자 예술가로서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작업 방식과 신념은 이홍진 작가가 살아가고 있는 삶에 대한 겸허한 자세를 보여준다. 그렇기에 작가는 재료를 자연에서 구하고 쉬이 나무를 베고 가공하는 인스턴트적인 과정을 전면 거부한다.


RE.SET ROOM, 박선민, 록시땅스테이 2.0 에코뮤지엄, 2022

 ‘리 보틀 메이커’라는 프로젝트명으로 유리 공예품을 만들고 있는 박선민 작가는 버려진 주류병이나 음료병을 업사이클링(up-cycling; 버려진 재활용품에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가치를 더욱 높이는 것)하는 작가이다. 그는 2014년 제주에서 열린 전시를 시작으로 폐유리병을 활용한 오브제 작업을 해왔다. 그가 처음으로 폐유리병을 작품화하기 위해 자세히 관찰했을 때, 그는 이 폐 소재가 한 번 쓰고 버리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후 그는 전체 작품의 70~80% 정도를 버려진 유리병으로 만들 정도로 적극적인 리메이커가 되었다.
 “모든 유리병이 다 재활용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수입 브랜드 주류 병이나 음료병은 그대로 폐기돼요. 유리병이 분해되는 데 수만 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유리소재가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 공예 제작 기법을 활용한 작업들로 풀어내고 있죠. 그래서 다시 사용 가능한 자원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새로운 기능과 쓰임으로 우리 곁에 조금 더 오래 머물도록 하고 있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로서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죠.”


[비정형Atypical] 시리즈, 물고기, 2021

Rotting Jar, 정김도원, 2021

물고기정김도원은 대학 때 만난 친구이자 작업 메이트이다. 각기 서울과 광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들은 비건라이프를 추구하는 젊은 작가들이다. 그들은 2021년 DDP 오픈 큐레이팅으로 <Recycling Oriented Society>라는 전시를 함께 기획했는데, 전시의 슬로건인 ‘좋은 생산, 좋은 소비, 좋은 버림’이
의미하듯 선한 재료와 공정을 거쳐 생산된 제품이 의미 있는 사용으로 이어지며 이는 다시 참된 버림으로 실천될 수 있음을 전시를 통해 제시하였다.
이후 그들은 ‘도자기는 쉽게 썩지 않는다.’라는 사실에 기반을 둔 환경 친화적인 도예작업을 실천해 오고 있다. 비건라이프를 지향하는 물고기와 정김도원 작가는 ‘잘 썩지 않는 도자기를 제작해야 하는 현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택한 대안은 업사이클링을 하거나 애초에 생분해되는 성질의 도자기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 중 업사이클링을 채택한 작가는 물고기 작가이다. 그는 쓰임을 잃은 폐도자를 버리지 않고 단단한 광석을 빻는 용도로 제작된 절구를 이용해 잘게 분쇄하고 그것을 점토로 만들어 다시 도자기로 만든다. 이 과정은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절구가 도자기 분쇄용도도 아니고, 그것을 대체할 만한 기계조차도 없을 뿐더러, 비건라이프에 적절한 작업과정을 해야만 작가 스스로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작업은 더없이 의미 있고, 그 작업을 통해 제작된 것은 사용자로 하여금 행여나 깨지지 않도록, 그것을 조심히 다루는 태도를 유도한다. 이러한 점은 애초에 내가 도자기를 구입할 때, 보다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것과 이미 구입하였다 하더라도 ‘도자기를 오래 사용해야겠다!’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비건라이프적 마인드인 것이다.      
그렇다면 정김도원 작가는 어떻게 생분해되는 성질의 도자기를 만들 수 있었을까? 그는 썩지 않는 원료를 더 남용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물질은 필요하기에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메테리얼 연구를 해오고 있다. 보리껍질, 전분, 짚, 닥, 밀, 콩, 버섯 균류, 흙, 한천, 소금, 셀룰로스, 오렌지 껍질, 달걀 껍데기 등 자연 폐기물을 다양한 입자로 분쇄하고 결합하여 슬립 또는 점토로 만들고 그것을 제작한다. 그러므로 그의 작업실에서는 종량제 봉투나 폐기물 봉투가 필요하지 않다. 가끔은  쓰레기가  발생하긴 해도 극히 소량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작업과 그 과정들은 우리가 속한 물질세계의 소재들이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변화해야 함을 이야기한다.

 

공예는 우리의 삶에 들어와 있다. 작은 포크, 머그, 접시, 뜨개질한 모자 같은 것들은 우리가 직접 사용하는 것들이다. 사실 우리는 그것들을 사용하면서 공예의 가치와 미덕을 배우곤 한다. 예컨대, 공장에서 일률적으로 찍어낸 포크와 작가의 철학과 가치관이 담긴 포크는 완연히 다르며, 때때로 우리는 작가의 의도가 고안된 포크로 인해 사물을 대하는 나의 정서와 의식도 한결 고양되고 있음을 무의식적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공예의 힘과 사회적 역할, 그리고 책임은 바로 이런 것이다. 그리하여 정성껏, 손으로 만든, 환경을 생각한 이런 놀라운 공예품들로 인해, 애초에 태생이 ‘자연’에서 기인되었고 ‘자연과 연쇄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삶’의 연결고리와 필연성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 이를 통한 미적인 깨달음은 단순히 ‘환경보호’를 넘어서서 각자의 의식 있는 선한 움직임을 이끌것이다. 곧 자연과 인간의 공존과 영속적인 선순환에 대한 고찰과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27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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