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작가 │ 생의 찬미 구세나
글.조은영 라흰갤러리 큐레이터 사진.라흰갤러리 제공
이번 개인전
구세나 作 「Black bird」2021
만물이 내게 묵시한 것
반신반인의 영웅 헤라클레스가 거인 안타이오스를 제압한 일화는 그리스 신화가 전하 는 희대의 대결로 손꼽히곤 한다. 안타이오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아들로, 그가 어 머니인 대지에 발을 딛고 있는 한 지상에서는 그를 당해 낼 자가 없었다. 이 사실을 간 파한 헤라클레스는 안타이오스를 공중으로 번쩍 들어 올려 숨통을 끊어 놓았다고 한 다. 땅에 몸을 의지하고 흙내음을 맡을 때에야 힘을 얻는 안타이오스, 그는 곧 자연에 의탁함으로써 회복하는 인간을 상징한다. 다시 말해 이 설화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 즉 우리의 영육이 자연과 끊임없이 접촉해야만 되살아날 수 있다는 중요한 교훈을 일깨워 준다.
인간 존재의 원천인 자연은 더욱이 모든 아름다움의 근원이자 예술적 영감의 초대자인 바, 하물며 예술가에게 있어 자연을 연구하는 것은 얼마나 긴요한 과업이랴. 이렇듯 자 연이 묵시한 것을 재현하는 일이 예술가의 몫이라면, 구세나 작가의 작업은 작은 것들 의 가치를 느릿한 호흡으로, 그러나 노련하게 통찰함으로써 예술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도예를 전공한 그는 그간 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지를 활동 기반으 로 삼아, 자연물의 형태와 색상, 질감 등을 포착하여 왕성한 자연의 윤곽을 표현해왔다. 구 작가의 대표작인 레몬 형태의 스퀴저, 콜리플라워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단지jug, 나 무 밑동의 모양을 살린 화병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해부의 정신으로 자연의 세부를 수집하고 분석해낸다.
이처럼 삼라만상에 대한 관찰을 착실하게 누적해온 작가이기에, 인간의 상상력이 다다 를 수 있는 한도는 그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자연 전체가 예술가의 것이라 는 열정은, 구 작가로 하여금 도예의 카테고리를 초월하여 하나의 독립체이자 창작자 로 서게 하였다. 그가 온기와 생명력을 가진 흙을 주로 사용하기는 하지만, 재료에도 한계는 없다. 국내에서는 상업적인 영역으로 치부되기 마 련인 캐스팅casting을 자주 선택했던 까닭 역시, 경계선 이 불분명한 캐스팅 작업의 분야에서 하나의 장르를 구 축하기 위함이었다.
제 2막으로의 초대
지리멸렬한 일상의 소용돌이 속에서 구세나 작가가 생명 력을 전달하는 창작자로서 작업의 새 기틀을 닦고자 결 심했다면,
_____이해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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