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
이제승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인력양성부장
나는 새해가 되면 유서를 쓴다
잘 쓰고 잘 남기는 법을 생각하다
30억 원. 故 김윤식 문학평론가(서울대 교수)의 유족이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에 써달라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맡긴 기부금의 액수이다. 처음에는 금액에 놀랐지만 문학의 외길을 치열하게 걸어온 김윤식 선생님의 삶과, 그 삶에 대한 유족들의 존경과 사랑, 그리고 그 마음의 표현으로서 기부를 선택한 과정이 더 놀랍고 감동적이었다. 흔히 기부는 부자들이나 하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재산보다는 삶과 돈의 가치를 어디에 두는 지에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실제 굳이 밝히지 않을 뿐이지 정기후원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적지 않다. 특히 산업화 시대를 지나온 중장년 세대들 사이에서 상속과 기부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관심을 반영하듯 관련 강연과 서적들도 등장하고 있는데 한국모금가협회 황신애 상임이사가 쓴 『나는 새해가 되면 유서를 쓴다』도 그 중 하나이다.
저자는 기부문화가 척박했던 우리나라에서 5천억 원을 모금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기부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통해 기부의 본질, 기부하는 사람들의 특징, 그것을 도와주는 모금가의 역할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는 다들 말하기 불편해하는 죽음과 상속에 대해 솔직하게 안내를 해준다. ‘잘 살기 위해 죽음을 준비하다’ ‘준비하지 않으면 불행을 상속한다’ ‘나는 나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 ‘유언의 최대 수혜자는 나 자신’ 등 소제목 하나하나가 다 마음을 파고들고, 나의 여생과 죽음 그리고 가족들을 생각하게 한다. 직장에서의 은퇴, 자녀의 결혼, 건강의 이상 등 인생의 변곡점을 맞는 이들에겐 더 그러할 것이다. ‘법적으로 유효한 유언 쓰기’ ‘상속 상담이 필요한 일반적인 사례들’ ‘엔딩노트 작성 예시’처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들도 충분하다.
기부와 관련하여 문화예술 분야로 눈을 돌려보면 안타까운 게 현실이다. 우리 국민들의 문화예술 분야 기부 참여율은 0.4%에 불과하다. 흥미로운 것은 기부희망 분야로 문화예술을 꼽은 국민들은 그 10배인 3.5%에 달한다는 점이고, 기부를 하고 싶은데 안 하는 사람들은 그 이유로 ‘방법을 몰라서’, ‘요청을 받은 적이 없어서’ 라고 대답한다는 점이다. 문화예술계도 상속과 기부에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황신애 지음 | 한국교육방송공사 | 16,000원
[이달의 도서]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공간 변화
공간의 미래
우리가 사는 공간은 그 안에 사는 인간의 변화에 맞춰 함께 변화해 왔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이 바뀌면서 공간의 변화 속도가 빨라졌고, 나아가던 방향도 조금 틀어졌다. 이 책은 집, 회사, 학교, 상업 시설, 공원, 지방 도시, 물류 터널 등 우리가 생활하고 있거나 우리 생활과 밀접한 공간의 가까운 미래를 살펴본다.
저자는 건축가로서 앞으로의 공간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려 시도했고, 이 책은 그 추측의 산물이다. 당연히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다른 전문가들의 이야기에 이 책의 이야기가 더해진다면 더 올바른 예측을 하고, 나아갈 방향을 잡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16,000원
스페이스뱅크가 만난 공간들
공간 트렌드(2021)
이 책에서는 ‘공간 경험’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중점이 되는 공간들에 집중했다. 대상 공간의 선정 기준은, 다소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어떤 공간이 방문객으로 하여금 본질적인 목적-카페라면 식음료를 구매하는 것과 같은-을 달성하는 것 외에 공간 자체를 즐기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얼마만큼 투자하고 관리하는가?’ 이다. 카페, 식당, 상점 등 다양한 유형의 공간을 만났고, 그 공간들을 1.브랜드 경험을 위한 공간, 2.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긴 공간, 3.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담은 공간, 4.사회적 가치를 담은 공간 총 4가지의 주제로 분류하여 풀었다. 이 책을 통해 공간이 가지는 가치와 의미, 그리고 비대면의 시대에 오프라인 공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스페이스뱅크 공간연구소 , 이원희 , 이효진 , 이동연 , 이예빈 지음 | 씨이오메이커 | 14,000원
근현대 미술을 이끈 영혼의 라이벌들
관계의 미술사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에 변화를 가져온 가장 획기적이고 생산적인 관계의 핵심은 바로 라이벌이다. 이 책은 바로 숙명의 관계인 라이벌을 탐구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술 비평가 서배스천 스미는 미술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예술가 네 쌍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한 편의 소설처럼 풀어낸다. 그가 선택한 여덟 명의 예술가들은 팽팽한 긴장감과 경쟁이 깃든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며 새로운 창작의 세계로 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들의 관계는 그들이 추구하던 예술과 일촉즉발의 순간을 맞게 된다. 싹텄던 친밀감은 한순간 깨지고, 배신의 아픔은 위대한 변혁의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서배스천 스미 지음 | 김강희 , 박성혜 옮김 | 앵글북스 | 22,000원
[분야 신간]
명장과 함께 배우는
물레 성형
물레 성형은 물레라는 기기를 이용해야 하고 오랜 연습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에도 많은 이들이 물레를 배워 도자기를 만들려고 한다. 그 이유는 짧은 시간 내에 그릇을 만들 수 있고, 본인이 원하는 크기와 모양으로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번 익혀 놓으면 다양하게 응용이 가능하다. 많은 이들이 처음 도자기를 접하면서 중도에 포기하곤 한다. 처음 접하기에 손이 말을 듣지 않고, 눈으로 익히고 머리로 이해했어도 손으로 표현하기란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물레 성형을 그만두는 사람들을 보며 저자 이향구는 물레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 어떻게 하면 쉽게 알아들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고민 끝에 발간된 이 책은 물레 성형 초보자들에게 지면 강의를 하여 도움을 주고자 한다.
이향구 지음 | 좋은땅 | 2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