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II
결정유, 그 피어나는 아름다움을 만드는 도예가
강무창, 박승남, 하태훈, 권은영
우연같은 필연
강무창
결정유 작업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결정유의 어떤 점에 매료되었나요 학부 때 교수님께서 결정유 항아리 작업 을 하는 걸 보고 처음 접했다. 코발트 결 정유 항아리 였던걸로 기억되는데, 유약 위에 파란색의 결정이 빛의 방향에 따라 반짝이는게 정말 예뻤고, 당시 교수님이 연금술사처럼 마법을 부린건가 하고 신기 해했던 기억이 있다.
본격적인 작업은 그로부터 10여년 뒤, 유 약실험하는 계기를 통해 학부 때의 기억 을 살려 많은 실험과 연구를 거듭했고, 다 시한번 결정유에 매료됐다. 10여년 전부 터 아연결정유를 이용한 작품과 생활자기 를 만들고 있다.
나의 결정유 작업 중 가장 특별한 것은? 기존의 아연결정유 작가들은 표면에 결정 이 잘 보이도록 하기 위해 형태적으로 매 끈한 원형질의 기물을 선호한다. 그러나 나는 기물에 면치기 기법을 더했다. 각이 만들어진 경계선에서 결정들이 겹치거나 분화, 변형되는 현상이 생겨난다. 이를 통 해 결정과 면의 시각적인 간섭이 생기기 도 하고, 선과 결정들이 묘한 조화를 이루 기도 한다. 6각이나 12각 형태에 가장 불 완전하고 요변이 큰 결정유약을 시유함으 로써 나름 의도된 우연이 공존하는 작품 을 제작하고자 했다. 또한 다른 작가들과 는 차별화된 아연결정유 작품을 생각한 것이다.
결정유 작업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첫째는 결정유의 까다로운 소성 조건이 다. 동일한 아연결정유 레시피와 스케줄 로 소성하더라도, 가마의 크기나 열선의 종류 등 여러 요인에 의해 결과물이 달라 지기 때문에, 항상 똑같은 결과물을 내기가 힘들다.
두 번째는 유약의 유동성으로 인한 파손 및 높은 불량률이다. 결정유의 특성상 유 약이 잘 흐르는 성질을 띄는데, 이로 인해 굽부분 등에 손상이나 갈라짐 등으로 상 품이나 작품으로 완성되기가 무척 힘들 다. 따라서 결정유 작품의 희소성이 생기 기는 하나, 이로 인한 높은 가격은 판매에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이 점은 지금도 가장 신경쓰면서 작업하고 있고, 극복하 기 힘든 부분이다.
유약 작업에서 결정유가 얼마나 중요해졌다고 보나? 결정유는 도자기를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관심을 가지고 시도해 보는 유 약이다. 몇 번 실험하다 포기하는 사람들 도 있고, 결정유 소성을 성공하더라도 꾸 준히 작업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도 많 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지만 결정유와 관련된 자료들이 너무 적다 보니, 모든 걸 개인이 연구하고 결과를 내야하는 부분이 무척 힘들었다. 이러한 부분이 국내에 결 정유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이 유이기도 한 것 같다. 따라서 결정유와 관 련된 자료들이 정리가 잘 되어 쉽게 접할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결정유를 쉽게 접근하고 작업에 적용해 봄으로, 보다 확 대된 저변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결정 유 작업을 하는 사람으로써 이를 위해 일 정부분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과 고민을 하나요 아연결정유의 단점 중의 하나는 몇 가지 금속 산화물(코발트co, 동cu, 철fe, 니켈ni 등)로 색을 내다 보니 색상이 단조로운 한 계가 있다. 그래서 빨강색이나 주황색, 노 란색 등 원색의 아연결정유 작품을 제작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나, 이러한 문제 점을 여러 실험과 연구를 통해 개선하려 고 노력 중에 있다. 또한 색상의 명도 단 계 조절도 가능하도록 실험한 과정을 논 문으로 준비하고 있다.
결정유에 관심깊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처음이신 분이라면 이병하 『나만의 유 약 만들기』를 추천한다. 유약에 관한 전 반적인 내용과 함께 ‘결정유약’을 한 단원 으로 다루고 있어 참고하면 좋을 것 같 다. 결정유 내용을 숙지하고 있는 사람 이라면 외국 원서를 추천한다. 외국 서 적으로는 Fara Shimbo 『Crystalline Glazes: Uuderstanding the Process and Materrials』, Diane Creber 『Crystalline Glazes』, Jon Price 『The art of Crystalline Glazing』등이 있다.
앞으로 작업의 발전 방향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요
다양한 기법들을 접목해 나만의 아연결정 유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 최근에는 연리 문 기법을 아연결정유 작업에 시도하고 있다. 또한 색상도 다양하게 발색하도록 적용해, 항아리나 생활자기 이외에 타일, 조명, 세면대 등 산업 분야에도 아연결정 유 도자기가 양적, 질적으로 확장되기를 기대한다.
강무창 작가는 부산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단국대학교 도예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수료했다. 9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부산문화상품 공모전 금상2018, 부산시 공예품 대전 대상2016 등 다수 수상한 바 있다. 부산도예가회 회장과 부산미술협회 공예분과 이사직을 맡고 있으며, 부산교육대학교 미술교육과, 신라대학교 공예학과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부산 연제구에서 가온도예를 운영 중이다.
또 한번의진화
박승남
결정유 작업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결정유의 어떤 점에 매료되었나요 고등학교 때 도자기를 하면서 접했다. 그때 결정유를 처음 보고 정말 놀랐다. 당시 내가 아는 표면 장식은 조각을 하거 나 그림을 그리는 것이 전부였는데, 유약 과 온도만으로 신비하고 아름다운 모양을 낼 수 있다는 점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결 정유 작업을 언젠간 꼭 해보고 싶었고, 대 학원에서 유약에 대해 전문적으로 실험을 하면서 나만의 결정유 작업을 하게 됐다.
나의 결정유 작업 중 가장 특별한 것은? 결정이 한두개 피는 디자인으로 만든 작 업과 색상감한 기물에 결정유를 접목한 작품 두 가지를 손꼽고 싶다. 결정유가 빼 곡히 들어선 작업과정에서 피로감을 느 껴, 적은 결정으로만 장식하고자 했다. 세 련된 이미지로 보여주고 싶어서 방식을 바꾼 것이다. 상감결정작은 상감을 디자 인 요소로 결정유에서 다양한 변화가 느 껴지도록 하고 싶었다. 색상감으로 미감 을 살리고, 결정유로 질감을 살린 디자인 으로 시너지를 냈다. 결정유는 대부분 생활식기에 사용하진 않는다. 하지만 세련 된 디자인과 편의성을 갖춰 생활자기에 응용해보았다.
작업하면서 ‘여전히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나요?
결정의 생성과 크기. 소성 온도조절을 어 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정이 생기기도 하 고 없기도 한다. 결정이 피는 온도와 냉각 을 유지시키는 시간에 따라 결정의 크기 나 모양이 달라진다.
가마에서 발생하는 상황, 온도와 유약의 반응, 우발적인 상황까지 감지하는 일도 중요한 것 같다. 여기에 무엇이 더 필요한 지, 어떻게 변하는지를 살피는 것까지 모 두 필요하다. 과정과 결과를 기록하는 것 까지도.
내가 생각하는 ‘결정유’란?
어려움 속에 가능성과 기회를 발견하는 기쁨이 매력인 것 같다. 번번이 실패하고 힘들기도 하지만 다시 도전하게 된다. 결 정의 변수를 이기려하지 않고 문제의 여 지를 다루려고 하면 그게 좋은 결과로 이 어지는 것 같다.
원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과 고민을 하나요
소성 때마다 결정유 시편을 많이 넣는 편 이다. 발색과 결정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산화물과 염화물, 안료 등 내가 표현 하려는 것이 잘 나오도록 실험을 거듭한 다. 기록의 결과로 나만의 레시피를 만드 는 것이다. 이는 작업의 반경을 넓히는 기 회가 되기도 한다.
도자예술에서 유약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유약은 작업에 독창성과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도 자의 형태는 기본적인 형태에서 약간의 변형만 되어 왔지만 유약은 많은 변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작업의 발전 방향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요
생활자기로 사용이 가능하고, 완결성있는 결정유를 다양하게 제작해보고 싶다.
박승남 작가는 상명대학교 세라믹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수료했다. 4회의 개인전을 비롯해 <메종&오브제>2019, <도자, 색을 품다>2009, <한·일 현대도예 신세대의 교감전>2006, 등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했다. 경기도 공예품 대전 특선2020, 국제 다구 디자인 공모전 동상2013 등 다수의 수상이력이 있다. 상명대학교 와 한국폴리텍 II대학에서 강사경력이있으며, 현재 이천에서 작업하며 에이보울을 운영 중이다.
불규칙한 진원지에서 더욱 빛나는
하태훈
결정유 작업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결정유의 어떤 점에 매료되었나요 어린 시절 요장들이 모여 있는 경주에서 태어나 자라며 자연스레 도자기에 관심 을 가지게 되었고, 1995년 도자기를 전공 하는 고등학교를 입학했다. 학교생활 중 우연한 기회로 아름다운 색깔과 신비로 운 무늬를 가진 결정유 작품을 본 순간 느 긴 황홀감은 지금도 기억이 선명하다. 특 히 유약과 불이 만나 다양한 무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도예를 시작해 물레 작업 만 열심히 하고 있던 나에게, 유약과 불이 가지는 비중과 그때까지 모르고 있었던 ‘도자기는 불의 예술이다’ 라는 말의 의미 를 알게 해줬다. 그 때부터 소성 과정에서 이런 신비한 무늬를 만들어내는 결정유에 매료됐다.
나의 결정유 작업 중 가장 특별한 것은? 결정유는 가마 내부의 요변으로 만들어진 다. 그래서 결정을 피우는 성공확률이 현 저히 낮다. 그렇기에 한 가마에 한 작품만 소성하는 대작의 경우 결정을 아름답게 피우는 게 더욱 어렵다. (작품1) 이 작품 의 경우 크기와 색깔, 결정의 모양까지 구 현해 얻어낸 가장 특별한 존재다.
결정유 작업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우선, 결정유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다. 그래서 유약 배합비에 시간과 노력이 필 요했고, 결정이 피는 소성 조건을 알기 위 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지금도 평 균치를 토대로 소성하고 있으며, 여전히 가마 전체를 실패하기도 한다. 예측밖의 상황이 결정유 작업에서 제일 어려운 부 분이다.
내가 생각하는 ‘결정유‘란 결정유는 가마환경에 따라 용융온도와 유 지시간이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결정 을 피우기가 어렵다. 매번 그 과정이 힘들 고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결정을 피운 후 느끼는 그 감동의 매력을 누구보 다 잘 알기 때문에 열망하게 되는 것이 결 정유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생 각한다.
작품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우여곡절 끝에 결정유로 처음 작품을 만 들었을 때다. 전공시절 결정유 배합비를 찾기 위해 수많은 시편을 만들고 밤을 새 워가며 가마 온도를 관찰했다. 어떻게든 결정을 피우려고 뛰어들었다. 힘들었지 만 많은 공부가 됐다. 코발트를 사용한 결 과물에서 파란색 결정이 가득히 핀 모습 을 보고 결정유 작업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 나의 작업을 차별화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한가지 방법으로 결정유를 쓰고 있다.
도자예술에서 유약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유약은 최고의 장식방법 중 한 가지라고 생각한다. 유약은 실용성, 위생성, 강도 등 기능성 뿐만 아니라 작가의 표현 의도 를 전달하는 예술적 가치를 지닌다. 때문 에 도자예술에 있어 유약의 중요성은 계 속될 것으로 본다.
결정유 작업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공생들 중에도 결정유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론만 갖고는 결정을 피우기 어렵다. 방법을 알려주지만 실패 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결정유는 유약과 소성 방법만이 아닌, 가마내부의 온도와 환경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해 이에 대한 감각이 필요하다. 많은 시도와 실패를 경 험해보길 권한다. 불안정한 상황을 충분 히 고려해야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하태훈 작가는 경희대학교 도예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3회의 개인전 과 <제21회 경주도예가협회전>2016, <경희도예 40주년 기념전>2008 등 총 20여회의 단체전이 있다. 명다기 품평대회 금상2017, 국제다구디자인공모전 금상2015, 방곡전국물레성형경진대회 장인상2003 등 다수의 수상이력이 있다. 현재 경희대학교 도예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울 양재에서 길상세라믹을 운영 중이다.
젊은 미감의 주역
권은영
결정유 작업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작업을 하면서 재료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도자기로 표현할 수 있는 색상이 생각보다 굉장히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로 다른 재료들을 섞어 시편을 만들고, 작업에 직접 사용해 보며 저만의 색상들을 찾던 중 가마에서 피는 우연적 인 결정들에 매료됐다.
나의 결정유 작업 중 가장 특별한 것은? 유약의 흘러내림이 자연스럽다는 점인 것 같다. 회화에서 색을 내듯 유약의 두께 로 색의 자연스러움을 구현하려고 고민한 다. 다른 작업과 차별화된 경쟁력이 있으 려면 나만의 색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다. 이런 시각은 작업할 때 정체성에도 직 결된다.
결정유 작업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온도라고 생각한다. 온도를 바꿔가며 결 정이 제일 잘 피어나는 온도와 위치를 찾 는다. 온도가 높으면 유약이 흘러내리고, 같은 온도여도 위치에 따라 결정이 다르 게 핀다. 재벌 가마를 열기까지 변수를 예 측하기 어렵다. 이 점이 가장 예민하고 어 려운 점이다. 여전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 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결정유’란? 결정유를 꽃이 핀다고 표현하는데, 유약 이 불을 만나 만드는 우연한 아름다움이 아닐까. 같은 작업을 하면서 예민하게 관 찰을 더 하다 보니 힘이 드는 건 당연하 다. 하지만 결과가 성공적으로 나오면 “아 이래서 필요한 거구나”라고 공감한다. 매 번 그 과정이 힘들고 어렵기는 마찬가지 다. 하지만 어떻게든 결정유를 끌고 가려 한다. 못 견디고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지 만 이 방식은 앞으로도 고수할 생각이다. 이게 바로 나만의 차별성이니까.
작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과 고민을 하나요. 작업물 대부분이 오브제적 성격이 강한 게 특징이다. 단순한 오브제로는 용도가 한정적이라,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실용 성을 갖추려고 고민한다. 작품과 제품의 이상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하고, 다 양한 방식으로 시도하고 있다.
도자예술에서 유약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특이점. 색감과 형태 속에서 ‘특이점’을 표 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다양 한 종류만큼 새로운 색을 찾아야 하는 번 거로움이 있지만 좋은 디자인을 위해서라 면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
앞으로 작업의 발전 방향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요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을 오브제에 담고 싶다. 평면 작업도 깊이 있 게 탐구할 예정이다. 현대의 삶에 담긴 공 간을 완성해보고 싶다. 아울러, 새로운 작 업에 맞는 다양한 결정유들도 계속 실험 할 계획이다.
권은영 작가는 경희대학교 도예학과에서 학사,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수료했다. <나만의 도시樂- 네 번째>2020, 2017, <교감전>2016, <아시아현대도예교류전>2015, <교감전>2014 등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 경력이 있으며,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2015, 서울공예창업대전 입선2015, 국제도자유리전 동상2014 등 수상경력이 있다. 현재는 서울 한남동에서 작업실을 운영하며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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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1년 6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