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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4월호 | 특집 ]

[특집] 도예 전공자에게 열려있는 직업의 세계/ 특집1) 도예전공 직업인 인터뷰
  • 편집부
  • 등록 2021-05-04 10:52:41
  • 수정 2024-07-23 17: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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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도예 전공자에게 열려있는
직업의 세계

 

수많은 전공인들이 도예를 전공해서 도예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작가부터 세분화된 전문 분야까지 무궁무진하다. 입학 전부터 자신의 분야를 선택한 학생도 있을 것이고, 어떤 분야로 진로를 결정할지 고민하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이번호에 소개하는 전공 관련 분야는 현재 많은 수요를 차지하고 있는 분야다. 도자공예라는 울타리 안에서 세분화된 전문 분야로 진출할 수 있고, 분야를 선택하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분야 종사자들에게 어떤 경로를 거쳐 관련 직업을 갖게 되었는지, 그 일을 실제로 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와 기술에 따라 무궁무진한 필드가 필쳐질 앞으로의 전망을 살펴보며, 수많은 인재들이 도예를 선택한 만큼 지금부터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개척할 것인지 이번 특집을 통해 실마리를 잡아보길 바란다.

 

특집 I

도예전공 직업인 인터뷰
미술 비평가 | 문화 행정가 | 갤러리스트 | 에디터 | 큐레이터

진행·정리. 이연주·이예은 기자

 


미술비평가 박경하
미술비평가 박경하는 예술교육 기획 및 미술비평. 도예이론, 공예이론 등 및 동시대 미술과 연관된 주제로 글을 쓴다. 2018년 『에코토피아를 향한 생태주의적 예술실천에 관한 연구: 윌리엄 모리스의 ‘에코토피아 뉴스’를 중심으로』로 이화여대 예술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화여대 문화예술교육원에서 주로 사회 소외계층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사업 기획을 했고, 현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학교 문화예술교육 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도예와 예술학을 전공하고 동시대 미술과 연관된 주제로 글을 쓰고 있는 박경하라고 합니다.
― 도예를 전공하고 어떻게 ‘미술비평가’가 되었나요.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하면서 작품을 만드는 것보단 공예와 미술이 왜 다른지 그 관계에 호기심이 많았어요. 현대 미술은 꽤 많은 장르를 포괄하고 있는데, 공예라는 분야만 미술에 포함되지 못하는 느낌을 받았었거든요. 물론 공예가 미술에 포함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예를 둘러싼 이론적이고 거시적인 담론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대학시절 하워드 리사티에 『공예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인상 깊게 읽고 조금 더 사회적인 관점이나 이론을 배우기 위해 사회학을 복수 전공했어요. 특히 문화사회학이라는 수업을 듣고 관련 분야의 공부를 더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문화사회학은 사회학에 매우 작은 일부 분야라 학문적으로 배우기는 어려웠어요. 그리고 계속 이론을 공부할 수 있는 학과를 찾다가 동대학원에서 예술학을 공부했습니다. 예술학은 말 그대로 예술에 대한 전반적인 이론/현장을 배우는 광범위한 학문이라 저한테 딱 맞는 전공이라고 생각했어요. 대학원 시절, 매주 미술관에서 전시를 보며 비평문을 쓰던 수업이 있었는데, 글을 쓰는 것이 너무 즐거웠어요. 머릿속에 떠다니는 다양한 생각들을 문자에 담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다는 것이 제겐 오히려 도자기를 만드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창작 활동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2017년 우연히 참여한 그래파이트온 핑크 출판사가 주최하는 <제2회 Gravity Effect 미술비평공모>에 비평문을 기고했고 3위로 선정되어 공식적으로 미술비평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 ‘미술비평가’가 되려면 어떤 자질과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제 생각엔 글 쓰는데 큰 재능은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다만 글 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을 둘러봐도 글 쓰는 행위 자체를 두려워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저는 예술가가 흰 색 도화지를 두려워하지 않듯, 글 쓰는 사람도 A4용지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저도 마감 앞두면 두려울 때도 있습니다만.. 최대한 그 상황도 즐기려고 합니다!
― ‘미술비평가’가 되려는 학생에게 도움이 될 만한 혹은 책이 있다면요. 공예이론과 예술계를 둘러싼 사회학적 관점을 가진 이론에 관심이 많은데요. 아까 언급했던 하워드 리사티에 『공예란 무엇인가』에 이어 글랜 아담슨에 『공예로 생각하기』 이 책 정말 추천해요! 두 저자도 미술비평가이기에 비평가로서의 시선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미술 작가이자 비평가인 르네 마그리트인데, 르네 마그리트를 사랑했던 철학자 미쉘푸코가 쓴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책은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제가 이 책의 내용에서 영감을 받고, <프레스티지>라는 영화, 르네 마그리트의 작업을 한경우 작가의 작품과 엮어서 쓴 미술비평문으로 공모에 수상했기 때문에 더 애정이 가는 것 같아요.
― ‘미술비평가’의 전망은 어떻게 바라보는지요. 미술비평가는 직업보다는 일이라고 봐야 맞는 것 같아요. 전업 미술비평가로서 생계를 유지하기 쉽지 않거든요. 대학교수가 미술비평을 하거나, 미술관 큐레이터가 비평문을 쓰는 것과 같이 대부분 부업으로 미술비평을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전업이 미술비평가는 아니지만, 감사하게도 글 쓰는 일이 생기면 정말 즐겁게 공부하며 비평문을 쓰고 있어요. 미술비평을 위해 재미없는(?) 본업을 한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글 쓰는 일은 제게 중요합니다. 유명한 강사의 말이 떠오르네요. 본인은 강의하는 것이 너무 좋지만, 강의를 준비하는 일은 세상에서 제일 싫다는 말이요. 저는 미술비평가 뿐만 아니라, 세상에 다양한 비평가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그럼 더 세상이 재밌어질 것 같거든요!
― 미술비평가로 활동하면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있다면 무엇인가요? 앞서 말한 것처럼, 전업 미술비평가가 되긴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본업을 하며 글을 쓴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주로 누군가의 요청으로 미술비평을 하게 되는데, 그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한정된 시간 속에 정말 많은 리서치를 하고 수없이 글을 고치거든요. 제게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고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건 아니지만, 리서치 시간을 원하는 만큼 갖지 못한다는 것이 항상 안타깝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 안에 최선을 다합니다만 항상 시간이 고민이죠! 비평을 위해 어떻게 효율적으로 시간 활용을 하는가.
― ‘미술비평가’를 한 줄로 정의한다면요. 세상에 관심 많은 미술 애호가 수다쟁이요.

 

 

문화행정가 안준형
문화행정가 안준형은 국립서울과학기술대학교 도예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나노IT디자인융합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울산세계옹기문화엑스포 연구원, 이도갤러리 큐레이터를 시작으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큐레이터, 한국도자재단 큐레이터 등 다수의 기획전시와 비엔날레 홍보마케팅을 총괄했으며, 여주시 문화교육국 주무관으로 재직 중이다.

―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국립서울과학기술대학교 도예학과, 나노IT디자인융합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친 이래 이도갤러리,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한국도자재단 큐레이터를 거쳤고, 국립중앙박물관과 예술의전당, 울산시립박물관, 제주도립미술관 등에서 대형 전시 기획, 홍보마케팅 업무를 총괄했습니다. 현재는 경기도 여주시청에서 도자산업 관련 정책 수립 및 전시, 행사기획을 맡고 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심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 도예를 전공하고 어떻게 ‘문화행정가’가 되었나요. 제 경우에는 학부로 입학해 1년 남짓 비교적 다양한 커리큘럼을 고루 들어 볼 수 있었습니다. 2학년이 되어 처음으로 흙을 만져본 이래 3년이라는 시간은 충분히 즐거웠지만, 작업을 업으로 삼아야겠다는 확신은 들지 않았습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미술이 싫다거나 적성에 맞지 않는 것은 아니니 작업을 통한 창조를 벗어나 한 발짝 떨어져 보다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론에 중점을 둔 대학원에 진학했고, 특정 전공에 얽매이지 않은 채 문화와 예술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학내 연구소에서 일하며 여러 공공 프로젝트 기획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행정가 혹은 기획자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 것도 이 무렵이었습니다. 누군가 이끌어준 것은 아니지만 흙이 아니더라도 단어와 문장으로 유무형의 가치를 빚어내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리라는 확신과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 ‘문화행정가’가 되려면 어떤 자질과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문화행정가는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을 수립해 규정된 절차에 맞춰 대중 혹은 예술가에게 제공하는 이를 말합니다. 업무를 위해서는 본인이 주체가 되기보다 정책 수혜자를 먼저 생각해야 하며 보다 앞선 안목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비전을 제시하며 보다 나은 선택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자질로 심미안을 들고 싶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저는 공예를 비롯해 패션, 가구, 인테리어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데 직접 만들기보다는 기존 제품 중 최선의 것을 합당한 대가로 구입해 최적의 장소와 순간에 사용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심미안은 이 전 과정에 필요한 능력으로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서도 최선의 선택을 가능케 합니다. 두 번째로 창의적 기획을 구체화할 수 있는 능력을 들고 싶습니다. 이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의지나 끈기라기보다는 업무 과정을 명확히 이해하고 문서로 구현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공공은 국민의 세금으로 사업을 운영하기에 결제과정이 복잡한 검증 절차를 거쳐 객관성이 담보된 선택을 해야 합니다. 때문에 이를 뒷받침하는 각종 서류를 작성하는 능력은 필수적입니다. 마지막으로 소통능력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설득할 대상이 많다는 것입니다. 또한 정책을 입안함에 있어 수혜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구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지, 행정적으로 불가능하다면 다른 방안은 없는지에 대해 조직 내부는 물론 외부와 끊임없이 소통이 필요합니다.
― ‘문화행정가’가 되려는 학생에게 도움이 될 만한 혹은 책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글쓰기와 말하기 능력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공문서 작성은 물론 기획, 평론, 보도자료, 홍보, 행정, 계약, 협의, 발표 등 말과 글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기에 많은 책을 읽어 언어능력을 증진하기를 권합니다. 또한 업무 특성상 문화와 예술을 비롯해 사회, 경제, 기획에 연관된 법률적 지식도 갖춰야 합니다. 저 역시 매 기획마다 도움이 될 만한 철학, 인문학, 심리학, 미학, 역사학, 사회학 서적은 물론 헌법, 경영, 경제학 등 여러 분야의 서적을 읽고 있습니다. 책 한 권을 추천하자면 칸트의 『순수이성비판(純粹理性批判, Kritik der reinen Vernunft)』을 들고 싶습니다. 출간 이후 많은 사상가들에게 수정되고 부정되었지만, 정책이 가져야할 논리적 구조를 구축하고 말과 문장을 구체화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문화행정가’의 전망은 어떻게 바라보는지요. 프랑스의 초대 문화부 장관이었던 앙드레 말로André Malraux가 ‘개개인을 위한 문화’를 강조한 이래, 문화예술 분야의 양적, 질적 성장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으로 보입니다. 보다 구체적인 사항을 조언하자면 개인적 견해입니다만 사기업에서 문화와 관련된 근무 경력을 기반으로 공공영역에서 활동해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타 분야에 비해 처우 차이가 크지 않기도 하고 비교적 안정적인 고용, 합리적 근무 조건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공무원 시험을 보지 않더라도 별정직처럼 전문경력을 인정하는 채용도 있고 과거보다 개방형 직위가 많습니다. 더불어 지방자치가 확대되면서 전국의 지자체 단위에서 문화예술 관련 기관 및 단체 설립, 채용이 증가하고 있기에 점차 많은 일자리가 마련될 것으로 보입니다.
― ‘문화행정가’로 활동하면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있다면 무엇인가요? 안정적인 상황에 타성에 젖어 피동적인 사람이 되는 것, 창의성을 잃고 현재에 안주하는 것, 변화에 뒤쳐져 도태되는 것, 적극적인 행정보다는 절차와 규정을 이유로 형식적으로 근무하게 되는 것.
― ‘문화행정가’를 한 줄로 정의한다면요. 문화를 통해 국민들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사람

 


갤러리스트 이승진
갤러리스트 이승진은 건국대학교 리빙디자인과에서 도자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현재 원앤제이 갤러리 전시기획팀 큐레이터 겸 갤러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 월간도예 독자들을 위해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이승진입니다. 건국대학교 도자전공 학부와 석사과정 수료를 마친 뒤, 현재 원앤제이 갤러리 전시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 어떻게 ‘갤러리스트’가 되었는가? 작업이 직업이 되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던 시기에, 작가로서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들의 범위에 한계를 많이 느끼며 전시가 기획되는 과정이나, 작품이 유통되는 과정, 컬렉터들을 알고 자세히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부와 대학원을 모두 공예 전공을 하며 느꼈던 현대미술에 대한 갈망과, 평소 새로운 작가들의 작업과 전시구성을 아카이빙 해두던 습관이 갤러리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던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 ‘갤러리스트’가 되려면 어떤 자질과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갤러리스트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작품을 세상에 내보이는 직업이기 때문에, 틀에 갇히지 않고 언제나 개방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미술계의 흐름과 발 맞춰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흡수력이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갤러리스트’와 ‘큐레이터’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갤러리스트와 큐레이터는 예술 현장과 밀착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습니다. 두 직업 모두 역할이 계속 확장되고 있어 어떤 일을 하는지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직업이지만, 크게 큐레이터는 전시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사람, 갤러리스트는 작가를 알아보고 작품을 컬렉터에게 판매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 ‘갤러리스트’가 되려는 학생에게 도움이 될 만한 혹은 책은? 『갤러리스트』김영애/마로니에북스는 큐레이팅이 어떻게 시작되는지부터, 전시가 끝나는 과정까지 상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외국의 사례를 다루고 있지만 큐레이터가 하는 일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줄 수 있는 책으로, 큐레이터를 꿈꾸고 있다면 읽어보면 좋은 책 이라고 생각합니다. 『큐레이터』에이드리언 조지/안그라픽스ㅍ 유명 갤러리스트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갤러리스트가 가져야 할 자질이나 직업에 대한 깊이있는 생각을 해볼 수 있게 해준 책이라 추천하게 되었습니다.
― ‘갤러리스트’의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김영애는 「갤러리스트」에서 에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언급하며, 갤러리가 미술계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최근 블록체인 기반의 NFT가 예술계에 빠르게 침투중인 가운데 무형의 작품을 가상에서 판매하기 시작하며, 작품 유통의 새로운 장르가 형성되었습니다. 작가와 컬렉터가 다이렉트로 믿을 수 있는 거래를 할 수 있게 된 것인데, 새로운 역할을 하는 갤러리스트도 생겨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숨어있는 파트너는 언제든 다른 방식으로라도 계속 존재하겠지요.
― ‘갤러리스트’를 한 줄로 정의한다면? 작가와 컬렉터의 파트너, 미술시장의 숨은 조정자

 


에디터 정수경
프리랜서 에디터 정수경은 홍익대학교 도예과를 졸업하고, 코스모폴리탄 패션팀 어시스턴트와 월간도예 편집부 에디터로 경력을 쌓았다. 패션시장 내에서 공예기반 하우스 브랜드의 형성, 성장과정을 궁금해 했던 것처럼 예술이 사회 속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연구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로 떠나 파리 1대학 미술사학과 학사, 석사를 졸업하고 현재 박사과정 중에 있다. 주 연구분야는 1900년도 ‘예술공예운동 아르누보(Art nouveau)의 근원’이다. 현재 문화콘텐츠 연구자와 함께 미술사, 건축사 그리고 영상콘텐츠를 아우르는 다학제간 연구집인 <턱 괴는 여자들 : 운동장 속 여성의 자리는 어디인가>를 집필 중에 있다. (2021년 발간예정)

―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독립기획자와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는 정수경입니다. 동시에 파리 1대학(Université Panthéon Sorbonne)에서 근현대미술사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으로 1900년대 예술공예운동 아르누보Art nouveau의 근원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종종 사회 속에서 예술의 작동과정에 대한 칼럼을 쓰고 있어요.
― 도예를 전공하고 어떻게 ‘에디터’가 되었나요 대학교 학부생일 때 ‘장인정신Craftsmanship’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습니다. 로에베Loewe나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에르메스Hermès와 같은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설립된 하우스 브랜드의 공방 운영방식을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좀 더 거칠게 말해보자면, 공예적인 정신을 계승하면서 높은 명성과 시장가격을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서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지점을 해결해 줄 수 있을 만한 곳에 스스로를 위치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곧바로 휴학하고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 메거진 패션팀 어시스턴트 에디터로 입사하게 됐어요. 당시 22살, 최연소 직원이었죠. 일 년간 파리, 밀라노, 런던, 뉴욕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가장 따끈따끈한 작품을 에디터 선배들의 화보 촬영을 도우며 모델에게 입히면서 만져보고 들어보고. 또 해외 프레스들의 반응도 실시간으로 알아볼 수 있었어요. 잡지 한 권을 만들면서 한 페이지짜리 작은 기사를 배당받아 기획하고 원고를 작성했어요. 아이템이나 인물을 섭외하고 취재하는 작은 기사였지만 한 글자, 한 단어 고민해서 쓴 글이 물리적인 책으로 만들어져 만져볼 수 있는 경험은 정말 짜릿하더라고요.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할 시점엔 하우스 브랜드 팬디 홍보팀에서 스카웃제안도 받을 만큼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일했어요. 하지만 예술(그 시절엔 도예를 비롯한 공예)에 필요한 것은 조금 더 살펴보고 연구하고 글을 쓰고 재미있는 일로 만들어내는 순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학교로 돌아와서 남은 학년을 잘 마치고 바로 『월간도예』에 입사했죠.
― ‘에디터’가 되려면 어떤 자질과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첫째는 시대의 흐름을 읽는 통찰력을 기르는 것. 둘째는 익숙하고 당연한 것 내면에 흐르는 낯선 것을 포착하는 힘. 마지막으론 의사소통의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선 두 행위는 전시를 기획하고 전시 서문을 작성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일처럼 예술작품을 관찰하여 재생산해내는 일의 필수조건인 것 같습니다. 예술이라 하면 기본적으로 다양성에 그 뿌리를 두잖아요. 다양한 형태와 상황을 관통하는 어떤 하나의 맥락을 추출하고 제시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의 언어를 잘 인지하고 현재 본인이 몸담은 채널(잡지, 웹 플랫폼 등)의 독자와 소통 가능한 언어로 문제없이 바꿀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합니다.
― ‘에디터’가 되려는 학생에게 도움이 될 만한 혹은 책이 있다면. 윤혜정의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을유문화사, 2020 김하나, 황선우의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위즈덤하우스, 2019 유선애의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 2021 이 책들은 에디터 출신 작가가 집필했거나, 기자로서 활동하며 썼던 인터뷰 묶음집으로서 다양한 직군들을 대하는 자세나 인터뷰이의 활동을 바라보는 시선이 흥미롭습니다.
― ‘에디터’의 전망은 어떻게 바라보는지요. 연구를 베이스캠프 삼아 전시기획자와 에디터로 활동하는 저는 이 맥락에서 저의 일을 굉장히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하하). 물론 많은 종이매체가 위태로운 것이 현실입니다. 패션 메거진만 봐도 굵직한 잡지들이 여럿 사라졌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남은 매체들은 종이책을 선호하는 기존의 신실한 독자층을 포괄하고, 종이매체를 기반으로 영상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함께 엮어내며 순항하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에디팅editing과 큐레이팅curating은 같은 프로세스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칠게 말해서 수집하고, 조사하고, 선별하고, 배열하고, 전시하는 것이 큐레이터의 일이라면 에디터는 마지막에 전시 대신 출판을 하는 것”이라는 한 에디터의 말에 매우 동의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글도 쓰며 전시도 기획하며 때론 연구에만 매진하여 생활하는 게 가능하죠. 예술은 결국 다양성을 향해 선회하는 분야라 그 속에서 낯선 관점을 짚어내는 에디터의 근본적인 역할은 여러 분야에서 그 중요성을 확장해 나가리라 생각합니다. 참고로 건축이나 디자인 분야의 큐레이터들 역시 에디터 출신이 많습니다.
― ‘프리랜서에디터’로 활동하면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있다면 무엇인가요? 누군가와 눈을 마주하며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종이 위에 글로, 그것도 이름 석 자가 새겨진 글로 다수의 누군가를 만나는 행위가 무서울 때가 있습니다. 발가벗은 채로 종이 위에 서 있는 느낌, 상대방은안개 속에 있지만 저는 신원을 모두 밝힌 채 공격받을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이건 꼭 프리랜서라서가 아니라 글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모두에게 해당하는 얘기일 것 같아요. 한편 제가 고민하는 부분은 동료의 부재가 느껴질 때입니다. 저는 제가 쓰는 어떤 글에서나 하고자 하는 말이 한쪽으로 편중된 것이 아닌가 살피는 객관화 과정을 항상 마련합니다. 반면에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는 것이 아닌가 고민할 때도 많습니다. 회사에서는 동료나 선배들과 의견을 나누고 조언받기도 하지만 프리랜서는 때론 철저히 혼자기 때문에 더욱더 스스로에게 냉정하려고 노력합니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동료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습니다.
― ‘에디터’를 한 줄로 정의한다면요. 예술·사회현상을 둘러싼 비가시적인 행위들을 관찰하고 연구하고 글을 쓰고 재미있는 일로 만들어 내는 사람

 


전시기획 큐레이터 한정운 큐레이터
한정운은 홍익대학교 도예유리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미학과에서 석사를 취득하였다. 통인갤러리와 정다방 프로젝트 등에서 재직하였고 현재, 한국도자재단 큐레이터로 재직 중이다.

―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한국도자재단 경기도자미술관(구 이천세계도자센터) 큐레이터 한정운입니다. 미술관의 전시기획과 전시운영, 미술관 교육, 전시연계 콘텐츠 개발업무까지 함께 담당하고 있습니다.
― 도예를 전공하고 어떻게 ‘큐레이터’가 되었나요. 대학 3학년 때쯤 ‘작가론’ 수업을 들었는데, 이 수업은 활동 중인 도예작가를 정해서 그 분에 대한 비평문을 쓰는 것이었어요. 다른 친구들은 고인이거나 직접 만나서 인터뷰를 진행하기 힘든 작가들, 그래서 레퍼런스가 많이 있는 작가들을 골랐는데, 저는 아니었죠. 예전부터 남들이 선택하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을 좋아했거든요. 평소 좋아하는 작가 중에 매니악한 작업을 하는 분이 있었어요. 그 작가님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절 기특하게 보셨어요. 다들 과제에 진심이진 않는데, 저는 그렇지 않게 보였던 거죠. 그런데 사실 전 전자였어요. 별 생각 없이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하고 싶어서 내질렀는데, 갑자기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게 된 거였죠. 그런데 작가님이 좋게 말씀해주시니 갑자기 우쭐해졌어요. 그 때 작가님이 말씀하셨죠. “혹시 큐레이터가 꿈이에요?” 순간 시간이 멈추고, 저는 자기기만과 최면에 빠졌죠. “네. 꿈입니다.” 그리고 전 정말 큐레이터가 되었어요.
― ‘큐레이터’가 되려면 어떤 자질과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자질과 재능은 부차적인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자질과 재능은 노력과 체력 그리고 뚝심, 인내, 끈기로 커버될 수 있거든요. 아닌 경우도 있지만 그건 아마도 세계의 미술시장과 한국의 미술시장을 움직이는 10프로 내외의 아주 능력이 뛰어난 큐레이터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굳이 말하자면, 기획을 탄탄히 할 수 있는 인문학적 소양과 전시연출을 머릿속에 떠올려보고 2D로 구현할 수 있는 공감각, 그리고 색감에 대한 센스도 필요한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말하면 끝이 없을 것 같긴 한데, 아시다시피 큐레이터는 멀티여야해요. 그런데, 멀티가 되지 않아도 노력과 체력 그리고 뚝심, 인내, 끈기 같은 것들이 있다면 언젠간 되게 돼 있어요.
― ‘큐레이터’가 되려는 학생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전시업무는 책으로 보는 것보다 현장에서 배우는 게 훨씬 많아요. 글로 일을 배우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대신, 여러 분야의 교양서적을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예컨대 『미학 오디세이』 진중권, 『디자인의 디자인』 하라켄야, 그리고 『공예로 생각하기』 글렌 아담슨 같은 책이요. 『월간도예』나 『월간미술』, 『아트인컬쳐』, 『서울아트가이드』 잡지나 ‘클레이파크’, ‘네오룩’, ‘김달진미술연구소’ 사이트도 챙겨서 보는 게 좋겠죠. ‘큐레이터 세상’같은 카페에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고요.
― ‘큐레이터’의 전망은 어떻게 바라보는지요. 사람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욕구가 점차 많아지고 있고, 어린이 미술관이나 박물관, 미술관에서 어린이 전시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비율이 치솟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미래의 사람들은 미술관을 키즈카페나 영화관처럼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콘텐츠도 점차 강화되고 확장될 것 같고요. 그런 점에서 전망은 나쁘지 않죠.
― ‘큐레이터’로 활동하면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있다면 무엇인가요? 도태되는 것이요. 큐레이터는 좀 더 사회현상에 예민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끊임없이 지식과 경험을 쌓아야만 하죠. 만일, 학과과정에서의 배움을 끝으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소위 말하는 꼰대가 되고 말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게 참 쉽지 않네요.
― ‘큐레이터’를 한 줄로 정의한다면. 전시로 말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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