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도자실습서『나만의 도자기 만들기』 출간
정연택 명지대 명예교수 저
글.이연주 기자 사진. 편집부
쉬운 실기지식 필요한 일반인들 위해 일러스트로 친근히 담은 길잡이
오랜만에 도예실기 신간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총 272페이지, 268×198mm 크기로 한문화사에서 발간한 이 책은 저자 정연택 명지대 명예교수가 직접 기획·구성한 실기 방법을 고스란히 담아낸 실습 기본서이다. 발간 당시 저자가 추구한 것은 기존의 전문 가 중심의 실기를 현대사회가 필요로 하는 보편화된 문화 영역으로 재규정해 일반인들 에게 적용하는 것이었다. 본문은 도자기란 무엇인가? 라는 ‘도자기의 이해’를 시작으로 ‘성형방법’, ‘건조과정’, ‘초벌구이’, ‘유약작업’, ‘재벌구이’, ‘도자기 장식’ 등 총 7장으로 과정을 세세히 다뤘으며 다양한 사례와 팁도 함께 수록했다. 또한, 일러스트와 사진을 풍 부하게 배치해 이해도를 높인 점이 특징인데, 이를 통해 일종의 기본안내서로써 도예 전공자 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도예실습의 현장을 알기 쉽게 알리고자 했다. 이 책은 지난 8년간 준비해온 것으로 “난이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도자공예를 배우고자 하는 일반인과 전공 초년생에게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INTERVIEW-저자 정연택 명지대 명예교수
이번 실습교재는 어떤 차별점이 있습니까.
일반 시민, 문화 시민을 대상으로 ’보탬이 될 만한 실습교재가 필요하겠다‘라고 생각을 했어요. 기존의 교재가 없는 건 아녜요. 그런데 대부분의 교재들을 보면 너무 개략적이거나 지나치게 설명이 많아요. 사 상으로 이해도 잘 안 되고 그 많은 글을 본다는 게 일반 사람들에게 쉽지 않아요. 제가 촬영장비를 전문적으로 갖출 수도 없는 상황이라 직접 일러스트로 그렸어요. 작업을 사진으로 직접 찍은 다음에 일러스트 프로그램을 이용해 그림을 딴 거예요. 실제 이미지를 갖고 했기 때문에, 간략하게 하되 세세한 디테일들을 챙겼어요. 책을 보는 사람이 그림만 보더라도 전체 흐름을 알 수 있게 하는 게 포인트였어요. 각 챕터에는 가장 기본적인 내용만 담았어요. 다음 책에서는 심화할 수 있는 것 들로 구성할려고 해요. 공예의 대중화를 앞으로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 이후에 우리 삶의 한 형태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보고 책을 내게 된 것입니다.
공예의 대중화가 필요하다면 가장 큰 이유는 무엇입니까.
현재 사회는 두 가지를 상실한 시대라고 봅니다. 첫번째는 생존 기술, 두 번째가 생산수단을 말하는 것인데, 인류의 생존 기술이라는 것은 과거에 우리 조상들은 ‘자가 생산’이 기반이 됐던 거죠. 먹거리가 됐든 집을 갖게 됐든, 옷을 지어입든 등 기본적으로 생존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던 거죠. 지금은 돈이 없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예요. 인간의 고유한 능력으로서의 생존기술을 잃어버리는 거죠. 두번째는 생산수단의 상실인데, 예를 들면 수공 업 시대에서 기계생산 체제로 오면서, 수공업에 종사했던 장인들이 공장의 임금 노동자로 전환되면서 생산수단이 자본가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가리킵니다. 이 두 가지를 상실한 게 오늘날의 사회라고 봐요.
이 책을 쓴 게 이 맥락에 있어요. 첫 번째, 여기서 다루는 것은 도자기 기술을 하나의 생존기술로써 소위 자가 생산을 위한 기술 전수를 하자는 거예요. 두 번째는 이 같은 자가 생산을 통해 노동의 자율성을 회복하고 창의적인 삶을 추구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오늘날 문제가 되는 것은 개개인의 삶에 있어서 주체성이 상실되는 것. 자기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기회가 상실되는 거죠. 인문학자들이 산업화된 사회를 거쳐오면서, 인간의 자율성을 회복하자는 주장을 펴왔죠. 그러나 자본주의 임금 노동제가 변하지 않는 이상, 자율성 획득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죠. 여가 생활을 통해 자율성을 추구하려고 하지만 단지 취미생활에 불과할 뿐입니다. 따라서, 자율성을 바탕으로 오랜 숙련을 통해 창조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예요. 본질적인 의미에서 노동은 나의 개인화에 이 바지하는 앎으로서의 활동과 타인들의 독특성을 수립하는 데 이바지 하는 활동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공예의 사회적 효용성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까요.
『고용은 끝났다』의 저자 베르나르 스티글 레르가 말하는 건 4차 산업혁명 이후 인공지능 사회가 옴으로써, 임금 노동을 토대로 하는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거예요. 하지만 스티글레르는 이를 긍정적으로 봐요. ‘고용의 종말이 오히려 노동의 본질적 가치와 의미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이지요. 즉, 노동은 과거의 임금노동이고, 일은 임금노동제가 아닌 것으로 정의하면서, ‘주체성과 인간적 본질’을 구현하는 일을 되찾자고 주장합니다.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노동은 임금노동인데, 이 임금노동제가 변하지 않는 이상, 앎으로서의 일은 나를 위해서 쓰는 여가생활로 여겨지는 것이죠. 이러한 점에서 앎으로서의 일과 공예는 깊은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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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0년 11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