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일 금속공예가·국민대 교수 의 추천도서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시골빵집과 마르크스라니....
맛있는 빵으로 성공적인 사업을 일궈 일본 뿐 아니라 한국에까지 잘 알려진 와타나베 이타루. 그러나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빵집 사장의 사업수완이나 빵 만들기의 비결 때문이 아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한 개인이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성찰하며, 자신에게 맞는 노동의 형태를 선택하고 이를 지속하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많은 공예가들의 모습 아닌가.책 안에서는 세 갈래의 이야기가 독립적으로 혹은 서로 교차하며 진행된다. 우선 주인공 부부가 자신들의 인생을 걸고 탐구하는 빵과 균에 관한 이야기이다. 고대 이집트에서의 탄생으로부터 시작되는 빵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천연균 빵이 탄 생하기까지의 우여곡절을 소개한다. 두 번째는 이타루가 젊은 시절부터 고민하고 좌절해 온, 오늘날 우리 모두의 직업, 노동, 소비 등을 결정하는 경제시스템을 따져보며, 자신의 분 석틀로 삼은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소개한다. 웬 마르크스? 그러나 이타루식 해제는 이 방대한 19세기 고담준론의 핵심을 명쾌하게 찌른다. 그리고 이 두 갈래 이야기가, 늦깎이 대 졸생이 회사생활에서부터 시작하여 정신적 동지이자 아내인 마리와 만나 시골빵집을 결행하게 되는 인생이야기에 스며들어 잘 반죽된 빵처럼 구워진다.
사족. 제자들과의 독서모임에서 가끔 인기투표를 해보면 늘 최고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책이다. 군침 도는 빵 이야기 때문일까. 그보다는 젊은 작가지망생들이 어렴풋이 그려보는 자신들의 미래가 시골빵집의 풍경 곳곳에서 얼핏얼핏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 정문주 옮김 | 더숲 | 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