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2020.07월호 | 뉴스단신 ]

산청요 민영기·민범식
  • 편집부
  • 등록 2020-07-29 13:01:27
  • 수정 2020-08-15 17:09:51
기사수정

 

SPACE

쌓아온 세월과 나아갈 미래
산청요 민영기·민범식

글.이수빈 기자 사진.이은숙 포토그래퍼

서울에서 차로 4시간을 넘게 달려야 닿을 수 있는 경남 산청요. 민영기 작가는 40여 년 전 이곳에 터를 잡고 찻사발을 빚었다. 전화조차 들지 않던 오지에 고속도로가 놓일 만큼 시간이 지나고 발전했지만 작가는 첫 마음가짐으로 성실하게 그릇을 빚고 있다. 처음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아들 민범식 작가가 함께 작업한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한 곳을 지키다
논밭을 지나 보이는 작은 세움 간판이 산청요임을 알린다. 넓은 마당을 중심으로 도예가 민영기 부부의 거처인 한옥, 새로 지은 카페, 2층 신축건물이 한 눈에 보인다. 산청요의 찻그릇과 분청사기를 찾던 기존 고객들과 커피와 차를 즐 기려는 사람들로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산청은 예로부터 푸른 산세와 맑은 강이 상징적인 청정지역으로, 도예가에게는 질 좋은 점토의 생산지로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민간 요장이 많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오늘날 지역에 터를 잡고 흙작업을 하고 있는 곳은 산청요 뿐이다.

도예와의 첫 만남
민영기 작가는 우연한 기회에 도자를 시작했다. 그는 학업을 위해 고향 산청을 떠나 부산에서 민예사를 운영하는 친척집에 머물렀다. 가게에 방문한 많은 일본인이 큰 값을 내고 조선백자와 고려청자 재현품을 구입하는 것을 보면서 도자의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때마침 서울에서 조선도공의 후예인 나카사토 작가의 전시가 열렸고, 정부는 이를 계기로 일본으로의 도자유학지원을 활성화했다. 조선 도공의 후손에게서 조선 백자와 분청사기를 재현할 기술을 배워오기 위해서였다. 당시 27세였던 민영기 작가는 매형의 권유로 유학길에 올라 일본 사가현 가라츠의 나카사토 작가 작업실에서 5년 간 도자를 배웠다.

찻사발 재현을 위한 인고의 시간
민영기 작가는 5년 뒤 산청에 돌아와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이곳은 강으로 둘러싸여 나룻배를 타고 오가는 외딴 지역이었다. 하지만 옛 분청사기 가마터의 흔적이 남아있어 작업을 시작하기 좋은 환경이었다. 그는 78년 산청요 설립 후 80년대 중반까지 분청사기를 주로 작업하다가 80년대 후반부터 조선 찻사발의 재현에 몰입했다. 일본에서 인연을 맺은 故하야시야 평론가와 정양모 관장이 해마다 산청요를 찾았다. 그들은 다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사발굽이 종이 한 장 정도만 더 높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흘려듣지 않고 그는 매일 300개의 사발을 만들었다. 머리를 깎고 두문불출 하며 물레를 차고, 가마 불을 지폈다. 1996년, 두 스승은 세상에 선보일 때가 되었다며 일본에서의 첫 개인전을 열도록 아낌없이 지원했다.전시는 호평을 얻었고, 민영기 작가의 찻사발은 널리 알려졌다. ‘수준높은 다완을 만드는 작가가 산청에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철저한 장인정신
민영기 작가의 분청사기 항아리는 큰 기형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가볍다. 이는 기면을 두드려 얇게 만들어 점토 입자가 단단히 결집하기 때문이다. 컨테이너 창고에는 그의 분청사기와 다완이 가득하다. 쌓여있는 작품을 내어달라는 요청이 있지만, 작가는 결점이 있는 작품은 내놓지 않는다. 선보이는 순간, 민영기를 상징하는 작품이 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작품의 결함은 곧 작가의 부족함을 드러낸다고 여긴다. 그는 조선의 다완과 같이 완벽한 찻사발을 만들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 완벽한 자태에 근접하려 끊임없이 노력중이다.

계승과 창작 사이에서
민영기 작가의 두 아들 중 장남 민범식 작가는 산청요 2대 代로, 아버지의 업적을 잇고있다. 민범식 작가는 산과 들을 뛰어다니고 더운 날엔 집 앞 경호강에서 멱을 감으며 시골아이로 자랐다. 작가는 흙과 가까운 도예가의 삶이 적성에 맞았다고 회상한다. 진주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미술학원에서 그림을 배웠고, 자연스럽게 도예학과에 진학 했다. 2003년에 서울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산청으로 돌아와 아버지에게서 도자의 제작기법, 도예가로서의 정신을 배우고 있다. 민범식 작가 역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분청사기와 찻사발에 집중했다. 그의 분청작업은 주로 각이 진 형태로, 여러 겹의 화장토층이 표면의 색상을 풍부하게 한다. 자유로운 음각선은 추상성과 리듬감이 두드러진다. 작가의 찻사발은 문양을 새기지 않은 다완의 원형을 따르기 때문에 물레질과 불 조절이 관건이다. 그는 작업실 마당에 한 칸 크기의 작은 장작가마를 짓고 수시로 번조하며 흙과 유약을 실험했다. 작가는 경남 찻사발 초대공모전 으뜸상 (2008) , 대한민국 분청도자대전 동상 (2014) 등을 수상했고 경남 관광기념품공모전 심사위원 (2018) 을 역임하는 등 지역에서 인정받는 도예가로 성장했다.
.

.

.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0년 7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0
비담은 도재상_사이드배너
설봉초벌_사이드배너
산청도예초벌전시장_사이드배너
월간세라믹스
전시더보기
대호단양CC
대호알프스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