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II
도예가들의 펀딩 성공기
정리·진행. 이연주, 이수빈 기자
탄탄한 철학이 우러나는 차도구
당신의 티타임을 더욱 풍부하게
토림도예
“우리 그냥 차마셔요.”
두 사람의 격의없는 제안은 매력적인 주문과 같다. 중앙대에서 도예를 배운 캠퍼스 커플 출신인 부부는 격식없는 차문화와 도예가 어루어진 개완의 미학을 선보여왔다. 지난 2017년 큰 성공을 거둔 펀딩 프로젝 트는 이후 도예가들이 펀딩을 준비할 때 참고해야할 선례로 손꼽이고 있다.
개완을 펀딩 형식으로 기획한 배경이 궁금 하다.
김유미_개완은 전형적인 중국 차도구 중 하나로 사람들에게 낯선 도구이다. 펀딩에 참여한건 개완에 대한 시장성 테스트였다. 대중에게 물건의 필요성과 실용성에 공감을 얻을 수 있는지 궁금했다. 특히, 개완에 집중한 건 얇은 기물을 선호하는 우리의 성향과 개완의 특징과 잘 맞았다. 차주전자는 보온성이 중요해 기면이 얇으면 강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개완은 얇을수록 강점이 되는 도구였다. 개완은 손과 직접 닿기 때문에 미세한 차이로 열전달이 좋거나 나빠진다. 중국에서 사온 개완들을 통해 장단점을 파악하고, 장점만을 모아 프로토타입 을 만들고 사용하면서 우리만의 스타일로 만들었다.
소셜 펀딩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 _차를 잘 모르는 사람들과 개완처럼 새 로운 아이템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 펀딩인 것 같았다. 차를 원하는 타깃층을 확인해보고 싶었고, 브랜드 런칭을 담당하 는 마지노와 함께 펀딩에 참여하게 됐다.
프로젝트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기획했나.
신정현 _펀딩을 준비하면서 브랜딩 팀과 자주 이야기한게 기존의 차 시장이 타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보통의 젊은 사람들은 ‘차를 마시고 싶은데 어디서 어떻게 마셔야 되는지 모르겠다’, ‘차를 잘 몰라도 편하게 마실 수 있었음 좋겠다’고 말한다. 개완은 찻잎을 우려내고 잔뚜껑을 살짝 기울여 찻물을 따라내는 도구인데, 개완 하나로 ‘격식없이,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차’를 보여주고 싶었다.
김_ 젊은 사람들도 생각보다 차를 많이 마 시고 있었지만 ‘차를 마신다’라는 취향 자체가 올드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그래서 차도구의 형태나 색상 등을 회색 콘크리트 공간처럼 힙하고 세련된 공간에 둬도 무리 없을 만하게 만들었다. ‘커피 마시듯이, 술 마시듯이 편한 느낌이면 좋겠다.’라는 점을 공략했다.
펀딩 플랫폼 중 와디즈를 선택한 기준은?
신 _당시 2017년 와디즈가 디자인, IT 등이 강세였다면, 텀블벅은 예술, 공예 분야로 우세한 분위기라 텀블벅을 목표로 기획했다. 하지만 도예에 국한하기보다 다양하고 새로운 소비자를 만나는 플랫폼으로 공략해보자 해서 와디즈에서 진행했다. 기존 분야에서 접하던 풍경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실험적인 결과를 도출하고 싶었다.
도예 작가들이 크라우드 펀딩을 준비할 때 노하우를 전해준다면.
김_ 노하우보다 해주고 싶은 말은 본인 작업의 타깃이 정확하고 작업색이 정리된 후 펀딩에 참여할 것을 추천한다. 그렇지 않으면 펀딩 결과에 따라 흔들릴 수 있다. 그리고 ‘얼마나 팔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더 고민했으면 좋겠다.
펀딩 이후 달라진 점이 있었다면.
김_ 도자기와 차를 즐기는 사람들이 40~50 대에서 20~30대로 연령대가 젊어진 점과 차를 잘 모르던 사람들이 찾게 된 점이다. 마침 때가 좋았던 게 펀딩 오픈을 2주 앞두 고 ‘효리네 민박’ (2017.06.25.~09.24.방영/ 가수 이효리, 이상순 부부 두 사람이 제주도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프로그램) 이 시작 됐다. 차 마시는 모습이 자주 비쳐져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프로젝트 진행 시기와 겹쳐, 방송의 시너지 효과를 얻은 운도 있었다.
신_ 최근 2, 3년 사이에 시장이 많이 변했다. TV매체에서도 차 마시는 모습이 자주 보이면서 차에 대한 벽이 낮아진 것 같다. 펀딩 후 인스타그램 팔로우가 늘었고, 이를 통해 많은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으로 주 문하는 경우가 판매 경로의 60%를 차지하 는데, 소비자 입장에서 간편하게 구입할 수 있고, 숍이나 작업실에 방문할 때의 심적 부담도 덜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 구입의 편리성과 필요성에 공감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김_ 해외 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를 통한 프로젝트를 준비했으나 코로나 사태로 미뤄진 상태다. 해외 펀딩은 수출품에 해당해 안정성 검사 등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제작 준비만으로 벅차서 브랜딩은 일임하 려고 한다. 일본 펀딩 사이트에서도 와디즈 펀딩을 보고 연락을 주거나 여러 루트를 통 해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
신_ 작업을 더 잘 하고 싶은 바람이다. 한 가마에 한 가지 발전처럼 조금씩 성장할 수 있다면 좋겠다. 아이가 크는 것처럼 뒤돌아봤을 때 한뼘 더 성장한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도예가를 위한 컬러 가이드
색소지 컬러칩
오영민
최근 펀딩 플랫폼에는 새로운 제품 외에도 창작 활동에 도움을 주는 프로젝트들이 눈 길을 끈다. <색소지 컬러칩>은 대학원 재학 중인 오영민 작가가 진행한 프로젝트로, 국내에 시판 중인 고화도안료 106종의 배합비에 따른 발색을 컬러 차트로 정리한 책이다. 다양한 안료의 색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컬러 가이드북은 도예 전공 학생, 작가, 분야 관련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후원자 약 600명이 원하는 색을 찾는 과정에서 쓰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겠다며 반가워했다.
색소지 컬러 칩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도자기는 니켈, 동, 철 등 다양한 산화물로 색 표현이 가능하지만, 안료만으로 표현할 수 있는 색상이 있다. 그래서 많은 도예인과 학생들이 비교적 고가의 시판 안료를 구매해 사용한다. 도자 안료는 완성된 색을 번조 후에야 알 수 있는데, 이 때문에 매 작업 전 수차례의 실험이 필요했다. 안료의 대략적인 발색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프로젝트를 크라우드 펀딩에서 진행한 이유는 무엇인가.
크라우드 펀딩은 제작을 위한 자금 확보와 홍보 면에서 다양하고 폭넓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안료 106가지와 흙을 구매하는데 큰 금액이 필요했다. 제작비용을 후원받는 크라우드 펀딩이 프로젝트 실행에 가장 적합한 방법이었다. 이번 프로젝트 <색소지 컬러칩>은 특정분야 대상이었기 때문에 론칭 전 다양한 루트로 후원자를 확보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인스타그램, 클레이파크 등 도예인이 자주 찾는 채널을 통해 프로젝트를 홍 보했다.
두 개의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고양이 술잔과 도자 시편은 경험을 반영한 프로젝트라고 들었다.
<꿈꾸는 냥이잔>은 학교에 사는 길고양이들을 돕기 위해 시작했다. 술잔은 텀블벅에서 인기가 많고, 내가 구상한 디자인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잔에 고양이를 음각으로 새긴 후, 작은 구멍을 내고 투명유를 입혀 길고양이가 별처럼 보이도록 디자인했다. 참여자들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분들이었다. 순수익의 절반은 길고 양이를 돌보는 동아리 ‘국민대 고양이 추워요’와 한국 고양이 보호 협회에 기부했다. <색소지 컬러칩>은 학기마다 안료 테스 트를 반복할 때마다 그 필요성을 느꼈다. 목표금액을 300만 원으로 높인 건 합리적 인 가격대로 인쇄를 하려면 일정 수량을 맞춰야 해서다. 사람들이 ‘이거 정말 필요했어!’라며 입소문이 퍼져 일주일 만에 목표한 금액을 넘겼다. 두 펀딩의 품목과 구매층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내 관심사에서 출발한 프로젝트였다. 내가 필요한 물건이 라면 다른 사람들도 원할 것이고, 그만큼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커뮤니티 기능이 후원자와의 소통에 도움이 되었나.
펀딩 플랫폼의 커뮤니티는 소비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발판이다. 예상 목표보 다 거의 일곱 배나 많은 주문을 받으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커뮤니티를 활용 해 준비 단계부터 배송을 보낼 때까지 후원 자 의견을 참고할 수 있었다.
첫 펀딩 <꿈꾸는 냥이잔>을 제작할 때, 유약을 잘못 입히는 실수로 인해 한 가마 분량의 제품이 모두 불량으로 나오는 사고가 있었다. 배송이 1~2개월 늦어져, 커뮤니티에 사진과 함께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놀랍게도 환불을 요구하고 화를 내는 후원자는 없었고, 오히려 응원해줘 감동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번 <색소지 컬러칩> 프로 젝트는 실험할 흙을 정하기 위한 설문을 진행했다. 창작자와 후원자 사이에 공통된 배경지식이 있던 상황이라 설명이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았다.
주변 도예인에게 크라우드 펀딩을 추천하고 싶은가.
학부 때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진로를 확고히 정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는 상업적인 것을 배우지 못했는데, 펀딩을 통해 마케팅, 고객 응대와 배송에 관해 속성 과외처럼 배울 수 있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쉽게 시작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다는 전제로, 작업을 시작해보려 는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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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0년 6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