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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8월호 | 특집 ]

특집2) 섬을 품은 옹기를 만드는 사람들
  • 편집부
  • 등록 2020-06-01 15:57:35
  • 수정 2020-06-05 1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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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eature II

섬을 품은 옹기를 만드는 사람들
글.김진아 한향림옹기박물관 전시팀장

한국인의 생활문화를 소개할 때, 가장 대표적인 음식으로 발효음식인 김치와 장류, 젓갈류를 많이 꼽는다. 세계에서 발효음식 종류가 가장 많은 나라로 알려진 한국이지만 이 발효음식들을 만들고 저장하는 용기였던 옹기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었다. 그러나 과학적 검증을 통해 옹기가 음식들을 오랜 기간 부패하지 않게 저장하는 기능이 있음이 밝혀지고, 박물관의 기획전이나 국제워크숍 행사 등을 통해 기능별, 지역별로 다양한 형태미와 제작 기법 등이 조명되면서 옹기에 대한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는 점은 도예계 안에서도, 한국 전통문화의 저변확대 측면에서도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이다.

한향림옹기박물관은 지난 2011 년부터 경상도를 시작으로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 등 지역별 옹기와 옹기장들을 소개하는 특별기획전을 개최해왔다. 한국 전통옹기의 실용성과 그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알리는 것에 중점을 두고 기획되었던 앞선 4 개의 전시에 이어 올해는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섬, 제주도의 옹기에 대해 특별조명하는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이 전시에는 모두 세 명의 제주 출신 도예가들이참여하고 있는데, 본 지면에서는 제주의 전통옹기를 연구하며 제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가고 있는 강승철, 오창윤, 정미 선 작가의 활동 배경과 작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970 년대 이후 전국적으로 옹기의 수요와 제조가 줄어들고 옹기를 사용하는 생활문화가 점차 사라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현대식 주거형태인 아파트가 보편적인 생활 문화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다른 지역보다 아파트 문화가 상대적으로 늦게 보급된 편이지만, 옹기의 대체품인 고무와 플라스틱, 스테인리스 기물들의 보급과 확산은 빠르게 일어났다. 특히 수도가 정비되면서 일일이 물을 길어 나르던 제주 여인들의 수고스러운 일이 사라지고, 제주의 옹기, 특히 물허벅의 생산과 판매는 거의 맥이 끊기다시피 하였다. 그러나 1990 년대 말, 사라져가는 옹기를 다시 제주의 전통문화 범주로 끌어오려는 분위기가 일면서 제주 옹기의 복원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현재는 제주옹 기문화연구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가 결성되어 제주 옹기에 대해 다방면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제주 옹기의 지속가 능성과 재료로서의 제주 점토에 대한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다.

제주의 도예가 강승철, 오창윤, 정미선은 모두 제주에서 태어나 성장하였다. 제주대학교에서 도예를 배운 이들은 졸업 후 서울과 경기도 이천, 경상도 등 다른 지역에서 대학원을 거쳐 작가로서의 수련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제주의 문화와 다른 지역의 문화를 비교, 체험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이들은 ‘제주도’라는 자신들의 출생 배경에 대해 깊이 고민한듯하 다. 다시 제주로 돌아온 이들은 제주의 옛 옹기들과 가마들을 연구하고 전통 기술을 익히며 약속이나 한 듯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소재로 작업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이 태어나 성장하던 1970 - 80 년대는 제주에서 옹기의 생산이 거의 이뤄지지 않던 시기였다. 제주에서 마지막으로 물허벅을 사용한 부모 세대와 달리 스테인리스나 유리, 자기로 된 식기와 저장 용기들을 사용하고 자란 세대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부모들이 사용했다던 제주의 옛 옹기들은 이들에게 특별한 것이 되었고, 동시대에 존재하고 있는 살아있는 전통으로서 이들 세 작가에게 예술창작의 동기로 작용하게 되었다.

강승철은 옹기를 빚는 과정을 일상으로 끌어들여 과거의 제주 옹기를 현재의 제주 옹기로 옮겨오는 작업을 한다. 그래서 그는 가능한 옛 허벅장들과 똑같은 과정을 거쳐 옹기들을 제작하고자 한다. 직접 흙을 채취하여 수비하고, 물레에서 타렴질을 하며, 돌가마에서 불을 지피는 모든 과정이 그에게는 하나의 실험이자, 작품의 주요 테마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제주에서 열린 강승철의 열 번째 개인전에서 그는 기물의 몸통에 명칭과 제작자의 이름을 새 김으로써, 기능을 잃어버린 제주 옹기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제주 옹기에 대한 나 름의 존재 이유를 만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작가는 과거의 기물이 현재로 답습되면 어딘가 모를 어색함이 느껴지게 되는데, 그 이유를 옹기와 시대적 생활문화와의 밀접한 연관성에서 찾고 있다. 따라서 제주 옹기가 생명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지금의 생 활과 연관하여 그 기능과 형태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고민은 제주 옹기에 대 한 보존과 연구로 이어져 1970 년대 이전에 제작된 다양한 제주 옹기 소장품과 본인의 작품 을 바탕으로 최근 제주에 ‘제주옹기 숨 미술관’을 개관하였다. 현재는 활발한 작품 활동과 함께 미술관을 중심으로 제주 옹기를 알리기 위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오창윤은 제작과정을 포함한, 사소하지만 번거로움을 요하는 경험에서 창작의 영감을 얻는다. 어떤 날은 바다에서 몽돌을 줍고, 어떤 날은 흙으로 몽돌을 만들기도 한다. 제주 옹기는 일상에서 사소하게 쓰이는 용기들이지만 그것들을 만들기 위해서 재료를 채취하고 성형하여 가마에 굽는, 나름의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작가는 이 과정 자체를 영감의 시간으로 끌어들여 유용성을 갖춘 형태의 작품을 만듦으로써 가치를 창출한다. 현재 제주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문화조형디자인전공 교수로 재직하면서 기물에 단순한 기능을 부여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기능의 확장 에 초점을 두고 새로운 경험을 창출하는 도구로서 기물을 해석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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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19년 8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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