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II
지금, 청자도예가들
글.박중원 독립큐레이터/ 국민대 도자공예학과 조교수
보전을 위한 끊임없는 변화
해강 유광열
해강海剛은 우리나라 근·현대 도자의 흐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해강청자의 시작은 청자장靑磁匠으로 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된 1대 해강 유근형柳根瀅 1894~1993 으로 시작되었다. 장인은 전국의 옛 가마터를 찾아다니며 우리 나라의 청자 파편을 발굴하고 유약 및 재료에 대한 연구를 통해 고려 이후 500여 년간 단절되었던 청자의 비색翡色 복원에 평생을 바쳤다. 유물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동반되어야 청자의 계승 및 새로운 창출이 가능하다고 믿은 장인은 1960년 아들인 2대 해강 유광열柳光烈 과 함께 해강고려청자연구소를 설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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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복구와 재해석
세창 김세용
오늘날까지 한국의 근·현대도예가들에게 전통은 매력적인 소재로 인식되어왔다. 전통적 재료와 기법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해온 세창世昌 김세용金世龍장인에게 토기, 청자, 분청사기, 백자로 이어지는 한국 도자 전통의 유산 속에서 청자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은은한 비색翡色과 세밀한 투각으로 고려 청자의 아름다움을 이어가는 장인은 1966년에 도예에 입문한 이래 지난 50여 년 동안 전통의 계승뿐 아니라 수많은 공정 개선을 통한 새로운 기술 개발로 13세기 청자를 넘어 동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독자적인 현대 청자를 선보이고 있다. 2002년 대한민국 명장(349호)에 선정된 장인은 “도자기는 영구한 생명력을 지닌다. 땅에 묻혀있다 나오거나 바닷속에서 건져 올려도 만들어진 시대의 혼을 담고 있다. 고려나 조선의 도자기를 그대로 따라 했다는 느낌이 들면 이는 도자기로서 생명력 이 없다는 뜻이다.” 라고 말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장인은 끊임없는 실험과 연구를 반복하며, 새로운 청자 창출을 위해 제작 기법이나 유약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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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EATUREII
지금, 청자도예가들
글.이연주기자
솔직함으로 숭부하는 명쾌한 청자
이동하
이동하 작가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으로 청자를 세련되게 풀어낼 줄 아는 도예가이다. 그는 몇몇 거장이 주도하던 청자계에 새로운 생각과 신선한 감각을 가진 새로운 청자작가로 주목받으며 등장했다. 청자 작업을 시작한지 15년이 지난 지금 그는 명실상부 현재 청자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청자합과 반, 삼족향로, 접시와 다완 등을 물레로 성형하고, 선과 형形이 간결한 기물에 청자유를 입힌다. 청자유를 구입해 조합한다는 그는 청자를 쉽고 어렵지않게 작업할 수 있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다. 직접 흙을 캐낼 상황이 되지 않는다면 가장 가까운 곳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작업을 지속하는 것이 작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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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차이는 디테일
이은범
이은범 작가는 청자를 택한 이유가 당시 먹고 사는 문제로 청자를 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이라고 말한다. 남들하고 경쟁 안하고 살 수 있겠다 싶었고, 청자로 돈 벌 수 있겠다 싶었단다. 그는 ‘해볼거면 제대로 해보자’는 의지로 해강도자 故유근형에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거절당했다. 도제식으로 배운 청자 도예가는 많았지만,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들 중 청자를 작업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는 신상호 도예가의 작업실 부곡도방으로 들어 가 청자와 분청 등 여러 흙을 다뤘다. 그에게 청자는 옥색의 보물처럼 보였다. 반질하고 은은한 기품에 매료되면서 청자를 이용해 조형작업을 결심했다. 하지만 청자를 오브제의 재료로 쓰이지 않는데 그 이유가 있었다. 공들여 만든 조형물이 갈라지고 터지기 일쑤였다. 그는 청자흙을 진지하게 연구하기 시작했다. 자연 상태의 점토를 확대해보면 육각형 판모양이라 잘 무너지지 않는데, 판매하는 흙은 청자토의 비율이 낮고, 퍼석거리는 성질의 사질 배합이 높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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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의 신선한 도약과 변화
윤호준
윤호준 작가는 청자를 다양한 맥락에서 보여준다. 청자 원작을 재해석하는 그의 작업방식은 수천 년간 이어 내려오는 전통의 미감을 살리면서 청자를 둘러싼 인식을 변화시킨다. 참외모양 병에서 모티프를 얻어 참외를 갉아먹는 조형적 접근 방식이나 어형연적에서 물고기가 튀어 오르는 표현은 전통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청자의 지루한 양상에 신선한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작업에는 아我가 등장한다. 과거 에는 자아였지만, 지금은 자아, 아이 등 여러 아我를 오픈해 두고 있다. 아我의 순수한 동경과 호기심을 드러내는 표현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사실적이다. 욕망하는 표정과 실망하는 표정, 슬라이딩으로 넘어지는 순간의 역동성, 복福을 훔쳐 달아나는 묘사는 윤호준 작업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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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의 청자
최진호
최진호 작가는 모던 청자를 모티프로 한다. 관상예술의 청자를 넘어 쓰임이 있는 현대적 청자를 고민하면서 시작된 그의 작업은 청자 오목접시, 굽이 있는 고족접시, 술병과 술잔의 드링큰인 세트 등 다양한 생활청자를 선보이고 있다. 홈쿡, 홈카페, 홈술 등 실용적인 차림의 청자를 제안하며 온라인숍과 펀딩을 통해 청자의 대중화를 목표로 꾸준히 활동 하고 있는 ‘최진호 도예’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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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에 담아낸 풍경
이예원
청자 작업이 갖는 매력은 무엇인가
선생님께 들은 말씀인데, 백자는 칼맛, 분청은 손맛, 그리고 청자는 그 중간맛 이라 하더군요. 뭐든 중간점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는 작업이라 청자 작업이 매력 있는 것 같습니다.청자를 만드는 과정은 저를 어렵게 하지만, 결과물을 바라보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빛깔을 지닌 존재입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업은
기물에 풍경을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보니, 풍경화처럼 벽에 걸어 놓을 수 있는 큰 도판작업에도 욕심이 납니다. 여러번 시도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려웠습니다. 더 연구한 뒤 완성도를 높여 다양한 도판작업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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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0년 5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