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담의 문화공간
스페이스 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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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을 넘어서Beyond the Plate〉
시·화·담의 아름다운 그릇들
2019. 4.12~9.29 스페이스 신선
이태원 길에 있는 개성 있는 건물들 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곳이 있다. 여러 각도로 쌓인 흰색 블록들이 입체적인 파사드를 이루는 스페이스 신선. 빛을 받아 반사시키는 모습이 출렁거리는 물결처럼 보인다. 스페이스 신선은 신선설농탕과 ‘모던 코리안 파인다이닝’ 시·화·담 등을 운영하는 외식 기업 (주)쿠드에서 2016년 오픈한 미술관이다. 건물의 앞면을 감싼 5천여 개의 흰색 블록들은 ‘신선’이 타고 다니는 구름을 상징한다. 건물은 지하 1층의 제1 전시관, 2~3층의 제 2~3전시관, 그리고 1층의 카페와 아트숍으로 구성되는데 건물 중앙에 있는 나선 계단이 이 모든 공간을 연결해준다. 천창으로 쏟아지는 빛을 받으며 지하 1층에서 지상 3층까지 ‘동굴’처럼 이어지는 이 공간에는 도예가 박준상의 종이학들이 설치돼 있다. 예부터 학은 장생 동물로 신선이 타고 하늘을 나는 영물로 여겨졌다. 긴 줄에 여러 높이로 매달린 도자 종이학은 스페이스 신선의 공간 정체성을 좀더 친근하게 전달해준다. 나선 계단을 따라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전시장 입구에서 박준상 작가의 검은 색, 흰 색 사슴 두 마리를 가장 먼저 만나게 된다. 사슴은 1000년을 살면 청록이 되고 500년을 더 살면 백록이, 또 다시 500년을 더 살면 흑록이 된다는 전설을 표현한 작품이다. 영험한 백록과 흑록의 몸을 장식하는 복숭아꽃은 신선이 사는 세계를 상징한다.
도자와 음식은 뗄 수 없는 관계. 고로 외식 기업이 도자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시·화·담의 도자에 대한 관심은 좀더 특별하다. 시·화·담은 세련된 한식을 담는 그릇으로 우리나라 도예가들의 작품을 선택했다. 그리고 도자 그릇을 음식 담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음식과 어우러져 이곳만의 ‘미감美感 혹은 味感’과 이야기를 표현하는 또 하나의 작품으로 여긴다. 지금 스페이스 신선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그릇을 넘어서 -시·화·담의 아름다운 그릇들〉은 시·화·담에서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우리 도예가들의 작품을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선보이고 있다. 도자 그릇을 설치 작품으로 새롭게 구성하거나 그릇에 담긴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음식을 담는다는 쓰임을 넘어서는,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서의 도자 그릇을 경험하게 한다.
제 1전시장_아름다운 불멸의 꽃, 청화백자
순도 높은 백자에 청색의 코발트 안료로 그림을 그려 구워낸 청화백자. 우리나라에서는 15세기 경 명나라에서 전해져 만들기 시작했는데 코발트가 조선에서는 생산되지 않았고 가격도 무척 비쌌기 때문에 왕실이나 관청용으로만 제작되었다. 그 만큼 백자 자체와 그 위에 그려진 그림의 수준은 당대 최고라 할 수 있다. 전시장에서는 조선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유롭게 청화백자를 제작하는 현대 도예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백자에 꽃이나 나무 등의 그림을 그려 넣거나 잔잔한 패턴을 넣은 작품부터 파란색을 면으로 칠해 모던한 느낌을 준 작품까지 다양하다. 여러 작품들 중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한 벽 가득 청화백자 접시들을 붙여 한 마리의 말을 표현한 김순식 작가의 설치 작품이다. 원과 사각을 기본으로 하는 자유로운 형태와 붓으로 단번에 칠한 듯한 청색의 농담, 여기에 포인트로 더해진 금색이 어우러져 생동감 넘치는 말이 되었다. 도자 그릇을 그림으로, 다시 설치 작품으로 승화한 멋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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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박진영 객원에디터 사진_편집부, 스페이스 신선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19년 4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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