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11
마이센 블루 (1)
김선애 도예가
Colours are the deeds of light, its deeds and sufferings.
색은 빛의 행동, 빛의 행위이자 고통이다.
- 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
빛의 속도는 현재까지 알려진 물체 중에 가장 빠르다. 도무지 막을 수 없다. 빠른 속도로 여행하지만, 우리가 느낄 수도 있고, 그 혜택을 누리며 함께 살아간다. 어둠 속에서 틈새를 비집고 나오는 빛은 그래서 더욱 찬란하고 소중하다. 내게 도자기가 그러하다. 빛의 속도로 마음에 들어와 도자기라는 빛과 색으로 가득 채웠다. 도자기는 그러한 점에서 2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에게 주인공이다. 하얀 흙과 파란색이 단연코 한 시대의 주인공이었던 시절과 견주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도자기가 다시 슈퍼스타로 빛을 발할 수 있을지 단정하긴 힘들지만 말이다. 현재 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도 끊임없이 고민하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일상에서의 파랑
#인디고 #대청
18세기 유럽에서는 일상생활에서 더욱 많은 파란색의 물결이 일었다. 특히, 의상분야에서 사용하기 어려웠던 천연염료인 인디고 색상을 폭넓게 사용할 수 있게 된 점이 큰 공헌을 하였다. 인디고는 쪽나무에서 나오는 파란색 염료를 추출할 수 있는 나무 이름이자 염료이다. 신석기시대부터 알려졌고, 인도를 비롯해 수단, 실론 섬, 말레이 군도 등지에서 자라며 수출품으로 인기였다. 그동안 유럽에서는 인디고를 멀리서 가져오는 수단비용 등으로 염료가 비쌌지만, 청색에 대한 수요도 많지 않았다. 인디고보다는 대청woad이라는 식물을 이용해 파란색을 만드는 방법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대청에서 파란색을 만드는 것은 여간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1 생각해보면, 대청이라는 들풀을 처음 발견하고, 여러 공정을 거쳐 파란색 염료를 추출한 사람은 어떠한 계기로 발견했을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화방에 가서 원하는 색을 골라 쓸 수 있는 현시대를 그들이 경험한다면 얼마나 신기해할까라는 상상도 해보게 된다.
1 대청에서 파란색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소변에 담가 몇 주간 발효시켰다고 한다. 그래서 염료를 만들 때 역겨운 냄새가 났다. 값이 비싸 금과 같았지만, 만드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고통 속에 탄생한 색이기도 하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원래는 공장 근로자들이 사람의 소변이 아니라 술을 첨가하면 청색이 더욱 선명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술값이 매우 비쌌기 때문에 일단은 재료였던 술을 마시고 약간의 알코올성분이 함유된 소변을 발효 통에 넣는 방법을 썼다 한다. 지금도 인터넷을 찾아보면 소다 애쉬Soda Ash를 넣어 다소 간소된 방법으로 만드는 방법이 나와있다. 하지만 여전히 복잡하긴 마찬가지이다.
17세기 유럽에서는 자국의 대청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큰 노력을 하였다. 1609년 프랑스는 대청 대신 인디고를 사용하면 사형을 구형시켰고, 영국에서도 1660년까지 사용이 법으로 금지되었다. 독일에서도 파란색을 내는 원료는 대청이 대세였지만, 인디고 염색이 허용되자 대청을 다루었던 사람들이 모두 파산하게 되었다고 한다. 1645년까지만 해도 독일 황제 페르디난 3세가 ‘악마의 색teufelsfarbe’ 이라고 비판했던 상황은 급변하게 됐다. 인디고의 합법화와 함께 합성안료의 제조방법도 발견되어 염색, 회화 등 파란색의 사용분야가 다양해졌다. 이때부터 낭만주의, 미국과 프랑스 혁명 등의 영향으로 파란색의 인식 또한 바뀌었다. 진보, 빛, 꿈, 자유의 색이 되었다.
파랑은 옷감 염색 뿐만 아니라 회화에서도 18세기 전반 1709년 청색과 녹색 계통을 합성한 인조 색상 프러시안 블루가 개발되어 역사의 한 획을 긋게 된다. 파란색 물감을 우연히 발견한 스토리 또한 매우 흥미롭다.
독일의 약품 판매상이자 색상제조업자였던 디스바흐Diesbach는 주로 빨간색을 만들어 팔았다. 색은 황산철을 탄 연지벌레를 달인 후 잿물을 떨어뜨려 만들었다. 그는 잿물이 부족하게 되어 디펠Johann Korard Dippel이라는 다른 약제사에게 잿물을 샀다. 하지만, 그것은 순도높은 잿물이 아니라 불순물이 섞인 탄산칼륨이었다. 이 사실을 모르고 잿물을 섞어쓴 디스바흐는 빨강이 아닌 청색의 고운 침전물을 얻게 된다. 실제로 그 잿물은 동물의 뼈를 고아 추출한 알칼리액Oleum Animale이었다. 화학자이기도 한 디펠은 이 용액을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로 여겼다. 그 후 연구와 개량을 거듭하여 베를린 블루Bleu de Berlin 라고 이름 붙인 파란색을 얻었다. 프랑스 파리에도 사업장을 내고 파리 블루Parisian Blue라고 이름 짓고 판매한다. 제조방법은 처음에는 비밀로 유지하였으나 1724년 영국에 알려지면서 프러시안 블루Prussian Blue로 불렀고, 우리가 지금 폭넓게 사용하는 파랑색이 프러시안 블루에 속한다.
이하생략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18년 10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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