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봄의 식탁_음식과 그릇을 말하다
Classic,
전통 백자의 현대적 변용
에디터 김기혜
우리 생활을 구성하는 의·식·주의 대부분이 현대화를 거쳤지만, 그 중에서도 ‘식’문화는 가장 오랫동안 한국적인 모습을 지키고 있다. 많은 그 릇들이 모던한 모습을 뽐내고 있는 요즘도 가장 기본적인 백자가 꾸준히 사랑받는 데는 우리나라 음식과 가장 잘 어울리는 빛깔과 형태를 간
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전통을 간직하면서도 현대적인 모습이 덧대어진 공간과 그릇을 추구하는 담당자에게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1 비채나의 손만두 플레이팅 ⓒ 광주요 2 비채나의 금태 플레이팅 ⓒ 광주요 광주요, ‘비채나’와 미각시리즈 미슐랭 1스타 한식 레스토랑 비채나가 한남동에서 롯
데월드타워 시그니엘 서울로 이전하면서 광주요에서
는 비채나만을 위한 식기인 「미각 시리즈」를 개발했
다. 광주요를 모기업으로 하는 레스토랑이지만, 장소 를 옮기면서 그릇을 개발한 경우는 이례적인 일이다.
레스토랑 이전 구상 단계에서 그릇을 새로 리뉴얼하게
된 계기가 있었을까. 조희경 가온 소사이어티 대표에
게 물었다.
“광주요그룹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우리의 꿈을 담은 장
소입니다. 비채나는 한국의 다양한 문화와 사람이 어우러
지고 우리가 만들어낸 식기, 술, 음식이 소통되는 공간입니
다. 그러기에 새로운 장소에서는 또 그에 맞는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새로 옮긴 비채나의 공간이 매우 넓고 높다는 점은 식
기의 사이즈를 고민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됐다. 높은
천장과 모노톤인 나무벽 공간에서 그릇이 그 웅장함과
따뜻함을 오롯이 담아내는 ‘기능’이 필요했다고 조희 경 대표는 말한다. 광주요 디자인연구소는 이를 위해 한국의 은은한 한지의 색상을 ‘설백빛’ 유약으로 표현 하여 어느 장소, 어떤 음식에도 조화롭게 어울리는 식 기를 개발했다. ‘24시간의 일상과 정성을 담다’를 모티 프로, 백자 각호의 형태미와 한지의 빛깔을 따온 미각 시리즈의 탄생이다.
“유럽의 도자 장식은 주로 화려한 색상을 통해 표현하는 반 면, 우리의 도자 장식은 형태를 방해하지 않는 ´절제미´가 있습니다. 미각 시리즈는 동양 철학 사상 음양오행설을 바 탕으로 전통 각호를 아름답게 재해석하여 현대의 복잡한 생활에 편안한 휴식을 주는 티세트로 시작해 일상에 파고 드는 식기로 전개되었습니다.”
김대용 도예가와 함께 개발한 미각 시리즈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24각’의 백자 기면이다. 일반적으로 6 각과 8각의 형태가 많이 쓰이는 요즘, 광주요는 24 각 을 사용해 빛이 각을 스치며 드리우는 그림자를 통해 한국 고유의 정서적인 부분을 시각적으로 나타내고자 했다. 또한 기능적으로 최근 많이 볼 수 있는 매트한 질감의 식기는 강도와 스크래치 면에서 약하다는 단점 이 있다. 미각시리즈에 사용된 광주요의 유약은 이러 한 문제점을 보완하여 개발됐다.
실제 미각 시리즈를 사용하고 있는 비채나 서비스팀은 전통적이면서도 세련되고 현대적인 감성을 추구하는 공간과 미각 시리즈가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은은한 광에 미색을 띄는 미각시리즈는 다른 식기와도 조화롭 게 잘 어울리며 무게도 적당해 안정적으로 서빙이 가 능하다는 것이다. 또 내구성이 강해 쉽게 깨지지 않고, 금속 포크나 나이프를 사용해도 그릇에 스크래치가 남 지 않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작년 하반기부터 광주요 매장에서 실제로 판매되고 있 3 광주요 「미각 시리즈」 ⓒ광주요 는 미각 시리즈는 고객들에게도 긍정적인 반응을 듣고 있다. 김현주 광주요 한남점 점장은 “다른 그릇에 비해 그릇의 무게가 가벼워서 들었을 때 손목에 무리가 가 지않아 좋다는 의견과 밥공기, 면기 등 그릇의 크기가 크지 않아 요즘 트렌드에 잘 맞고 부담 없이 사용하기 에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재구매율이 높다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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