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익 작가는 대학재학 시절 조소, 회화, 사진, 문예창작 등여러 예술전공수업을 청강했었다. 당시 마르셀뒤샹, 존케이지,백남준, 요셉보이스 등 외국에서 활동하는 전위예술가들의 시도는 젊은 창작자에게 공예의 범주를 넘어서게 만든 신선한자극이 됐고, 옆 창문을 넘어 작업하는 타 장르 예술학도들과의 교류가 지금의 작가 민경익을 만들었다. 안정적인 삶에 정주하는 대신 도전이 필요한 삶의 진로를 선택한 덕분에 그는근래 ‘도자예술’ 영역에서는 보기드문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Cloning Report-20130930 analog USB」,65x50x40cm,2013
Q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작업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해온 작업의 큰 주제는 ‘Cloning Report-이중성&불완전성’입니다. 삶과 죽음, 욕망에 대한 본질적 질문의 답을 찾는 것으로 인간을 포함한 자연계의 생물을 완전하거나 변형, 왜곡된 형태로 복제하면서 “영원불멸의 영속성을 부여하고 그 이면에 작용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욕심”을 복선구조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Q 올해《2015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에서 ‘수렴과 확산’전(이천 세라피아) 전시작가로 참여할 예정인데요, 선보일 작품은 어떤 구성인지요.
이번 비엔날레에 출품하는 작품들은 주로 모기 작품으로「Cloning Report-analog Mosquito USB」 또는 「digilogMosquito USB」입니다. 이달 개막하는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출품작 가운데 이천세라피아 중앙홀에 설치되는 「CloningReport-무소유」는 진실은 철저히 배제된 권모술수와 거짓, 음모와 음해로 목적달성만 성취하려는 욕망으로 가득 찬 인간군상을 표현한 것입니다. 150여 개의 크고 작은 모기 모형들을 군집시켜 구성한 작품이며 건축 실내 공간과 상호 유기적 관계로 존재성이 확장되어 새로운 조형 언어로 전개됩니다. 각각의 모기 모형들은 대통령을 비롯한 회사원, 군인, 노동자 등 다양한 계층에 종사하는 사회 구성원들을 상징화해 제작됐습니다. 특히, 일부 작품에는 인터렉티브 아트의 개념으로 동작 감지 센서를 장착해서 일정거리 내에 관객의 인기척이나 음성을 감지하면 모기소리가 울리고, 날개가 움직이며, 작품에 내장된 라이트가 켜지기도 합니다.
Q 작업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무엇인가요.
제 작업은 동시대를 기록한 작품으로 “과연 우리가 바르게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다음 세대에 어떤 유산을 남겨줄 것인가?”에대해 각자 스스로에게 반문해 보고자 일각에서 보이는 현 세태를반영한 작업입니다. 채움과 나눔, 비움의 갈등에서 타자를 헤아리며 실천했던 경주 최부자 가문, 장기려 박사, 법정스님, 간디의무소유 사상을 되새겨 봤습니다. 도자재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그들이 입던 실제 의복을 얻어다 만들기도 했고, 퇴역하는 50억짜리 반도체 생산 장비를 기증 받거나, 철거하는 한옥집의 고재,패기 처분되는 가구 등을 다시 사용 하면서 영속성을 부여하기도했습니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시각적으로 아름답고근사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했지만, 조형적인 것들은 2차적인 문제이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사상’입니다.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어떤 내용을 어디에 어떻게 담아서 메시지를 기록하고 전달할 것인가?에 가장 큰 비중을 뒀습니다. 거기에 예술과 기술의 경계가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심도 있게 풀어야할 큰 과제로 두고 있습니다. 근래에는 생명공학이나생물학, 인문학적인 사유나 심리에서 이면성에 대한근원에 ‘왜’ 라는 질문을 던지며 분석하고 있습니다.
Q 보통의 조형과 다르게 구체적 모양을 부여하는 방식이 흥미롭습니다. ‘흙’만을 재료로 다루지 않고다른 재료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제 작업에서 큰 틀이 되는 주제가 복제프로젝트CloningReport다 보니 작품의 내용상 인간을 포함한 동물이나곤충 같은 자연계의 다양한 소재에서 사실 그대로 자연의 형태를 차용합니다. 물론 필요에 따라 변형되거나 왜곡된 형태를 적용하기도 합니다. 점토는 유약이나 안료, 소성온도에 따라 폴리코트, 레진에 비해 깊은 패티너patina의 맛을 내는 장점이 있지만, 점토만 사용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원하는 작품을 실현하기가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조형상 제약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이형재료를 혼용하거나 기계적 메커니즘을 적용해서 보다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터렉티브나, 키네틱, 라이트, 사운드아트와 같은 미술사조의 다양한 개념을 보다 수월하게 반영하면서 도자예술분야에 또 다른 형식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Q 한 작품을 만들 때 소요되는 시간이 상당히 길것 같아요. 제작과정 중에 필요한 장비 다루는 법,프로그래밍 등은 직접 배우시는지요.
처음 작품을 구상하고 계획서를 작성하면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아날로그스킬이나 디지털스킬, 구조적으로 난해한 작동원리는 두뇌 훈련도 할 겸 직접 배우고풀어내면서 바로 적용합니다. 전문성을 요구하는 특수한 경우 의뢰를 하지만, 부속품을 구입하기 위해 대림동이나청계천, 을지로에 다니면서 엔지니어 분들에게 배우거나 동영상강의를 통해 체득하기도 합니다. 기술력도 진보하기 때문에 다음작업에 도움이 많이 됩니다. 재료의 성격상 도자재(세라믹 부품)를 완벽하게 완성한 이후, 다른 재질의 부속품을 가공해서 본격적인 조립 작업이 진행되다 보니 시간이 상당히 길어집니다. 잔손질도 엄청나고 제 개인성향상 대부분의 과정을 직접 수행하고완성까지 완벽하게 해야 만족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실패율을 낮추기 위해 3D 그래픽으로 가상의 작품을 제작해서 다양한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치기도 합니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4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