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볼커스 「무제 1980 / Cross」
현대 예술개념 확장에서 바라 본 도자예술
최근 예술은 더 이상 독자적 장르에 의한 영역 안에 머무르려하지 않고, 보다 적극적 형태의 기술과 매체를 활용하여 각 예술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현대 예술은 미적표현에 만족하는 행위를 넘어서 보다 폭넓은 대상과의 소통과 심도 깊은주제와 현상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각 시대 마다 그러했듯이 문명의 발전이 예술에 영향을 미쳤고 또한 예술이 문명에 영향을 주면서 상호 발전해 왔듯이 각 시대의 기술 매체의 사용은 예술의 기본 개념과 충돌하고 있는 것이 현재 처한 상황이다. 이 문제는 비단 현재의 상황만이 아니다. 이미 모더니즘 시대에 접어들면서 테크놀로지의 문제를 제기했고 바우하우스 교육과 아방가르드 운동에서 심도 있게 다뤄진 문제이다. 그리고 그이전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이 과학과 접목하면서 예술의 주술적문제를 제거하고 테크놀로지에 의한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였다.도자예술의 장르 또한 피터볼커스Peter Voulkos나 루디오티오RudyAutio를 선봉으로 도자의 한계를 넘어서 현대도예의 새 지평을 열게 됐다. 즉, ‘흙’이라는 특수성과 한계를 넘어서 ‘개념’을 끌어들인 일대 사건이 전개된 것이다. ‘도자기=그릇’ 이라는 고정 관념의 틀을 깨고 흙과 불의 예술로서 도자의 영역을 넓히자는 것이었다. 어쩌면 테크닉과 기능성을 중시하던 기존의 풍토 관념에서근·현대 예술의 개념을 도입한 경우임을 감안할 때, 이는 예술의경우와 반대로 ‘공예’라는 울타리에서 순수예술로의 확장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즉, 순수 예술에서만 영역과 한계에 도전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 시대와 문화가 그 방향을원했고, 또 그것에 동의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도예의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1950년대 현대도자가 태동하던 때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현대예술의 선봉에 선 그들은 흙과 불이 만들어내는 우연성에 회화적 감성과 ‘조형’이라는 미학적개념을 담아내려 했던 것이다.
시대를 반영하고 앞선 미래를 제시하는 것이 예술의 사명이다.
예술가는 시대의 통념을 깨고 작가의 내적 필연성을 따름으로써 다음 시대를 창조해 낸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시대를 반영하지 않는 예술이 다음 시대를 창조할 수 있으며, 시대상을 전제하지않는 예술이 그 사회를 온전하게 반영할 수 있겠는가? 과거로 부터 새로운 기술이 나타날 때마다 세상은 변화해 왔다. 철도라는 교통수단이 기존의 시-공간에 관한 인식을 바꾸었고, 사진의 복제술은 예술이 지닌 원본성의 개념에 대한 한계를 제시했다. 큐비즘은 사진 기술 위에 전통적 회화의 공간 개념을 파괴하고 대상을 파편화시켰으며, 비디오아트는 미술의 시간적-공간적 한계를 광활하게 터놓았다. 특히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종전의 예술 개념들을 근본적 차원에서 변화시키고 있다.현 시대는 과학 기술에 의해 촉발된 새로운 디지털 기술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다. 디지털을 활용한 무한 확장된 형태의 예술은 더 이상 물리적 환경 속에서만 구현되고 기능하는 개념에서 비물질적 환경, 즉 가상적 상황 속에서도 인식이 가능한비물질적 그 무엇이 되어가고 있다. 즉, 디지털 기술은 물질적형태를 가상의 숫자로 환원한다. 우리는 1995년작 「Osmose」라는 작품에서 HMD(Head Mounted Display)를 쓰고 사이버스페이스를 탐험하는 경험을 했다. 여기에는 우리가 현재 흔히 말하는 ‘상호작용inter-act’ 또는 ‘참여’라는 개념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정적인 관람과 사색에 의한 작품과의 소통에서이제 좀 더 적극적이고 놀이를 통해 참여하고 감상하는 예술이 화두가 되고 있다. 근대까지의 예술은 예술가가 고통스럽게 고민하고 일부 귀족이 취미로 즐기다가 나중엔 대중에게 영향을 미쳤지만 지금은 창작과정부터 SNS를 통해 공개되면서 불특정 관람자가 개입하고 첨언하는 시대가 돼버렸다. 이제 예술또한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간섭을 더 이상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며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기 힘든 시대가 된 것이다.
재료와 장르의 융복합, 콜라보레이션의 위험성
1950~60년대부터 피카소는 이미 융복합 미술을 실천했다.도자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피카소가 도자기에 그림을 그려 넣었던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2003년 제2회 세계도자비엔날레의 ‘여주세계생활도자관’에서 열린 ‘피카소 도예전’은 세간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이렇듯 1950년대 이후 재료의 융합은 계속해서 시도돼 왔고 1980년대 이후부터는 그리 생소하지 않은 작업 형태가 되어버렸다. 재료를 넘어서 장르의 융합은 좀 더 복잡할 수밖에 없다. 다른 영역에 대한 심도 깊은연구와 경험, 그리고 테크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르의 융합에 대한 시도는 고정된 장르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때문에 작가들은 소재에 대한 연구와 특성에 대해 연구를 해야 했고, 다른 영역의 그들만의 문화까지 섭렵해야 했다. 그렇게 얻어진 작품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다양한 작품들을 낳게 했다. 평면 회화가 미디어와 손을 잡았고,조형작품이 전기와 손을 잡았으며, 각 공예가 다른 소재의 공예를 끌어안았다. 도자예술 역시 그랬다.
요즘들어 부쩍 우리는 ‘융복합’ 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다르게는 ‘콜라보레이션’ 이라는 말로도 치환해서 쓰곤 한다.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이라는 말의 의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나치와 협력하는 배신행위’를 뜻하는 말이었다. 현대 산업에서 너도 나도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하고 있지만 원래의 의미처럼 크고 작은 위험성 위에 존재한다. 성공하면 매출을 한 방에 올릴 수 있지만, 실패하면 함께한 기업에 기술과 노하우만 전수해 주는 꼴이 된다. ‘콜라보레이션 열풍’에 많은 해외 기업이 자신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과감히 위험한 동행을 선택하고 있다. 한 자동차 회사와 화장품 회사가 손을 잡고, 또는 자동차 회사와 패션 디자인 회사와 신상품을 개발했다. 그 중 스페인의 석유 회사인 렙솔Repsol과 버거킹의 콜라보레이션이 성공적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주유소와 독점 계약을 체결한 햄버거 회사는 주유소에 햄버거 가게를 입점 시켜 놓고, 주유하면서 햄버거를 주문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문화적배경을 활용한 것이었고 주유소 매출이 서비스와 다른 제품 판매 금액이 거의 절반 정도를 올린다는 것에 착안한 마케팅 전법의 신의 한수 였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4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