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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2월호 | 특집 ]

불에서 태어난 자연의 색감, 통가마
  • 편집부
  • 등록 2018-01-09 17: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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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과 물, 그리고 나무와 불. 지구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물질이 인간의 솜씨를 만나 도자기로 완성됐다. 선사시대부터 이어진 우리 그릇의 긴 역사는 1만 년이라는 시간 동안 인류 발전과 함께했다. 하지만 항상 ‘원류’에 대한 낭만은 존재한다. 오로지 흙과 나뭇재와 불, 통가마 안에서 탄생하는 도자의 원초적인 색감은 현재라는 시간을 단숨에 꺾어 과거를 통과한다. 아직은 그 수가 적지만 현대도예가 중에서도 장작가마, 통가마가 주는 색감에 매료된 사람들이 있다. 편리한 가스가마와 전기가마를 제쳐두고 통가마를 고집하는 그들. 작가들끼리 통가마 작업의 고충과, 그럼에도 빠져나올 수 없는 매력을 나누며 삼삼오오 모이게 된 것이 바로 ‘한국통가마협회’다. 그들이 생각하는 통가마만의 맛과 멋은 무엇일까. 이번 호 특집에서는 통가마의 특성에서부터 통가마 축조법과 번조의식, 그리고 여러 곳에 산재한 한국 통가마의 모습까지 통가마의 매력을 한데 모아봤다. 인간이 다루기 어렵고 예측 불가하기에 더욱 매력적인 불. 그 불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색감이 앞으로 우리 도자의 스펙트럼을 더욱 넓혀주기를 기대한다.

 

산등성이에 굴을 파서 만든 고대의 지하식가마

 

 

통가마의 특성과 그 발전적 소견에 대하여

 

도예가들은 일반적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데 있어 우선 작품의 형태, 장식, 색상을 가장 잘 표현해 낼 수 있느냐에 대해 집중한다. 그리고 작품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에서 불을 잘 다루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즉 가마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가마는 종류도 다양하거니와 그 연료의 선택에 따라 작품에 나타나는 색상의 차이가 생겨난다. 본래 번조 연료는 장작에서 시작해 크게 석탄, 석유, 가스, 전기 순으로 발전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전기가마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으며, 도자기는 물론 커다란 전통 옹기를 굽는 공방에서도 대형의 전기가마를 사용할 정도가 됐다. 이는 전기가마의 크기가 다양하고, 설치와 번조가 다른 가마들에 비해 가장 손쉽기 때문일 것이다. 즉 다른 연료의 번조는 도예가가 늘 버너 옆에서 버너, 공기량, 굴뚝 등의 관리를 하거나, 적어도 30분에 한 번씩이라도 기계들을 조절하며 온도를 올려야 한다. 가스가마의 경우 가스통이 얼어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일도 무척 번거롭다. 그러나 전기가마는 컨트롤러에 저장된 프로그램으로 스위치를 켜고 버튼을 한두 번 누르는 것만으로도 번조가 알아서 진행되고 끝난다. 인력이 거의 필요하지 않은 편리한 번조 도구인 것이다. 도예에 있어 불을 다루는 일이 가장 중요했던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오늘날이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따라 가마는 진화해 가는데도 불구하고 과거의 방법을 택해 장작가마를 이용하는 현대의 도예가들이 있다. 장작가마에는 시유번조와 무유번조가 있는데 후자의 경우는 몇 배로 힘든 작업이다. 전자는 초벌 작품에 시유한 다음 재벌 해 유약이 녹으면 된다. 후자는 무유 상태로 재임하여 오랜 시간 기물에 아궁이의 나뭇재가 날아가 붙어 ‘자연유’를 이루게 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번조시간을 짧게는 삼사일에서 길게는 일주일을 때기도 한다. 인위적 색상이나 구성이 아닌 불의 신이 그리는 요변의 효과를 보기 위함이다.
이렇게 자연유의 효과를 얻기 위한 효율적 가마가 바로 통가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주 원시적이고 비효율적인 가마로서 시대를 역행하여 거의 통일신라시대에 사용하던 가마와 비슷하며 경질토기를 굽는 번조방법과도 유사하다. 어느 도예 평론가의 말대로 ‘미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처럼 막대한 노동력이 들어가는 동시에 아주 비경제적인 작업의 세계다. 그럼에도 이를 추구하는 이유는 장작가마가 아닌 다른 가스가마나 전기가마로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현대도예에서 통가마에 대한 관심은 일본으로부터 유럽과 미국으로 퍼졌고 우리나라에서도 늦게 받아들였다. 현대도예가들은 동서양의 역사에 남아있는 각양각색의 가마와 그 번조 기술들을 찾아내고 자신에게 맞는 가마로 받아들여 연구, 발전시키고 있다. 하지만 무유 번조 작품이 동양의 토기에서 보이는 자연적인 자연유와 요변에 의한 색상의 아름다움에 기초한 것이긴 하지만 현대에는 일본의 비전소備前燒, 비젠 야끼나 신락소信樂燒, 시가라키 야끼를 무분별하게 따르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작품의 분위기만이 아니라 형태까지 그대로 복사하는 경우도 많다. 용어에 있어서도 장작가마를 보통 ‘wood kiln’이라 하지만 무유번조 작가들은 보통 gama란 단어로 소통하는 편이다. 그리고 gama란 용어가 단가마도 우리의 통가마도 아닌 일본의 아나가마穴窯를 대표적으로 지칭하고 있으니 일본 보다 더 먼저 경질토기를 구웠고 그들에게 선진 기술을 가르쳤던 역사를 가진 우리 도예계로선 개운치 않은 일이라 하겠다.
본지에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서양의 통가마에 대한 역사, 용어, 형태, 구조, 번조 등에 관하여 살펴보면서 현대도예에서 새로 개량하며 발전되어 가는 참고할 만한 사항들을 모아 서술하고자 한다.

 

 

번조의식

 

장작가마 번조의식과 번조법

 

『Wood Fired Ceramics- Contemporary Practice』
한국 도예가 양승호의 작업 철학, 역사적 정통성, 가마제작, 재임, 번조의 전 과정을 수록한 이 글은 2000년 영국, 미국, 호주에서 영문으로, 프랑스에서 불어로 출간된 이래 세계 여러 나라에서 통가마 사용의 지침서로 활용되고 있는 내용 중 번조 과정 부분만 한글로 번역한 것이다.

양승호의 번조의식Starting Ceremony
나는 가마 위 정면에 소금과 정한수가 담긴 의식용 사발 2점을 올려놓고, 다른 한국인들이 전통적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땅바닥에 엎드려 3번의 절로서 의식을 시작한다. 한국인은 숫자 3을 좋아하는데, 나에게는 과거, 현재, 미래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한국인은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의식에 소금을 사용한다. 정한수는 내 마음을 정화하는 상징적 매개체이다. 맑은 물을 3번 올리는데, 첫 번째 사발은 가마의 네 귀퉁이에 나눠서 따르고, 두 번째 사발은 불 때기 동료들과 나눠 마신다. 세 번째 사발은 소금을 담은 그릇 오른쪽에 올려놓는다. 불 때는 과정 중 중요한 순간의 전, 후에 정한수를 수시로 따라 올린다.

번조Firing
재임이 끝나고 가마 문을 막을 때 위, 아래로 장작 투입과 공기조절을 위해 약 30~50㎝ 크기의 두 개의 구멍을 만들어 놓는다. 위쪽 투입구는 내화판으로 막아놓고...(중략)...
첫째 날 – 아래쪽의 투입구에서 작은 불로 작품과 가마를 서서히 건조한다.
둘째 날 – 가마 내부 전체가 붉게 달아오를 때까지 점차적으로 불을 키워간다. 이 과정은 이례적으로 두껍거나 초대형 작품일 경우 3일에서 4일까지 연장해서 달군다.
셋째 날 – 밑에 있는 투입구는 내화판으로 느슨하게 막아놓고 위쪽 투입구를 열고 불 때기 시작한다.

나는 이 과정에서 불 때기 동료들의 능력, 기분상태, 장작의 두께와 길이 등에 따라 세 가지의 다른 방법으로 불 때기를 진행한다.

 

첫 번째 방법은 투입구에 장작을 꽉 채우고 타는 대로 조금씩 밀어 넣으며, 타고 비는 공간은 다시 장작으로 채운다. 찬 공기가 가마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이 방법은 불 때는 사람이 뜨거운 열기를 피할 수 있어 쉽게 땔 수 있는 방법이다.
두 번째 방법은 투입구에 장작을 열 십자형으로 교차하며 올려놓고, 타는 대로 그 위에 다시 교차하며 장작을 투입한다. 불타는 가마 내부를 항상 볼 수 있기 때문에 즐길만한 방법이긴 하지만 방심하면 찬 공기가 쉽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세 번째 방법은 장작을 투척하고 난 후 바로 내화판으로 투입구를 막아준다. 온도가 올라가면서 나무의 양을 늘려나간다. 어떤 때는 두세 가지의 번조방법을 같이 쓰기도 하며, 가마 안이 하얀색으로 변할 때까지 한 가지 방법으로만 불 때기를 할 때도 있다. 가끔 봉통에 물을 뿌리기도 한다. 적절한 순간 적절한 양의 물은 고온에서 잘 탄다.
넷째 날 – 봉통에서 여러 시간 또는 하루 종일 불 때기를 계속한다. 이 단계에 이르면 가마 앞부분의 온도는 약 1350°C이고 뒷부분은 약 1280°C이다.
다섯째 날 – 창불이 시작되며 봉통에서의 불이 계속 진행됨과 동시에 앞쪽의 창불을 시작으로 점차적으로 뒤쪽으로 옮겨간다.
여섯째 날 – 봉통 불구멍을 막고 창불만 땐다. 앞쪽 아래의 불구멍은 2차 공기가 들어가도록 살짝 열어놓는다. 창불은 창불 칸에 숯이 꽉 쌓일 때까지 진행한다. 숯이 삭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창불 진행을 계속한다. 가끔 소금에 절여진 숯이나 나무를 장작 대신 넣어주기도 한다.
2차 공기주입을 위해 창불 바닥 밑으로 뚫린 구멍에 물을 부어 주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군청색이나 검정 또는 회색이 표면에 형성된다.

 

 트레인 통가마 축조법과 번조과정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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