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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4월호 | 특집 ]

작가활동으로 본 현대공예 지형
  • 편집부
  • 등록 2013-05-07 17:4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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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활동으로 본 현대공예 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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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일 국민대대학교 금속공예과 교수

한국의 현대공예를 판단하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직업적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의 모습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작가들의 수, 전문성, 생산물의 유통 정도 등이 그것이다. 공예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은 선후관계를 막론하고 이들 작가들의 활동과 관련되거나 귀착될 것이다. 또 그래야만 할 것이다. 최근 10년 동안 작가들은 더 등장했는가,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작가층은 두터워졌는가? 그들은 자부심을 갖고 있는가?

 

 

작가 양성을 저해하는 환경

현대공예 작가들의 양성이 대학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학의 역할은 여전히 결정적이다. 그러나 대학교육의 환경은 전체적으로 보아, 개선보다 개악의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전공자의 수도 줄었거니와 교육의 밀도도 엷어졌다. 여기에는 우선 외부적인 이유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대학진학자의 점진적 감소와 함께 약 10년 전부터 대학에서의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공예관련 분야가 폐쇄되거나 디자인분야와의 통폐합이 이루어져 왔다. 최근에는 대학평가가 더욱 노골적으로 진행되면서 취업률 등을 통해 대학을 서열화하는 정부(교육과학부) 주도의 일방적 평가방식이 예능계에 매우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나름대로 작가양성을 했던 공예관련 전공(넓게 보면 예능계 전반)에서 이제는 작가 양성보다는 기업에의 취업률 제고에 힘을 쏟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전국 200개 4년제 대학을 대상으로 2011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대학 재정지원평가’는 예능계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예능계에서의 취업률 평가는 웃지 못 할 희극 같은 상황이나 현실에서 계속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공예전공에서는 조형교육이나 실기교육의 심도가 엷어지는 반면, 기업취업을 위한 도구과목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거의 모든 대학의 운영자들은 취업에 유리하지 않는 예능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축소하려고 하며, 그중에서도 특히 공예분야를 우선 대상으로 꼽는 경우도 많다. 교육 행정가들의 무지와 정부의 성과주의, 경영논리를 앞세우는 대학 재단들의 정책들이 합작한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일부 대학들의 선전

이와 같은 대학환경의 변화가 역설적으로 작가양성에 기여한 바도 있다. 공예 관련 대학에서 과거에 존재했던 거품들이 다소 빠진 것이다. 폐쇄적 환경 속에서 도제식 교육을 세습했던 공예교육의 방식이 다소 투명해지고 체계화된 점, 일부 대학들의 경우지만, 바늘구멍 같은 대학교직을 바라보며 진학과 유학을 거듭하는 대책 없는 학력만들기도, 이를 부추기던 교수들도 줄었다. 반면,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작품(상품)을 팔아서 활동하겠다는 목표가 좀 더 뚜렸해졌으며, 전공학생들은 실제로 선배들의 활동을 보고 자신의 진로를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현장과 거리를 좁힌 셈이다. 전반적인 환경의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작가들을 배출하고 있는 교육기관들도 있다. 몇 개의 예를 들어보자.

도자공예의 경우, 최근 서울대학교 도예전공의 작가양성은 양적으로나, 전문성에서나 특기할 만한다. 백자를 주 소재로 하는 실용기에 집중하면서 최근 뛰어난 전업작가들이 다수 배출되고 있다. 이들의 등장으로 몇 개의 도자전문 갤러리가 활성화 될 정도이니, 이는 우리나라의 공예 분야에서 유례가 없던 일이다. 학교 안에서 개최하는 학생작품의 판매전 수익금이 매년 5000만원에서 1억원을 사이를 오가고 있다. 놀랍지 않은가? 균일한 질적 수준이 담보된 젊은 작가들의 생산력과, 공산품에서 벗어난 도자기를 식탁에 올리고 싶은 중산층 주부들의 수요가, 뜻밖의 곳에서 매우 극적으로 만난 경우라고 생각된다. 이와 같은 성과를 직접 경험해 본 학생들이라면 교수들이 굳이 권하지 않아도 공예가로서의 삶을 꿈꾸어 볼 것이다.

금속공예의 경우, 건국대, 국민대, 한양대 등에서 작가들이 꾸준히 배출되고 있다. 건국대와 한양대에서 금속 생활용품과 가구의 전업작가들이 배출되고 있는데, 특히 한양대 출신의 젊은 작가들이 보여주는 새로운 기술에 의해 개발된 금속공예품들은 화랑과 페어에서 꾸준히 수요를 늘이고 있다. 이들 학교보다 이른 시기부터 전업작가들을 배출해 온 국민대의 경우, 특히 장신구작가들의 배출은 큰 의미를 지닌다. 현재 30, 40대에 포진한 이들 작가는 한국의 공예분야에서 ‘현대장신구’ 시장을 새롭게 확보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여러 아트숍과 페어를 통해 작품을 판매하고 있는 이들의 생산물은 과거와 비해 월등한 작품성과 완성도를 담보하고 있으며, 해외 시장에 대한 참여 역시 과거 어느 때보다도 광범위하며 적극적이다.

 

진흥 정책들과 폐어의 부상

제한된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전업작가들의 활동이 나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는 최근 작가들을 지원하는 인프라의 변화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진흥원(한국디자인공예문화진흥원)의 여러 사업들이 근래에 가시화되면서, 현대공예분야의 많은 작가들에게 자극제가 되고 있다. 그동안 전통공예에 비해 현대 공예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들이 너무 산만하고 미약했던 점을 생각할 때, 근래에 들어 몇 가지 사업들이 작가들이 실감 할 수 있는 고정적인 지원사업이 되고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매년 연말 진흥원 주관으로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공예트랜드페어’는 공예작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관심사로 부상하면서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방문객의 수와 반응도 초반에 비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행사의 수준을 조금 더 높인다면, KIAF 와 같은 국내의 주요 미술시장처럼 성장할 수 있으며, 미국의 SOFA나 유럽의 여러 Messe 등과 같은 세계적인 미술 페어를 닮아갈 수도 있다. 적어도 국내에서 가장 중요한 공예작가들의 등용문, 그리고 현대공예를 본격적으로 노출시킬 수 있는 미술시장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공예트랜드페어’와 함께 공예가들이 최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페어들도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디자인하우스 주관의 ‘리빙디자인페어’, ‘디자인페스티발’이 있으며, 예술의 전당에서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디자인 앤 아트페어’, ‘마니프국제아트페어’ 등도 중요한 유통창구가 되고 있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할 때 공예작가들의 활동이, 과거 개별전시장에서의 전시회 일변도에서부터 페어 참여로 이원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페어 개최와 함께, 진흥원에 주관하고 있는 해외의 유수 페어에 대한 작가들의 파견과 교류행사 기획도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만들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의 경험은 작가들의 질적 수준 향상 뿐 아니라, 국내의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모범적인 선례들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이다. 이 밖에도 진흥원 갤러리를 통한 전시사업 지원, 아트숍을 통한 판매기회 제공 등 지속적인 작가 지원 프로그램들도 해를 거듭하면서 좀 더 뚜렷한 지원정책으로 가시화 되고 있다.

 

공예전문 갤러리들의 활동

대학이 작가를 배출한다면 이들의 활동을 유지시키는 것은 유통의 창구들, 즉 갤러리와 아트숍이다. 현대공예품를 유통하는 이들은 그동안 부침을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평균적으로 그 양적 규모를 유지해왔다고 볼 수 있다. 금속공예의 전문적인 아트숍으로 최근 전용 건물을 갖추고 재개관한 ‘아원공방’은 도자공예의 ‘이도’와 함께 북촌의 새로운 공예 거점이 되고 있다. 작은 규모임에도 압구정동의 ‘갤러리 오’, ‘갤러리 두루’가 수준 높은 현대장신구를 취급하고 있으며, 금속생활기물 전문화랑인 ´갤러리 8PM´도 연남동 주택가에 최근 개관했다. 청담동소재의 복합 공예전문공간인 ‘보고재’가 올해 5월 개관을 앞두고 있다.

현대도예 작품들을 유통하는 ‘정소영식기장’, ‘LVS갤러리’, ‘조은숙 아트앤라이프스타일’도 최근 다양한 기획과 본격적인 유통을 통해 여러 현대 도예작가들을 발굴하고 있다. 유리공예 전문화랑인 스클로갤러리 역시 지난 10년간 작가층을 두텁게 형성해 온 한국 유리공예분야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들 공예전문 갤러리의 중요성은 작가들의 생존과 직결된 요소로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술시장의 부침에 따라 공예품을 취급했다가 내쳤다가를 반복하는 대형 미술화랑들의 행태들에 비해서도 이들 공예전문화랑들의 역할은 일관되며 전문적이다. 공예전문 갤러리의 활동과 함께, 우리나라 양대 재벌그룹의 문화재단인 ‘예올’과 ‘아름지기’에서도 여러가지 문화적 콘텐츠로서의 공예품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전통공예와 현대 공예작가들의 작품 유통을 촉진하고 있는 점도 작가들에게는 고무적인 환경이 되고 있다.

 

강조할 것들

이상 언급한 몇 가지 내용들이 최근 약 10년 동안 한국 현대공예의 지형에 크게 영향을 미친 동인들이다. 이 지형 위에서 현대공예의 이름을 가지고 여러 현장작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 분야의 수준과 위상은 작가들의 모습 속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평균적으로 볼 때 이들은 여전히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상은 고단하다. 이들이 자부심을 갖기에는 사회적인 반응의 정도도 미약하다. 그러나 현대공예 전체를 비관적으로 보기에는 뛰어난 작가들의 빛나는 활동들이 여전히 곳곳에서 눈에 띈다. 이들의 생산물은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 할 수 없는 존재감을 가지고 있으며, 오늘날 이 요동치는 한국사회에서도 여전히 ‘핸드메이드’의 가치와 차별성을 전하고 있다. 평균적으로 볼 때, 약 10년차의 경력을 가진 전업작가들의 수는 과거에 비해 결코 줄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들 작가들이 과거에 비해 좀더 구체적으로 미술시장 혹은 현실 공간으로부터의 요구를 자신의 생산물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보화 시대에 성장한 이들은 소통 능력에 있어서도 그들의 선배들보다 평균적으로 휠씬 앞선다.

이들을 중심으로 생각할 때 이 분야는 무엇을 해야하나? 몇 가지만 강조하자. 무엇보다도 작가양성은 계속되어야 한다. 젊은 작가들이 계속 시장에 투입되어야 한다. 대학의 교육자들은 여전히 작가양성을 최우선의 임무로 삼야야 한다. 디지털시대니 융합이니 통섭이니 호들갑을 떨기 전에 공예가들의 무기가 무엇인지 성찰해야하며, 작품 제작에서의 진정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한 대학에서 1년에 한명씩만 작가를 배출해보자.

진흥원은 정부기관으로서의 운신의 폭과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가시회된 진흥정책들의 틀을 유지해야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공예활동을 떠받치고 있는 유통형식인 ‘페어’의 중요성과 잠재력을 인식하고, 국내의 경우에도 수준 높은 ‘페어’가 공예품 유통과 활성화의 중심축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현재의 ‘공예트랜드페어’의 수준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 좀 더 섬세하게 연구해야한다.

지원사업의 경우, 새로운 대상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공예전문화랑을 선별하여(어렵지 않다) 이들을 지원한다면 결과적으로 작가들을 크게 돕는 일이 될 것이다. 분야의 정보를 다루는 전문 저널(잡지, 웹진 등)과 출판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지원하는 방법도 고안해야한다. 전문적인 공예 담론과 기록, 비평의 존재가 이 분야의 발전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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