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복희 도예가
서울여자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1분 후에 일어날 일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사람의 운명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듯이 자신의 인생에 앞으로 일어나게 될 일을 예측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또한 사회 현상이 부단히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지금, 인간의 삶이나 어떠한 사물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청자의 미래 지향점’ 즉, 청자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도달해야 할 목표를 예측해야 하는 오늘 주제는 청자를 전문분야로 연구해 온 도예가가 아닌 나에게 어려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일각에서는 꾸준히 우리의 문화유산인 청자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미 청자 발전 방향에 대한 다양하고 유익한 제안들을 해 왔기 때문에 청자 문외한으로서 이 주제에 대해 언급하기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청자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은 다소 부족하겠지만, 오늘날 청자의 모습 그대로를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으리라는 주최 측의 견해에 용기를 얻어 감히 졸고를 마련했음을 밝힌다.
본고에서는 먼저 전체적 관점에서 청자를 살펴보고 강진청자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고찰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전통 문화로서의 청자의 실체를 파악하고 현재 우리나라 청자의 전반적인 실태를 바탕으로 강진청자의 위치와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청자는 청자유를 바른 도자기를 의미하며 도자 양식상, 특히 발색에 있어 특수성을 가진다. 전승자기로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현대청자 역시 고려청자의 유약 발색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제작상 큰 이점이 있지만 한편으로 특정한 원형적 색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은 하나의 제한적 요소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청자는 우리나라 현대도자의 바탕과 원천이 될 수 있는 훌륭한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조선의 분청자기나 백자에 비하여 아직 현대인의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고려청자의 원형 복원과 재현품 제작에 머물고 있다는 느낌을 배제할 수 없다. 고려청자의 원형재현 단계를 넘어 새로운 현대자기로 재창조하는 일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풀어야 할 과제이다.
고려청자의 종류와 기법을 다시 살펴봄으로써 그 원형의 우수성, 전통문화 계승의 진정한 의미, 우리시대 청자의 전반적 모습 등을 고찰해보고 더 나아가 전체적인 청자의 새로운 방향 모색과 함께 발전을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하도록 하겠다.
고려청자의 우수성
한반도에서 자기磁器 제작은 9세기 말에서 10세기에 시작하였는데 신라 경질 토기의 기반 위에 중국 절강성 월주요로부터 유입된 청자 제작 기술의 영향에서 비롯되었다. 이를 계기로 시작된 고려시대 청자의 생산은 우리나라 도예에 있어 ‘토기에서 자기로의 혁신적인 도약’이었으며 우리나라가 중국과 더불어 17세기 이전에 자기를 생산한 국가로서의 세계 도자사적 위상을 갖출 수 있었던 계기가 된다. 11세기 초기의 고려청자는 중국의 영향이 짙으나, 11세기 중엽부터 눈에 띄게 발달하여 12세기부터 세련미를 보이며 기술적으로나 그 아름다움에 있어 절정기에 도달한다. 고려청자가 가장 발달한 시기는 인종 때로 아름다운 청자가 가장 많이 만들어졌고 상감기법도 이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려청자를 기법상 간략하게 분류하자면 순청자純靑磁, 음각청자陰刻靑磁, 양각청자陽刻靑磁, 상형청자象形靑磁, 철화청자鐵畵靑磁, 상감청자象嵌靑磁, 퇴화청자堆花靑磁, 동화청자銅畵靑磁, 연리문청자練理文靑磁 등이 있다.
순청자는 아무런 무늬가 없는 청자를 말하며 청자가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소멸할 때까지 가장 많이 만들어져 청자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아름다움은 전적으로 단아한 형태와 비취색의 유약에 있다. 음각청자는 그릇 표면에 홈을 내어 무늬를 새기는 가장 초보적이면서도 간단한 기법의 청자이며, 양각청자는 음각청자와 반대로 무늬의 주변을 파내어 그 무늬를 도드라지게 만든 청자다. 이 청자처럼 양각기법을 사용하면 음각기법에 비해 화려함을 표현할 수 있다. 상형청자는 인물이나 각종 동·식물의 형상을 본떠 만든 청자를 말하며 그 형태는 연꽃, 참외, 죽순, 복숭아, 사자, 오리, 원숭이, 상상속의 동물 등 매우 다양하다. 철화청자는 산화철 성분의 안료로 무늬를 그리고 청자유를 입힌 것을 말하며 ‘철회청자’라고도 한다. 환원염 번조를 기본으로 하는 청자의 범주에 속하지만 산화염으로 번조되어 황갈색을 띠는 예가 많다. 또 그릇 전면에 철화 안료를 바르고 유약을 입힌 것도 있는 데 이를 ‘철채청자’라고 한다. 상감청자는 그릇 표면에 무늬를 새기고 파인 부분에 흰 흙을 넣어 백색 무늬로 붉은색 흑을 넣어 번조 후에 검은색 무늬로 나타나게 한 것이다. 동화청자는 구리가 주성분인 안료로 무늬를 그리고 청자유를 입혀 무늬가 적갈색으로 나타나며 이를 ‘진사청자’라고도 한다. 12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시 청자가 구워지는 높은 온도에서 구리 안료를 사용하여 붉은 색을 띠게 하는 기법은 고려의 동화청자가 처음이었으며, 15세기에 이르러서야 나타나는 중국보다 훨씬 앞서 이루어낸 고려 장인들이 얻은 또 하나의 개가라 할 수 있다. 그밖에 상감청자의 유약 표면에 다시 금으로 무늬를 장식한 금채청 음각이나 양각·상감기법의 무늬 주위에 붓을 이용하여 붉은 흙이나 흰 흙으로 두껍게 무늬를 그려 그릇의 표면보다 도드라지게 한 퇴화청자, 그리고 발색이 다른 태토를 섞어 반죽하여 성형한 후 청자유를 발라 대리석과 같은 자연스러운 무늬를 나타나게 한 연리무늬청자 등이 있으나 그 예가 드물다. 이상 간단히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 고려청자의 우수한 점은 청자유의 아름다운 발색과 세련된 형태 그리고 다양한 장식기법에 있다고 하겠지만, 개인적으로 고려청자의 우수함은 청자유의 아름다운 색과상감청자의 독창적인 기법에 있다고 생각한다.
상감청자 기법은 동일한 도자기에 발색이 다른 점토를 정교하게 상감하여 유약에만 의존하지 않고 두 가지 이상의 점토의 발색을 한 작업에 세련되게 조화시킨 기법이다. 상감된 흑백무늬는 청자의 바탕색과 아주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상감된 문양의 섬세함과 전체적 구성은 완벽에 가깝다고 할만하다.
고故 은실을 밀어 집어넣어 문양을 나타내는 청동 은입사銀入絲 기법에서 영감을 얻어 도자기에 창의적으로 응용한 것으로 처음으로 청자를 만든 중국에도 없는 기법일 뿐만 아니라 세계 도예사를 통해서도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창적인 기법으로 인정되고 있다. 따라서 고려청자의 우수성은 중국 영향을 받아서 만든 것이지만 거기에 머물지 않고 아름다운 형태와 고려청자 특유의 맑은 비취翡翠빛 유약의 발색 그리고 상감청자와 같은 장식기법에서 우리만의 독특한 양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우리 선조들의 빛나는 창의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청자의 현재
현재 우리나라 도자관련 업체 수는 1,879개로 확인되었고 그 중 약 20%의 업체에서 전통 전승자기를 생산하고 있다는 통계가 발표된 바 있다. 전승자기를 생산하는 업체 중 청자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하거나 다른 것과 함께 청자를 생산하는 업체 수는 정확한 자료가 없어 파악 할 수 없으나, 청자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이천의 경우만 해서 전국 요장 대비 3%정도가 청자를 생산하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전국적으로도 청자 생산업체는 현저히 적은 편이다. 그 이유는 청자의 제작이 다른 자기에 비해 어렵고 특히 청자 고유의 발색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청자가 도자제품 수요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식기개발에 적극적이지 못한 형편인데 청자의 색상이 백색 식기나 다른 색상의 식기에 비해 음식의 다양한 색이 잘 조화되지 않는다는 선입견과 고정관념으로 인해 수요가 적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청자의 품목으로는 관상용과 생활자기로 대별되는데 대부분 전통적 형태나 문양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는 편이다. 과거 고려청자가 만들어진 시대는 농경시대였기 때문에 당시의 자연환경에서 자주 접할 수 있었던 것들은 당시 사회를 지배했던 종교와 사상 등과 더불어 그 시대 사람들의 감성과 조형 감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한 영향이 청자의 형태에 반영된 것은 자연스런 일이며, 전통적인 청자를 재현하는 경우는 고려청자의 원형에 충실하면 되기 때문에 특별히 언급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원형적인 형태를 변형한 것 또는 새롭게 디자인된 감상용도자기, 상형청자, 실생활에 사용하기 위한 실용적 기물에서 조차 전통적인 형태와 문양이 지배적으로 활용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려청자가 고려시대의 환경과 그 시대 사람들의 감성을 반영한 것과 같이 오늘의 청자는 현대인의 변화된 감성과 생활에 초점을 맞추어 재창조되어야 한다.
문양은 그것을 향유하는 집단 사이에서 약속된 부호와 같은 성격을 지니며 한 시대의 사람들의 집단적인 가치와 감정의 상징이며 의식의 반영이다. 고려청자의 문양이 고려시대 선조들의 가치 감정의 상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그 시대 의식이 반영된 것이라면 현대인의 고려청자는 선조들이 사용했던 전통적 형상을 피상적으로 응용하기보다는 새롭게 형상화해야 한다. 왜냐하면 전통적 형태나 문양의 변형, 은유를 통한 한국적 형상성만이 지금의 세계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문화의 계승방안
‘고려청자의 맑고 푸르른 비취색은 여전히 신비로운 미지의 영역이다.’ 이 말은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말이며, 대중이 생각하는 우리나라 청자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말이다.
청자의 색을 고려인들은 ‘비색翡色’이라고 불렀지만 중국 사람들은 10세기에 완성한 청자를 ‘비색秘色’이라 불렀다. 너무도 귀하고 아름다워 궁궐에서만 사용되고 있는 비밀스런 색깔이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불렸을 것이다.
어쩌면 그와 같은 이야기나 청자색에 대한 지나치게 미화된 표현들을 접하면서 대중들은 아직도 청자를 미지의 영역처럼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러한 청자에 대한 인식은 일반 대중들과 청자의 괴리감을 형성하고 일상생활에서 친밀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방해한다. 물론 고려청자의 완전한 재현은 특히 고려청자 특유의 발색을 재현하는 일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 비취색은 유약 속에 포함되어 있는 소량의 ‘산화제일철’이 ‘산화제이철’로 환원하면서 발현되는 것이며, 이러한 화학변화 이외에도 유약 속에 남아있는 기포 크기나 밀도 유약의 두께 등 여러 조건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청자의 몸체를 이루고 있는 태토에 포함되어 있는 미량의 철분 역시 유약의 발색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같은 여러 요소 중 한 가지만 달라도 그 결과가 같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람과 환경이 달라진 지금 1,000년 전 만들어진 청자유를 완전하게 재현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도예가나 개별 사업체들이 청자유를 비롯한 재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지나친 시간과 경비를 투자하는 것보다는 재료 전문가들의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연구 결과를 활용하여 양질의 새로운 청자 디자인과 제작에만 전념할 수 있어야 한다.
전통의 계승방안과 관련하여 충무공의 거북선을 한 가지 예로 들어보도록 하겠다. 충무공의 거북선은 임진왜란 당시 우수한 성능을 가졌던 전투함이며 아직도 우리의 자랑거리다. 그러나 지금 우리 해군은 거북선만을 자랑하고 재현하는 일에만 머물러 있지 않으며 현대전에 적합한 과학적이고 첨단적인 전투함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청자는 하나의 도예양식이고 기법이며 표현을 위한 하나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언어가 그 자체만으로 의미를 갖지 못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을 때 그 언어적 기능을 할 수 있듯이 하나의 기법은 기법 그 자체만으로는 의미를 갖지 못하고 기능하지 못한다.
시대가 지난 형식과 기술이 새로운 시대에 맞게 응용되고 개선되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현실이다. 도예 역시 토기에서 출발하여 고려시대의 청자 그리고 조선시대의 분청사기와 백자를 거쳐 현대도자에 이르기까지 시대에 따라 변화를 거듭해왔음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모든 분야에서 우리 민족 문화가 그러하듯이 우리의 도예문화 역시 부단한 창조활동 속에서 오늘에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전통의 진정한 계승 발전은 외형적인 것이 아니고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 당면한 문제들을 창의적으로 해결해 온 우리 선조들의 정신을 이어가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계승해야 할 청자의 전통은 형상화된 물건에서 받는 것도 있지만, 한편 선조들의 창조적 정신 그 자체에서 찾고자 하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하다. 선조들의 위대한 유산의 그림자 속에 머물러 우리의 선조들이 살던 농경사회의 노래를 하고 있을 수만은 없으며 청자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도구로서 현대화하는 작업이 절실하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이 지금 우리들이 살고 있는 시대를 반영하고 만드는 사람들 자신과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감성을 담고 있을 때 우리는 그것을 현대적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고려청자의 전통도 그렇게 21세기의 청자로 계승되어야 할 것이다.
현대청자의 발전을 위한 몇 가지 제안
1) 청자 소지와 유약의 개발과 표준화
도자진흥재단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도자업체들의 점토 조달 방법에 있어서 외부업체가 개발한 것을 구입하는 경우가 59% 정도로 가장 높고 외부조달과 자체개발을 병행하는 업체가 27%, 나머지 13% 정도가 순전히 자체개발하여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32% 이상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점토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불만 사유로는 품질의 균질성 부족, 저품질, 가소성과 성형성 부족, 성분과 유통 정보 없음 등으로 나타났다.
유약은 76% 이상이 자체개발하는 실정이고 만족도 부분에서는 65% 정도가 만족하고 있으며 나머지 불만족자의 불만요인은 색상의 다양성 부족, 안정성 낮음, 유약원료의 균일성 부족 등으로 나타났다.
요장업체들의 원료에 대한 요구사항 중 가장 많이 언급된 점으로는 원료개발에 대한 지원, 원료의 질적 향상, 원료의 규격화, 저렴한 공급 등으로 나타났다. 앞서 살펴본 원료에 대한 조사는 현재 우리나라 도자업체의 전반에 해당하는 문제점이며 청자에 대한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다룬 자료는 아니지만 유약 배합과 번조 과정이 까다로운 청자의 경우, 백자나 다양한 다른 형태의 도자제품의 경우보다도 양질의 원료 연구와 개발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청자의 재료적 분석이나 조합은 재료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협조가 필요한 일이며 도예가들은 분석된 결과를 작업에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하루 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한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며 고려시대나 조선시대 역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있었기에 세계적으로 우수한 도자기를 만들 수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점토, 유약, 성형기법, 번조방법 등에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분석과 표준화Standardization가 이루어져야 청자를 현 시대에 맞게 재창조하고 발전시킬 수 있으며 다양화를 시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도예에서 점토와 유약은 패션디자인에서 옷을 만들기 위한 원사나 원단에 비유될 수 있다. 좋은 품질의 실이나 원단을 만들었다고 해도 그것이 좋은 옷으로 디자인되어 만들어지지 못한다면 높은 부가가치를 얻을 수 없다. 과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표준화된 재료가 그것을 이용하는 도예가, 디자이너들의 창의성과 결합될 때 또 다시 세계적인 명품도자가 탄생될 수 있을 것이다.
2) 현대적 디자인의 적극적 수용
본고에서는 디자인의 구체적 방법론에 대하여 언급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의 청자에 있어서 형태, 표면 장식, 품목 등의 일반적 실태에서 느껴지는 문제점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의 안을 제시하고자한다.
도자진흥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청자를 비롯한 도자기를 생산하는 대부분의 업체들(약 80%)이 디자인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외부의 전문 디자이너와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생산에 디자인 개발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는 업체가 13% 이상으로 나타났는데 그 이유가 독창성을 추구하기 위함과 개발 기밀의 보장을 위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수업체이긴 하지만 외부 디자이너들이 도자관련 재료의 물성을 모르기 때문에 의뢰해도 개발할 수 없어 물성을 아는 사람이 디자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실태는 중·소 도자 제조업체들이 변화를 두려워하고 불필요한 도전이라는 인식과 새로운 디자인과 다른 분야와의 협동을 통해 얻어질 수 있는 놀라운 효과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는 행위다. 문제를 잘 읽지 않고 옳은 답을 얻을 수 없다. 소비자들의 문제와 욕구를 수집하고 철저히 분석하는 일이나 재료의 특성을 파악하고 제작과정을 이해하는 일들은 모두 디자이너의 문제 해결 행위에 포함된다. 전반적 업무나 공정이 분화되지 않은 소규모의 업체나 개인 도자공방의 경우 독자적으로 시장조사나 새로운 디자인 개발을 하기는 어렵다.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에 몰두하여 스스로 고정관념에 빠질 수 있으며 고정관념은 창작의 가장 큰 적이다. 어떤 일이나 문제를 다른각도의 견해를 수용하고 다각적으로 접근해야만 고정관념을 허물고 신선하고 새로운 해결방식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외국의 여러 도자 회사의 경우는 자체 디자인개발부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품의 새로운 디자인 컨셉을 찾기 위해 외부의 디자이너나 심지어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과 밀접히 관계하여 디자인 개발에 참여하게 하고 있다. 회사의 일부 공간에 외부의 작가들이 일정기간 회사의 재료와 설비를 이용하여 개인적인 작업을 하거나 디자인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외부 지향적 사회에서 개성 존중사회로 변해가면서 의식주 전반에 걸쳐 다른 사람이나 다수의 대중적 가치를 맹목적으로 따라 가기보다 자기만의 스타일을 추구하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식문화만 보더라도 중요시하던 아침식사 형태가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간편한 형태로 바뀌었고 밥을 주로 먹던 우리의 전통적 식문화와 서구식 식문화가 혼재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또한 최근 들어 우리는 특히 젊은 세대들 사이에 한식과 서구식 등 외국의 다양한 스타일이 혼합된 ‘퓨전요리’가 유행하는 현상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도예가들이나 도자업체 입장에서는 이러한 소비자의 변화에 대응해 할 수 있어야 하고 식기 디자인에서도 전통적 식생활에 필요한 밥그릇, 국그릇, 반찬그릇 식의 고정되고 획일화된 사고를 지양하여 변화된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형태의 면밀한 조사 분석이 필요하다.
‘도자진흥재단의 도자센서스2009’에 따르면 우리나라 판매업체들이 취급하는 도자제품 중 79%가 생활자기이며 생활도자 제품의 형태는 백자(70%) 분청(13%) 청자(6%) 순으로 생활자기 분야의 청자 비중이 낮게 나타났다고 한다. 또한 소비자가 최근 구매한 생활자기는 접시류, 밥·국그릇류, 커피잔 세트로 접시류가 3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제품 구입시 전통성(37%) 보다 현대성(63%)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비교적 경제적 수준이 높은 소비자들이 구매한 생활자기 품목 중 접시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조사결과는 우리나라 식생활이 전통적 형태보다 실용적인 형태로 변하고 있으며 간편하고 개성적인 상차림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며 그러한 변화가
식기 디자인에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식기의 형태와 문양에서도 전통적인 것들의 획일적 사용을 지양하고 재해석 또는 변형하여 은유적으로 활용하거나 전적으로 새로운 현대적 형태와 문양의 디자인 변화가 필요하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1.10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