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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2월호 | 특집 ]

도자작품의 숨은 의미 찾기
  • 편집부
  • 등록 2011-04-12 13:36:20
  • 수정 2011-04-13 10: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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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실

경기도자박물관 학예연구사

 

역사적으로 ‘도자기陶磁器’는 ‘기器’라는 쓰임에서 출발하였지만, 점차 ‘기器’라는 쓰임에 더하여 미적가치에 대한 중요성이 짙어지면서 ‘도예陶藝’라는 용어와 함께 그 영역이 확대되고 두드러지게 성장하였다.
도자기는 가소성이 있는 점토로 빚어 입체적인 형태를 이루고 있어 순수미술의 영역인 조각의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흙이라는 재료가 주는 질감과 다양한 장식기법 그리고 번조하는 과정을 거쳐 예측 또는 예측 불가능한 결과물이 된다는 특성 즉, 번조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물질, 새로운 미감으로 변한다는 특성 때문에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예술장르이다. 박물관은 이러한 도자기의 특성을 고려하여 전시환경을 조성하고 연출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경기도자박물관은 ‘전문 도자박물관’이다. 박물관은 지속적으로 관람객이 증가되고 있는데, 올해에는 약 15만 명이 박물관을 다녀갔다. 이것은 도자전통의 중요성으로 역사적 고장에 위치하고 있는 중요성과 박물관을 둘러싸고 있는 방대한 규모의 아름다운 조각공원과 산책로 조성 그리고 관람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전시와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운영함으로서 다양한 계층의 관람자들에게 ‘도자관련 지식과 정보제공+즐거움樂+미적교감+휴식’ 등 복합적인 문화공간으로 변화하였기 때문이다.
우리 박물관의 만족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방문목적’을 묻는 질문에서 최근 3년간 ‘도자기 관람, 도자기 감상’을 목적으로 방문했다는 응답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 결과 때문은 아니지만 어찌되었든 박물관은 도자기의 특성을 최대한 부각시키고 보다 효과적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전시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박물관은 관람동선에 있어 도자의 일반적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일종의 교육실을 첫 번째 동선으로 둔 뒤 주전시를 관람토록 유도하고 있다. 주 전시는 해당 전시의 의도와 주제를 도입부에서 간략히 설명한 뒤 주제별 설명과 함께 작품을 진열Display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도자기의 특성 - 입체적 형태를 갖고 있다는 점과 질감과 색감을 갖고 있다는 점 - 때문에 보는 각도와 조명, 위치 등에 따라 그 특성들이 다르게 보이거나 지나칠 수 있으므로 박물관은 다양한 연출방법조명방향·확산·밝기·색도조절, 확대경·반사경·Turning Table 등 보조물 활용을 동원하여 전시하고 있다. 이처럼 박물관이 노력하는 것은 감상자들을 돕기 위함으로 기본적으로 감상자체는 감상자의 몫이다. 곧 감상자가 갖추어야할 일종의 태도 또는 소양이 필요함을 뜻하는 것이다. 박물관이 감상자들을 위하여 상기 사항을 고려하여 전시할 지라도 감상자들의 적극적이고 심층적인 감상태도와 훈련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아마도 그 감상은 1차적 감상 ‘좋거나 나쁘거나’에 그치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적극적이며 심층적인 감상의 기술 즉 감상의 포인트point, 감상자에게 요구되는 태도가 무엇인지 직접적인 예를 통하여 살펴보도록 하자.

오른쪽 작품은 이인진의 「옹기집모양기甕器家形器」이다. 1차적인 감상자들은 그저 ‘집모양 도자기구나’하고 지나칠 수 있겠다. 그러나 도자기의 역사에 대한 기본적 지식이 있는 감상자라면, 집모양이라는 형태를 이해하면서 삼국시대의 집모양 토기를 연상할 수 있으며 삼국시대 집모양 토기의 용도와 색감 등을 작품과 비교해 볼 것이다. 또한 이 작품은 기의 형태를 갖고 있으나 그 용도는 명확하지 않다. 삼국시대 집모양 토기는 부장용품의 성격으로 안락함과 풍족함을 염원하는 의미가 담겨있는데, 이 작품 역시 ‘집’이라는 형태만으로도 고향, 안락함, 푸근함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 삼국시대 토기와는 다른 질감과 색감 등으로 도자종류와 번조방법 등에 대한 의문과 분석이 이루어질 것이며 도자기의 메카니즘의 이해가 있는 경우라면 2차 3차적인 감상이 가능할 것이다.
이처럼 감상자의 도자기에 대한 이론적 토대와 그 범위에 따라 감상의 수준과 폭 또한 달라 질 수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유광열의 「청자상감류문통형병靑磁象嵌柳文筒形甁」이다. 일제시대부터 청자를 제작하고 고려청자 비색재현이라는 청자명인 타이틀Title을 갖고 있는 故유근형은 고려청자 재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작가이다. 그리고 유광열은 故유근형의 장남으로 아버지 가업을 이어 60년대부터 지금까지 50여 년간을 청자제작에 매진하였다. 작가는 청자를 제작하되 부친과는 다른 작가만의 작품세계를 구현하고자 ‘전승청자’의 틀을 벗어나 21세기적 현대청자를 제작하고자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작품에서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느낌을 받는다. ‘통형筒形’이라는 형태와 ‘버드나무문柳文’의 문양소재는 고려 초기의 청자에 주로 보이는 형태와 소재로, 작가는 장식기법과 표현방법을 달리하여 이를 현대적으로 승화시켰다.
이처럼 이 작품은 작가의 제작환경과 배경 등을 이해함으로써 작품을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으며, 더불어 고려청자의 양식변천에 대해 알고 있다면 조금 더 적극적 감상이 가능할 것이다.

위의 작품은 최성재의 「분청조화문사각기粉靑彫花文四角器」이다. 우리나라에는 청자와 백자 이외에 대표적인 자기로서 ‘분청사기粉靑沙器’가 존재하는데, 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 약 200여 년간 개성적이며 독자적인 양식으로 성행하였다. 분청사기는 특히 장식기법에 따라 그 종류를 분류하는데, 상감象嵌·인화印畵·철화鐵畵·조화彫花·박지剝地·귀얄·덤벙粉粧 등 7가지로 나뉜다. 이 작품은 표면에 백토白土를 바른 후 백토가 마르기 전에 손가락을 이용하여 재빨리 그림을 그려낸(음각) 것으로, ‘백토가 마르기 전’에 시문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기법은 옹기에 잿물을 입힌 후 환치는 기법과 유사한데, 분장토와 원태토가 서로 섞이기도 하고 들어나기도 하면서 분청의 자연스러운 맛과 묘미를 더하여 준다. 만약 이러한 장식기법에 대한 경험이 있는 감상자라면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한적한 호숫가를 유유히 헤엄치는 오리’를 표현하기란 매우 어려운 작업이며 숙련된 기술이 요구되는 작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분청사기의 일반적 개념과 종류에 대한 이해와 장식기법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있다면 이 작품에 대한 심층적 분석과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오른쪽 작품은 정연택의 「백자소문주자白磁素文注子」이다. 조선시대 사옹원 분원백자를 탐색하고 연구하는 작가는 조선백자 가운데 현대성 있는 소재를 찾아내어 최소한 변형을 하고 기능성 즉 ‘용用’의 기능을 높여 현대백자를 제작한다. 양손으로 감싸 안을 수 있는 앙증맞은 크기의 백자는 작지만 부드러운 질감과 풍부한 양감으로 조형적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주자의 손잡이와 주구 그리고 몸체를 이루는 덩어리는 적절한 비례로 안정감을 주며, 살짝 꺾어준 뚜껑 손잡이와 유연한 주구의 곡선은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소문주자素文注子에 생기를 불어 넣어 준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1.0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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