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근
홍익대학교 도예연구센터 연구원
네트워킹을 위한 움직임
아시아 도예 네트워크는 2005년 말 <소통과 확산-한·중·일국제도예전>과 함께 개최된 세미나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거론되었다. 당시 임창섭 미술평론가가 [도자문화의 소통확대를 위한 기반조건], 리옌주 칭화대학교 미술대학 교수가 [글로벌화와 교류-동아시아에서 세계로‘중국 현대도예 및 동아시아 도예의 나아갈 길’], 츠지기오지 세이안조형대학 교수가 [도예를 중심으로 하는 한·중·일 문화 네트워크의 가능성] 이라는 제목으로 기조강연을 하고 홍익대학교 우관호 교수가 좌장을 맡아 동아시아 3국 도예네트워킹의 방향을 모색했다. 이 세미나의 결과로 일본과 중국에서는 각 국내 허브 역할을 할 거점을 확보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으나 한국의 국내 네트워크 구성에 실패하면서 계획이 무산되었다. 이후 2년이 조금 지난 2008년 1월 일본 동경예술대학에서 ‘소통과 확산전’과 국제심포지움이 개최되었으나 네트워킹에 관한 논의보다는 작가들의 작품을 발표하는 수준으로 진행되었고, 이후 3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이와 관련된 전시나 세미나는 열리지 않았다.
올 9월 홍익대학교에서 <2010아시아 현대도예전>과 함께 <아시아 현대도예 발전을 위한 전략>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개최되면서 이와 관련된 내용이 언급되었다. 이 세미나가 네트워킹을 주제로 진행된 것은 아니지만 발표된 내용들이 네트워킹의 필요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이날 세미나는 한국, 중국, 타이완, 일본 4개국 5명의 발제자들의 발표로 진행되었다. 일본 독립행정법인 국립미술관 아오야기 마사노리 이사장은 [아시아 도자의 국제전략]이라는 기조강연 발표문에서 아시아도기의 브랜드화를 제안하였고, 한국현대도예가회 박경순 이사장은 [아시아 현대도예의 발전을 위한 제언]이라는 주제로 ‘아시아도자교육자협의회’를 구성해 국가별 교육선진화, 공방의 국제적 교류시스템, 아시아도예축제의 네트워크화 등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중국광주미술대학교 웨이화 교수는 [중국 대학과 도자예술기구의 뉴 패러다임 및 전망]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중국의 대표적 단체들을 소개하고 이러한 단체들이 개별적으로 또는 예술기구연맹의 형태로 학생 또는 청년 도예가들을 발굴육성하자고 제안하였다. 타이완의 타이난국립예술대학 장칭위엔 교수는 [노동력의 가치와 재질의 특색이 존재하는 절대성]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세계도자의 흐름이 아시아로 옮겨오는 상황을 강조하면서 소재를 이해하며 작업했던 아시아민족의 정체성을 이어가자고 제안하였다. 일본 아이치도자자료관의 다이쵸 토모히로 학예원은 [아시아 도예의 발전을 위해-일본「도예」의 제도적 측면에서]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도예를 둘러싼 기존 제도의 가능성을 재검토해 활용하고, 현대예술의 일각에서 도예의 의미를 확대하자고 제안하였다. 이처럼 발표자들은 비교적 다양한 방향에서 주제발표를 진행하였고, 발표 후 진행된 토론에서 이러한 제안들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아시아의 도예네트워크 결성이 논의되었다. 하지만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방향만 제시되었을 뿐 구체적인 결론을 도출하지는 못했다. 지금까지 경과를 살펴보면 통합적인 네트워킹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된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고 진행된 논의에서도 쉽게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이 글의 집필을 위해 자료를 찾고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을 살펴봤을 때 아시아 도자 네트워크는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네트워크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면 통합네트워킹을 위한 시나리오를 찾아보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시아 도예 네트워킹의 당위성
향후 경제와 문화동향이 미술과 도예에 미칠 영향에 대해 살펴봤다. 너무 포괄적인 부분이라 구체적인 서술이 어렵고,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하겠지만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면 짚어봐야 할 부분이다.
문화의 동향을 살펴볼 때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 경제동향이다. 경제학자들은 현재 세계경제 큰 흐름은 지역주의1)라고 말한다. 유럽이 EU로 통합되고 북미가 NAFTA를 결성해 지역적 경제통합을 이루었고 아시아 국가들 간에도 경제벨트 형성을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아시아 경제의 90퍼센트를 차지하는 동아시아 3국(한국·중국·일본)의 경제가 통합한다면 세계경제의 3대 축으로 확고한 자리를 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 세계경제가 침체되는 현상을 보임으로써 아시아경제의 안정을 위해 통합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언어 종교 예술등 문화적인 면을 살펴보면 동 아시아는 역사적으로 서양과 뚜렷이 구별된다. 전 세계가 문화적으로 통합되기 시작한 현대 이후에도 아시아 특유의 문화는 존재해왔다. 전 세계가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는 세계화 시대에 아시아 국가들의 문화 정체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아시아 국가 간 경제 벨트가 형성된 후 그 경제가 성장하는데 있어 문화는 원동력이 될 것이고, 경제의 성장은 아시아 문화의 위상을 높이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좁은 범위의 미술이나, 도예에도 같은 의미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도예라고 하는 하나의 장르가 어떤 위상을 가지게 될 것인가를 생각할 때 그것은 조금 더 복잡한 상황을 염두에 둬야한다.
일반적으로 현대 미술사를 이야기하면 서양의 회화사를 떠올리게 된다. 그것은 현대이후 유럽이 세계 경제의 중심에 있었고 그 속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장르가 회화였기 때문이다. 경제의 중심이 미국으로 이동했을 때 미술 또한 같이 움직였다. 마찬가지로 경제의 중심축 중의 하나가 아시아로 옮겨온다면 아시아의 미술 또한 세계의 미술로써 일정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때 아시아의 미술은 어떤 것일까? 미국과 유럽은 지역적인 차이는 있지만 문화적으로 같은 뿌리를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 문화는 이들과 차이가 있다. 아시아 미술은 현대화 이후 세계미술을 주도한 적이 없고 유럽이나 미국의 영향을 받으면서 변화해 왔다. 그로인해 서양과 동양의 미술이 혼재된 다양한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언젠가, 어쩌면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아시아의 미술은 세계 미술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국가별로 유행하는 미디어 아트나 회화만을 가지고 이를 이끌어가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다양한 분야의 미술들이 함께 보여 질 때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때 아시아 도예는 어떤 모습일까? 이 질문의 답에 따라 그 역할이 달라질 것이다. 현재 동아시아는 국가별로 데이터베이스, 인적 인프라, 교육수준, 경제수준, 작품의 수준 및 경향 등이 다르다. 이것은 일방적인 국가별 우열이라기보다 상호 보완적인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아시아 국가들은 네트워크를 구성해 국가 간 정보교류, 공동 프로젝트진행, 공동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활동의 폭을 넓혀 가야한다. 그래야만 도자예술이 100년 전 또는 회화나 조각의 변방에 머물러있는 예술이 아닌 현대예술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전체 예술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위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0.12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