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의 과학기술적 접근
| 강경인 무기재료공학 박사
청자의 정의
청자靑磁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푸른색을 띠는 도자기를 일반적으로 청자라고 일컫는다. 과학기술적 측면에서 보면 푸른색의 모든 도자기를 청자라고 분류하기에는 다소 불분명한 점이 있다. 고려청자의 범주에 속하는 도자기는 사용원료를 포함한 과학기술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색상만으로 정의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일찍이 도자기의 기술적 특성을 이해한 바탕에서 고려청자는 철분의 환원염에 의한 청록색의 자기라고 과학적 측면에서 정의한 바 있다.
고려청자는 제작시기, 지역, 생산기술 등의 다양한 여건에서 제작된 도자기이다. 따라서 청자의 정의는 청자가 제작된 모든 여건을 포함하여 과학기술적 측면에서도 접근하여 설정될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적 측면에서 고려청자는 일정한 함량의 산화철을 함유하고 있는 원료를 선택적으로 사용하여 태토와 유약의 제조 및 고온의 환원번조과정을 거쳐 회색의 태토와 녹청색의 유층으로 발색된 도자기라고 할 수 있다.
청자의 원료
도자기의 원료는 다양한 광물구성으로 성형에 적합하고, 번조과정에서 높은 온도의 영향으로 단단하게 변화하는 도자기의 가장 필수적인 물질이다. 이러한 원료는 광물종류 및 특성과 더불어 광물종류의 비율을 달리하고, 도자기의 종류 및 재질특성을 결정하는 요건으로 작용한다.
고려청자의 태토에 사용된 원료는 석영, 장석, 견운모, 점토광물로 구성되어 있다. 청자의 태토에는 대체적으로 일정한 범위의 산화철 1.8~3%, 산화티타늄 0.6~1.1%가 함유되어 있고, 제작시기 및 지역 등과 관련하여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청자태토에서 산화철성분은 화학적으로 청자의 색상을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 되고, 환원번조의 화학반응으로 발색되는 회색의 태토는 청자의 바탕색을 이룬다.
대부분 청자태토의 주원료는 점토의 생성과정에 따라 분류되는 퇴적점토堆積粘土로 추정되고, 퇴적점토의 종류에서 청자의 태토와 같이 일정한 범위의 산화철과 산화티타늄이 함유된 점토가 청자의 특성에 가장 부합되는 원료일 것이다. 청자특성에 부합되는 양질의 원료가 풍부한 지역에서는 오랜 기간에 걸쳐 청자를 생산한 역사적 사실에서도 원료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청자는 높은 온도에 의해 녹아 유리질을 형성하는데 가장 커다란 역할을 하는 원료를 기준으로 「석회유」lime-glaze계통의 유약을 사용한 도자기이다. 중국에서도 당말오대唐末五代에서 북송北宋시대에 걸쳐 생산된 월주요越州窯의 청자에서도 석회유가 널리 사용되었다. 「석회유」는 고려시대에도 기술적으로 크게 변화가 없이 전 시기 및 지역에 걸쳐 청자생산에 사용되었고 오늘날까지도 석회유는 청자의 기본유약으로 변화하지 않고 있다. 청자의 제작에 사용되는 「석회유」의 주요원료는 재灰 또는 석회석의 광물이다. 고려시대에는 나무를 태워 얻어지는 재를 청자유약의 주원료로 사용하였고, 오늘날에는 석회석을 청자유약의 주원료로 사용한 변화양상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