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공방을 시작하는 이들을 위한 제언
공방제품의 판로
글/사진 신미영 한양여자대학 도예과 교수
오늘의 우리네 문명은 어찌 보면 사람들의 소망과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달려 나아가는 것 같아 때로 안타깝고 우울해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세상이 날로 정보화 되고 날마다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는 혼돈을 달리는 속에서도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음악을 통해서, 또 공예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공예를 통해서 제 나름의 삶의 풍요를 얻고 생활 속의 여유를 즐기곤 한다. 우리는 이러한 모습 속에서 일반인들이 어떻게 예술에 접근하는 지를 볼 수 있고 또한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예술이 가지는 중요한 역할을 읽을 수 있다. 도예를 전공한 작가가 생활소품을 제작 판매하고 그 수입을 다시 작품제작에 재투자하는 사이클을 머리에 떠올리는 일은 지극히 당연하고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렇게 당연한 방법으로 작품활동을 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만큼 우리의 공예시장은 좁고 구조적으로 열악하기만 하다. 해마다 배출되는 엄청난 수의 도예전공 졸업생들을 수용할만한 아무런 장치도, 정치적, 제도적 뒷받침도 없다. 어찌보면 이런 상황 속에서도 작업장을 열고 생활소품들을 생산하려는 시도는 그 용기와 노력이 실로 대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공예에 있어서의 이러한 척박한 토양은 그 동안의 수많은 도예전공 졸업생들이 결국에는 전공 외의 직업 쪽으로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일만을 되풀이하게 하고 있다. 이제 보다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입장에서 관(官)과 산(産)과 학(學)이 머리를 맞대고 이들을 수용하고 포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할 시점이다. 그 동안 오랜 시간 생활도자를 만들어 오면서 또 학생들과 함께 하면서 항상 생각하고 염두에 두어야 했던 것 중의 하나가 제품의 기능과 새로운 조형에 의한 신상품의 개발이었다. 이렇게 제작된 새로운 기능을 가진 신상품의 경우 기존에 형성된 판매가격대의 구성여건에서 벗어날 수 있고 또한 새로운 조형과 새로운 기능이 쉽게 소비자의 눈에 띄고 수요를 창출하게 되는 것을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미국의 도예장터인 페어(fair)나 일본의 각 지역 도예축제행사인 마쯔리를 보면 이러한 새로운 기능과 형태를 추구하는 많은 신상품을 볼 수 있고 이를 통한 판매의 증가를 도모하는 업체들의 지대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신상품의 개발은 곧바로 도자에 있어서의 지역특성화를 형성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도 알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색깔이 있고 특징을 가지는 자신만의 작업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내면의 작품세계를 생활도예 속에 완성도 있게 담아낼 수 있다면 다른 어떤 판로를 만드는 것 이상으로 소비자들의 흥미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수 작업으로서 최대한의 장점을 살려 진행 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다품종 소량생산의 구조를 가지면서 제품의 형태를 수시로 바꿈으로서 자신의 작업을 찾는 고객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선택권을 줄 수 있게 해야한다. 그리고 이렇게 자주 바뀌는 디자인을 진행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제품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일이다. 대개의 경우 자신이 꾸준히 작업해오던 품목에는 제품의 크기와 유약의 발색, 용융정도 등의 기술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제품의 디자인이 조금 바뀌면 형태의 느낌과 새로운 유약의 발색에 대한 적응기간이 부족한 관계로 일관성 있는 제품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일선의 가게들이 흔히 두 가지 이유를 들어 신인작가의 제품을 가게에 들여놓기 어렵다고 말들을 하곤 한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일관된 제품의 생산능력이 갖추어져있지 않다는 것이다.
즉 처음 납품한 제품과 뒤이어 공급되는 제품이 유색과 형태에서 느낌이 제 각각 다르다는 것을 말하는데 수 작업에서 이러한 경우는 물레나 유약 제조기술과 소성경험의 부족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이유는 주문 제품물량에 대한 불성실하고 원활하지 못한 공급이다. 도자의 경우에는 일반 다른 공장의 상품보다 긴 제작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소비자들은 원하는 물량을 극히 짧은 시간에 만들어주기를 원하고 그것을 공방에 제작의뢰 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에 한 두 명이 시작하는 극히 소규모의 공방에서는 작업진행에 역부족이 될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판매를 위해 제품을 납품하게 되는 경우에는 매장의 유형과 판매의 방식 등을 재고해야 한다. 아울러 대금결제 방식이나 위탁일 경우 재고처리문제 또는 물량입고에 따라 판매 측에서 제품에 대한 홍보와 판촉노력 등을 기울일 수 있는지의 여부 등 다각도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공방제품의 판매확대를 위해서는 산업 도자의 제조기법이 적극 도입되고 활용되어야 한다. 자칫 이러한 활용이 도자 공예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도 없지 않지만 이를 통해서 앞서 지적하였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즉 제품에 일관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되고 생산량의 다량 확보를 가능하게 함으로서 제품공급이 원활하게 된다.
또한 이를 통해서 기존의 물레를 사용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제작되는 도자 제품의 수공예적 입지를 높여나갈 수 있게된다. 한편으로는 계절에 맞는 제품의 생산시도와 각 매장의 고객의 연령분포, 매장 위치에 따르는 선호제품의 파악 등 세세한 부분도 챙겨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잊지 않아야 할 것은 제품의 조형성과 기능에서의 완성도와 마무리이다. 이러한 점은 판매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으로 제품판로를 앞서서 생각해야 할 것이다. 공방제품의 판매가 확대되기 위해서 지금의 우리식문화는 보다 개선되고 발전되어야 한다. 다양한 우리의 음식이 개발되고 거기에 따르는 식기가 다양하게 디자인되고 생산되어야 한다. 식탁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확대되고 요리연구가가 더 이상 자신의 요리에 맞는 그릇을 찾아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될 때 공방 도자는 새로운 위치를 찾아 정착하게 될 것이다. 다양한 경로를 통한 해외시장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일은 제품 판로의 확대차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해외시장의 형성에는 컨테이너 운송비의 부담과 현지인 들의 기호와 취향, 또 식생활을 이해하는 등 해결되어야 할 사항들이 많다. 이러한 제반사항들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 기술과 함께 캐릭터 있는 새로운 아이템(item)을 갖추고 마무리가 완벽한 완성도 있는 제품으로 국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면 그러한 작가를 마다할 가게는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이렇듯 판매에 해당하는 모든 사항들을 작가가 직접 해결해 나가야만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예를 보면 일찍부터 기틀을 잡고있는 지방자치제의 지원으로 공예문화의 중요성을 부각시켜나감으로서 일반인들의 공예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공예장인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신진 작가는 각 지역의 축제 행사인 마쯔리나 공예품 전문가게 또는 백화점들을 통해서 작업을 선보이게 되며 이러한 경로는 매우 활발하게 운용되고 있어서 작가는 작품제작에 많은 시간을 배려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어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에 도자 공예품의 시장가능성이 한국전업도예가회의 전시와 다수의 공예 전문화랑들에 의해 여러 각도에서 새롭게 조망되고 있다.
이러한 시도와 제안들이 성공적으로 정착을 해서 일반인들의 도자 공예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풍성한 도자 문화가 새롭게 조성되어야 할 것이며, 어려운 현실에서 자생력을 기른 젊은 도예가 들은 질긴 생명력으로 작업에 매진하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필자약력 ·한양여자대학, 서울산업대학교, 이화여대 산업미술 대학원 졸업 ·개인전1회, 논문 3편 ·중앙인력개발원 교재개발 검토위원역임 ·의정부 회룡 미술제 운영위원, 초대작가 ·질꼴모임, 토로회, 산업도자조형회, 한국미술협회, 대한산업미술가 협회, 한국공예가회, 한국현대도예가회 회원 ·현재 한영여자대학 도예과 교수 한국 전업도예가회 이천 전시매장 지난 2000년 일본에서 열린 ‘한·일 도예 페스티발 - 한국전업도예가회 협회전’ 일본 도코나메 도자기 마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