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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7월호 | 특집 ]

공방 투자규모와 작업공간,시설기기,인원
  • 편집부
  • 등록 2003-07-11 14:57:03
  • 수정 2018-02-19 1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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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공방을 시작하는 이들을 위한 제언

공방 투자규모와 작업공간, 시설기기, 인원

글/사진 정인모 모완도예 대표, 도예가

 필자가 공방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1989년 겨울이다. 그 전의 공방 생활 경험은 도자기업체 근무와 선배 공방에서 함께 일했던 것이 전부였는데, 너무 짧은 기간이었기 때문에 당시 공방을 시작하려던 필자의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결국 공방 운영자들의 조언에 많이 의존하여 공방을 차렸다. 12년쯤 지난 지금 당시의 필자와 같은 입장에 있는 분들에게 작업실 시설과 기기에 관한 제반적인 것들을 필자의 경험에 의해 조언하고자 한다. 본 고에서 소개하는 공방의 성격은 생활도자기를 제작하는 전업작가의 공방을 전제로 생각한 것이다.

어느 정도의 규모로 시작할 것인가?

 필자가 처음 공방을 시작했을 때 규모는 서울의 주택 마당에 설치한 0.7루베 가스가마와 내화판 70여장, 그 밖의 가마 부속물 그리고 10평 남짓한 지하실에 물레 2대가 전부였고 작업을 돕는 후배 1명이 있었다. 장소가 좁고 자본이 부족해 선택한 최소의 내용이었다. 생활도자기를 제작하기에 비좁고 미비한 생산 설비지만 효율적인 공간 활용과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으로 운영하였다. 그러나 토련기 없이 작업한다는 점이 공방 운영을 어렵게 했다. 토련기를 대신해 손과 발로 소지를 준비한다는 것은 시간 낭비와 제작에 쏟을 힘을 소모하는 일이 된다. 물론 제품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지속적인 생산 활동에 부담을 안게 하는 일일 수밖에 없다. 필자 공방의 예를 든 것이지만 최소의 자본으로 소규모 공방을 차리고자 하는 경우 이 정도로도 공방을 시작할 수 있다. 이 밖의 설비는 운영하면서 필요에 의해 장만해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처음부터 장만할 경우 자신의 작업 내용에 적합한 기기의 품위나 종류를 선택하지 못해 후회하는 일도 생긴다. 공방 운영을 오래 하다보면 다양한 도구나 기계, 작업실 면적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신의 공방 현실에 적절한 설비를 갖추게 된다. 그것은 작업의 내용이 다양해졌거나 작업의 양도 많아졌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공방이 발전했다는 뜻이 된다.

 공방의 규모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커지게 되는데, 이것이 순탄한 운영이 아닌가 생각한다. 공방 설립 투자 규모는 얼마나 들까? 마뜩이 추산하기 어렵다. 공방의 위치가 도시가 될지 시골이 될지, 건물은 임대인가 매입인가에 의해 투자액은 달라지고, 뿐만 아니라 주 생산품이나 유통 규모와 상응하여 공방의 시설기기 규모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개 공방을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제품의 디자인이 확정되어 있지 않아 시장성과 유통 라인 등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적당한 투자 규모를 잡기 어렵다. 앞서 최소의 투자에 의한 초기 운영 방식을 이야기했듯이 운영주가 공방 운영 경험이 전혀 없어 다소 불안하고 투자력도 부족할 경우, 소규모 공방으로 시작하여 차츰 규모를 확장해 가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

능률을 고려한 시설기기는?

일의 능률을 고려한 공방의 시설기기는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자신의 공방을 계획해보자. 아래와 같이 작업의 과정에 따라 작업실을 구분하고 각 방에 필요한 시설 기기를 생각해보았다.

1) 원료 및 기자재 창고 소지를 비롯한 유약 원료, 기자재, 기타 물건을 보관한다. 겨울철에 소지가 심하게 얼지 않도록 채광창 부근에 덮어서 보관한다면 난방비를 절약하는 데 유리하다. 또한 유약원료는 통에 담아 확보함으로써 원료의 잔량 확인을 쉽게 하여 수급을 원활하게 하고 유약조합의 편리를 도모할 수 있다. 유약실험을 위한 각종 원료와 실험도구 비치용 선반, 작업대를 설치한다. 그 밖의 잡다한 물건을 정돈해두는 창고이다.

2) 성형실 수제작을 주로 하는 성형실에는 토련기와 물레, 판성형기가 준비되어야 하고, 석고형틀에 의한 제작실에는 제형물레(Jigger machine), 정형물레, 교반기나 압력주입기, 탈형을 위한 설치물과 콤프레셔, 형틀 건조용 설비, 형틀 보관용 선반, 주입성형용 작업대가 필요하다. 이렇게 성형실을 두 방으로 나누는 것은 동시에 두가지 작업을 병행할 때 생기는 소음을 분산시키므로써 쾌적한 작업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다. 또한 석고제형실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에 위해 소지에 석고가 섞이지 않도록 하여 재생소지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도 필요하다. 한편 성형실 개수대와 연결되는 외부 배수로에는 침전 탱크를 설치하여 소지와 석고의 침적으로 인해 수로가 막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3) 소성실 성형실이 소성실과 분리되어 있지 않을 경우, 소성시 열기와 일산화탄소로 인해 쾌적하지 못한 환경이 되어 작업에 지장을 받게 된다. 따라서 소성실은 독립 공간으로 배치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소성시 실외 바람이 잘 유입되도록 소성실을 개방한다면 소성 분위기를 일정하게 하는데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소성을 자주하는 편이라면 소성실의 열이 석고의 건조에 유리하므로 선반을 많이 설치하는 것이 좋고, 석고제형실을 소성실과 가까이 하여 석고의 보관과 운반을 용이하게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소지와 유약 등의 보관으로 결빙을 방지할 수 있어 난방비 절약에 유익하다. 가마는 대차 출입형으로 제작하는 것이 신속하고 편리한 작업에 크게 도움을 준다.

대량 제작을 준비한다면 쌍대차(대차 2대)로 설치하는 것이 옳다. 가마의 크기 역시 생산량에 비례하여 결정해야 한다. 가마의 크기가 클수록 소성 횟수를 줄이는 효과가 있어 이득이 있다. 그러나 생산력이 약하고 디자인이 정착되지 않아 주력 상품이 없는 상황에서 큰 가마를 이용한다면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생산력이 부족할 경우 제품의 공급 회전이 느려 유통에 문제가 발생하고, 주력 상품이 없어 판매가 잘 되지 않을 경우에도 가마가 크면 생산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되므로 디자인을 수정하여 시장성을 확인하거나 홍보하면서 대처하는 순발력이 취약해진다. 따라서 가마의 크기는 욕심만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인지 소규모로 공방을 시작하는 경우 대체로 0.7루베 이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밖에 성형실에 필요한 것으로는 내화판 보관대, 지주 보관용 선반 등이 있다.

4) 시문, 시유, 검품, 포장, 재고실 소성실 바로 옆에 위치해야 문양장식과 시유 작업에 이어 가마 적재 작업으로 옮겨지는 동선을 짧게 할 수 있다. 소성 후 제품의 연마, 검품, 포장 작업이 병행되는 방이기도 하고 재고 관리 및 견본품 전시 기능까지도 겸한다. 이는 가능한한 다용도 공간의 형성으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 이다. 여기서 견본품 전시 보관 용도는 제작 과정에서 늘 동일한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그러나 여유가 있어 별도의 전시실을 마련할 수 있다면 공방에 찾아오는 고객이나 유통업주에게 제품을 판매하고 홍보하는 데에도 더욱 유익하다. 이 방에 필요한 시설기기는 문양장식을 위한 재료 보관용 선반, 시문과 시유 작업대, 기물 보관용 선반, 검품용 작업대, 기물의 굽 연마기 등이다. 지금까지 제작 과정에 따라 구분하여 필요한 시설기기를 설명하였고, 이 외에 전기와 가스, 난방 시설에 관한 몇 가지 유의할 내용을 정리해보자. 전기와 가스는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최대한 안전하게 설비하도록 주문해야 한다.

 전기 설비는 공방이 보유한 모든 기기의 전기용량을 계산하여 충분한 용량의 전압을 확보해야 한다. 사용 기기가 많아져 승압공사가 필요하게 되면 한전에 신청 후 설비업체를 선정하면 된다. 선정시 몇 업체로부터 견적을 받는 지혜도 필요하다. 가스배관 설비 관련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가스누출경보장치를 장착을 권장한다. 이 장치가 소성 초보자에게는 특히 안전장치의 하나가 될 것이다. 물론 소화기 비치도 잊지 말아야 한다. 가스 관련 설비로는 LPG 가스통 보관 창고와 기화기가 필요하다. 공방 주변 여건이 된다면 가스충전소로부터 용량이 500Kg 이상 되는 벌크통을 공급받아 설비하므로써 다소 저렴한 가스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소성시 수시로 가스 잔량을 확인하는 일과 가스통 교체의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어 편리하다. 그렇지만 안전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 이 설비에 관한 문의는 공방에서 가장 가까운 가스충전소에 문의하면 된다. 그 외에 도시가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LPG 보다 연료비가 저렴하고 소성 작업이 편리하지만 설치시 비용이 들고 공급 가스압이 부족하지 않도록 기술적인 해결을 해야 한다.

 공방의 난방은 겨울철 난방비 절약과 작업 환경 조성을 위해 중요하다. 공방 건물이 이 문제를 고려하여 단열이나 난방 설비가 잘 되어 있다면 걱정이 없겠으나 그렇지 못할 경우 한절기마다 난로를 준비해야 한다. 공방의 보온이 취약할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소지가 얼어버리는 것이다. 주간에는 작업을 하거나 난로를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으나 작업을 하지 않는 야간에는 난로에 의한 난방이 화재 불안감으로 곤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석유나 가스를 연료로 하는 난로는 연료비가 많이 들어 부담을 갖게 한다. 그 대책으로 연탄난로가 적당하지만 연탄 가는 일과 연탄재를 버릴 곳이 없어 처리비용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시골에서는 매립을 하기도 하지만 공방 주변 매립지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은 못된다. 결국 건축할 때 난방을 고려하여 단열이 잘되도록 짓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이상 필자의 경험에 의해 생각나는대로 정리해 보았다. 이 외에도 더 다양하고 좋은 의견이 있을 수 있으니, 공방 운영의 경험이 많은 선험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공방을 준비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필자약력 ·국민대학교 및 동 대학원 도예전공 졸 ·개인전 3회, 단체전 50회 ·현, 모완도예 운영 ·상명대, 강남대 강사 공방의 수제작 성형실 가마소성실 압착성형(Jigger)실 압력주입성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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