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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5월호 | 뉴스단신 ]

일본디자이너 코세이 시로타니 명지대 특강 - 전통 기법을 이용한 생활자기디자인
  • 편집부
  • 등록 2009-07-11 13:5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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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규리 명지대학교 신소재공학과 무기안료 연구실 연구원

‘최종적 형태보다 만드는 과정PROCESS 중시’
 -새로운 전통의 가능성을 함께 미래에 남기자.


지난 3월 26일과 27일 이틀간 명지대학교 한국도자기연구센타에서 주최한 일본의 제품 디자이너 ‘코세이 시로타니城谷耕生 しろたにこうせい’의 디자인 특강이 진행되었다. 도자기를 만들 때 무엇을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도예가나 제조업자가 아닌 타인의 시선에서 던지는 일본 나가사키長崎 거주 디자이너, 코세이 시로타니는 원래 이태리에서 건축을 전공했지만 후쿠오카지역에서 도자기 제품 및 기타 공예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하고 있다. 시로타니는 제품디자인에 있어서 최종 형태의 직접적 제안보다 ‘만드는 과정’ 즉 프로세스PROCESS를 중시한다. 26일 오전에는 일본의 전통도자기 산지들이 집약되어있는 큐슈지역의 도자기 요장과 진행되었던 디자인 프로젝트와 그 참여방식을 소개하였다.
1부/오전(10:00 ~12:00)
구체적인 프로젝트 소개/디자인 참여방식 설명
The work of Kosei Shirotani 
‘공방의 젊은 후계자들에게 디자인을 가르친다’라는 모토아래 나가사키요업기술센타의 의뢰로 코세이 시로타니가 직접 진행한 하사미波佐見-백자 중심,100여개의 요장이 있는 마을의 디자인 프로젝트 중 TIPO, YOMA, CARRARA, CASSINA, RIM 이라는 도자기 브랜드BRAND의 제작의도와 과정 및 결과를 소개하였다.
각기 다른 시스템의 하사미 지역 전통요장이나 공장과 개별적으로 진행하여 도자기 제품 브랜드화했던 이 프로젝트들은 디자이너는 디자인만하고 직공은 만들기만 하는 기존의 이원화된 시스템에서, 디자이너와 직인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함께 고민하여 작업해나간 실례들이라고 한다.
TIPO에서는 찻잔, 다기능 화병, 접시 등 사용자가 기능을 선택할 수 있는 멀티Multiple 컨셉의 디자인을 진행했는데, 수공예 기법을 살리는 질높은 소량생산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물모양의 하사미 전통기법을 현대화시킨 YOMA와 하사미 공방의 새로운 기술로 개발한 CARRARA 등은 새로운 시도로 인한 많은 광고효과를 통해 점차 판매량이 늘어난 사례라고 한다. 또한 일본 내 상주한 고가의 이태리가구 회사인 CASSINA의 일본 매장용 테이블 웨어도 제작하였고, 대량생산 회사에서 4O,OOO개의 주문을 받아 진행한 RIM의 경우는 유럽형의 현대적 디자인으로 뽑아내서 그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대분분의 프로젝트에는 제품 개발 시 특허를 통한 단독사용의 접근이 아니라, 좋은 것은 모두가 사용하여 나누게Share하자는 그의 철학이 반영되었다. 하사미 외에도 마카와치三川內지역의 전통기법인 투각을 하고 있는 큰 전통요장의 후계자와 작업을 진행하였다.
고이시하라小石原 지역은 인구 600명에 가마가 50여개인 작은 도자기 마을로 가내 수공업형태가 대부분이다. 이 프로젝트는 직공들과 큐슈대학생, 디자이너(시로타니) 세 팀이 협력하여 자료조사와 제작을 공동진행 하였다. 주로 생각하는 방법을 훈련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하는데, 디자인 전개과정과 농경+관광+도자기를 겸하는 마을로서의 Community를 공동 연구하였고, 이 지역의 젊은 직공들과 함께 만든 결과물과 함께 전시회를 통해 프로젝트의 의도와 공정Process 또한 설명하였다.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지역 전통요장들과의 이러한 디자인연계프로젝트는 전통을 기반으로 현대화의 새로움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직공들에게 사고력을 훈련시키는 의도로써, 2-3년의 긴 시간을 들여 서로 대화하고 공동 연구하는 좋은 일본의 선례로써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2부/오후(1:00~4:00)
인재 육성 Project에 대해
SAGA University Karatsu Project
2부 프로그램에서는 사가대학saga university에서 진행하는 가라츠 프로젝트Karatsu Project와 이태리 디자이너 엔조마리Enzo Mari와의 프로젝트를 소개하였다. 현재 일본의 사가현에서는 젊은 도자기 산업후계자들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인근 지역의 가라츠 야키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20대 젊은 도예가들의 교육 프로젝트를 실시하였는데, 그 출발점은 “왜 가라츠인가?” 였다고 한다.
가라츠 지역에서 활동하는 젊은 개인요장작가들과 가라츠 도예가의 도제식 제자들로 구성된 학생팀은 2008년부터 1년에 10명씩 3년 과정으로 무료교육을 받고 있다. 교육과정은 야간과정(주2회)으로 1학년은 세 과정Science/Economy/Culture으로 나누어 교육하는데 시로타니는 인문학Culture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이 교육 프로그램에서는 아름다운 도예마을을 만들기 위한 Community design의 이태리나 핀란드사례를 소개하며, 전통공예(대나무/유리/금속)등의 폭넓고 다양한 방면의 직공들과 연계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3부/오전(10:00~12:00)
토론의 장
Discussion
특강 둘째 날인 3월 27일 오전에는 한국의 도예가들의 제품에 대한 토의discussion 시간을 가졌다. 한국측에서 준비한 일곱 여 곳의 제품을 보며, 시로타니의 간단한 조언을 듣고 대화하는 시간이었는데, 왜 이렇게 디자인을 했는지 먼저 이야기를 듣고 의견을 이야기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이러한 프로그램은 도예가들과 디자이너가 같이 이야기하면서 개선책을 찾아보려는데 있었다.
이번 특강에 참여했던 도예가들은 시로타니의 생활자기 디자인 특강을 통해 예술로써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는 방법이 아닌 디자인으로써 제품에 접근하는 방법을 배웠으며, 시로타니의 의견을 오픈 마인드로 받아들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하였다. 특강이 끝난 후 그가 가져온 디자인 프로젝트의 제품들을 관람하며 질의 응답하는 유익한 티타임도 마련되었다.
시로타니 자신도 일본의 전통요장에서 전통 도예가들과 도예과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지만, 일본도 제품의 양산과 상품화를 위해 디자이너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한다. 또한 그는 “물론 개인 작가들은 자신만의 세계가 있어도 좋지만, 글로벌화를 생각할 때 자신의 입장을 잘 정리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수송수단이나 정보가 뒤떨어 졌고 소재도 지역 스타일을 고수해서 그 자체로 아름다울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제품의 재료가 세계각지에서 오기 때문에 지역제품자체에서 나오는 공예품 원래의 아름다움이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이것을 디자이너들이 정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또한 직공의 혼란스러움을 조금 편안하게 변화시켜주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라며 특강을 마무리지었다.
이번 한국에서의 특강이 자신에게도 한국을 이해하는데 많은 공부가 되었으며,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명지대학교 한국도자기센터에 감사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번 특강은 한국과 상황이 유사한 일본의 사례연구를 통해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전통도자기시장을  디자인 기법의 도입으로 살리는 방법을 모색해보려는데 그 의지가 있었다. 전통기법의 특성상 기술이 오픈되지 못하고 이에 따라, 후계자들이나 직공들은 시대의 흐름과 상관없이 기술전수와 현대화라는 두가지 부담을 어깨에 무겁게 이어오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또한 도예과 출신 학생들은 졸업 후 지역요장이나 도자기 회사나 공장의 디자이너로 취업하기보다는 본인 또한 작품과 상품사이에서 혼란스러움을 느끼면서 어렵게 공방작가로 출발하고 있다. 즉, 졸업 후 진로모색이 다양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전통요장들의 디자인공정 도입 부재와도 암암리에 연계되어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전통기술과 디자인의 관계에 대한 우리의 상황을 고려해보면 이번 특강은 우리가 잊고 살았던 원칙들, 즉 디자인의 사회적 측면과 교육적 측면-인간을 기본에 둔 디자인과 공유의 철학-을 환기시켜주었다.
 지역과 전통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당장의 수요와 경제성이라는 명목아래 복제가 횡횡하는 우리의 시장은 어떠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가. 공예와 디자인의 사이에 흐르고 있는 어색한 기운이 만나는 곳에서 전통과 지역의 특색이 동시대성의 나무에서 꽃핀다면, 그가 제안한 ‘외부 디자이너의 영입을 통한 프로젝트 과정Process을 통해 본연의 것을 직인들과 함께 찾는다’는 시도는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지역요장에서 외부 디자이너의 영입을 통한 신제품 개발과 적극적인 젊은 지역 도예가들에 대한 교육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이루어지는 일본의 사례발표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코세이 시로타니城谷耕生 しろたにこうせい

1. 공동작업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경우에 따라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딱 하나만 말하기가 어렵다. 의견을 믿고 따르기 전까지는 모두들 반신반의해한다. 하지만 함께하면서부터는 대부분 믿고 따르는 편이다. 내 역할은 배의 선장과 같은 역할이다. 그들이 그 배를 타기 전까지는 걱정하면서 의견이 분분하다가 일단 한 배에 같이 타고 전적으로 믿는다. 이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위해 적어도 다섯 번 이상 만나는데 6개월 이상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필사적으로 어필하기 위해 엄청난 자료조사와 공부를 하는 편이다. 그들 스스로 생각하고 자립적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교육도 함께 진행한다.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느꼈기 때문에 이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본다.

2. 프로젝트 과정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작가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제품디자인으로써 실용적으로 쓰일 수 있어야 한다. 형태는 여러 시대의 역사적, 사회적, 경제적 분야의 환경에 의해 총제적으로 결정되어 지는 것이지 결코 개인의 주관이나 기호로 정하는 게 아니다. 그만큼 형태의 근원에 대해 자료조사를 충분히 해야한다. 예를 들어 도구수단의 역사에 있어서 포크, 나이프, 젓가락의 사용이 어떻게 유래했고 같은 젓가락을 사용하는 한국, 일본, 중국에서도 사용방법이 왜 다른지를 공부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료를 직인들에게 보여주면 굉장히 즐거워한다. 형태의 결과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형태에 접근하기까지 자료조사를 충분히 한 후 어떻게 이 형태까지 도달하게 된 것인지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

3. 직인들이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가
주문이 오기를 또는 클라이언트가 방문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자발적으로 생각하고 먼저 작업에 임해야한다. 요구하는 것만 하는 것은 초등학생들이 숙제만 하는 것과 같다. 본인 스스로 자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기까지 의견도 내고 적극적으로 작업현장에 임하는 것이다. 단순한 모방이나 유행을 쫓는 것을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다. 깊이 사색하고 체화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자신의 마인드나 판단력, 선택하는 힘이 있어야 취해야할 것과 취하지 말아야 할 취사선택에 확고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자신의 생각만을 강요하는 게 아닌 생각할 수 있는 힘, 즉 근본적인 생각을 길러주는 것 또한 내 역할중 하나다.

디자이너 코세이 시로타니Kosei Shirotani는 1991년부터 2001년까지 이태리에서 공부하고, 졸업 후 프리랜서 디자이너로써 활동하였는데, 그 때 엔조마리와의 공동 작업으로 진행되었던 도자기 디자인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파엔자의 전통자기 디자인프로젝트 중 ‘모란 문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예와 문양의 redesign process를 소개했다. 문양은 의미별로 연구하고 분해해서 재조합시키는 작업을 통해 전통적 문양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만의 새로운 문양해석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Enzo Mari and glazing Kazan는 하사미의 전통 청화기법을 엔조마리와 공동 작업으로 현대화한 프로젝트로써 직공들에게 ‘하나의 요장에 하나의 문양을!’이라는 기치아래 특출하지 않은 사람이 특출한 문양을 끌어내도록 훈련시켰다고 한다. 각 요장의 전문화를 유도해주면서도, 그들이 한 지역에서 공존할 수 있게 하려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가격 및 제품의 질도 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에서 중요했던 것은 결과보다도 시스템system에 모두가 같이 생각을 했다는 부분이라고 시로타니는 말한다. 이 프로젝트의 진행과정과 결과물 또한 일본 도쿄 록본기에서 전시되어 기록으로 남겨졌다.
이와 같은 시로타니의 도자기 요장과의 연계 디자인 프로젝트는 어느 한 사람의 유명한 작가를 탄생시키기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고 제작할 줄 아는 여러 명의 전문가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이러한 훈련을 통해 외부의 디자이너 없이도 직공 자신들이 스스로 디자인을 전개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람들의 표현욕구가 예술세계이긴 하지만 디자인에서는 그것을 억제하고 좀 더 객관적으로 보려하는 시도가 중요합니다. 즉, 자신만이 향유하는 전유물이 아니라 타인들의 사용을 전제한다면, 본래의 기능은 꼼꼼히 살피고 자신만이 좋다고 하는 부분보다는 자신만이 특별히 디자인을 위해 고민한 부분이 어디인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인에게 정말 필요한 것인지, 옛날 물건이나 문양을 이대로 복제copy해도 좋은지 늘 생각해야하며 전체적인 분위기는 copy하더라도 세부적인 것은 자신이 궁리해서 전혀 다른 것으로 개량할 수 있어야 합니다.” 라고 그는 말한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사진과 표가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5월호를 참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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