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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1월호 | 특집 ]

졸업작품전의 지도방향에 따른 단상
  • 편집부
  • 등록 2009-07-11 11:01:03
  • 수정 2009-07-11 1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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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경환 홍익대학교 도예유리과 교수

포스트모던 이후 현대 미술은 복잡하고 다양한 양상으로 특정 형식이나 이념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표출되며 다각도로 모색되어지고 있다. 즉 장르의 범주에서 벗어나 기존 형식의 해체 및 표현의 다양성과 더불어 새로운 가치로 재탄생되어 계속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 ‘도예’ 또한 전통적인 도자만의 정통성으로 한정 지을 수 없게 되었으며 흙을 매개로 다양한 양식과 기법들이 실험되고 이질적인 장르들이 무수히 교차하면서 점차 의미가 넓어지고 있다. 이제 현대도예는 기물의 형태를 포함하여 조형적 표현 요소로 - 창작 개념의 순수 조형예술로서 위상을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졸업 작품은 자신의 작품이 유튜브YouTube나 블로그blog를 통해 전 세계로  나갈 수 있는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는 현재의 미술학도들의 입장에서 보면 작품 제작에 긴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다양한 창구를 통해 본인의 작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미술계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젊은 작가를 위한 지원의 폭이 확대 되고 있는 것이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자극적인 소재나 표현방법을 통해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낸 후 한순간에 주목받아 보려는 제작 태도는 긍정적인 방법이 아니다. 수많은 정보와 이미지 속에서 다양한 컨텐츠를 접하되 냉정한 시각으로 분석, 비판하고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시켜야 한다. 즉 자기 나름대로의 필터를 통해 걸러진 독창적인 아이디어, 영감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재학중 숙지한 ‘예술적 조형성’에 기인한 기본 요소를 바탕으로 단단한 발판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작품제작과 전시에 따른 진행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안해 본다.
우선, 당연한 순서이지만 주제를 정한다. 아마도 재학 중 본인이 관심을 갖고 제작해 왔던 작품의 연장일 것이다. 작품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제작의 당위성을 스스로에게 확인하며 사고의 깊이를 더하고 논리적 개념을 세운다. 그리고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형태에 적합한 점토, 안료 등 재료를 선택하여 제작하게 되는데 지도교수의 조언과 함께 작업을 진행하면서 주변의 교우들과 작품에 관한 지속적인 의견 교환critic을 통해 서로 자극을 주고받는 것도 필요한 과정이다.

그간 졸업 작품에서 보여진 양상은 ‘도자조형’의 경우 일상적 내러티브narrative, 진지한 자아탐구, 존재와 현상의 감각적 모색, 사회현상에 대한 발언, 관객참여형 상호작용 등 다양한 주제와 함께 자유로운 표현방식을 보여주었다. 작품에서는 형태자체의 완성도 및 그 형식도 중요하지만, 물질적 속성 이면의 작가의도 - ‘개념’을 부각시켜 관람자와의 소통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만의 작품관을 고집하면서 세상과 통하는 문을 열어보려 하지 않는 작품은 그 존재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졸업전은 특성상 학생 개인의 역량이나 각 대학이 지향하는 교육 목표를 최대한 부각시키기 위한 전시이므로 다양한 관심사와 컨텐츠로 다채롭지만 주제가 부여된 기획전시나 개인전에 비하여 자칫 산만해 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전시공간에 맞는 적절한 연출이 필요하다. 전시 상태의 분위기가 좋으면 시너지 효과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간의 전체적인 흐름에 맞도록 크기, 형태, 색감 등의 요소를 강약의 조절 및 동선에 따라 유기적인 흐름을 만들고, 그에 적합한 작품군을 배치한다. 출품작이 많다고 해서 출품자의 능력이 돋보이는 것은 아니다. 본인의 이미지가 강한 대표적인 작품, 또는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적절한 디스플레이 방법으로 제시하면 오히려 더 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전시대를 사용할 경우 전시대도 ‘작품의 일부’임을 강조하고 싶다. 규격화된 크기와 색상을 갖고 있는 전시대들은 통일감을 줄 수는 있겠으나 작품의 개성을 잃게 한다. 따라서 작품의 내용과 형식에 맞는 전시대의 크기, 재질, 색상의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일방적으로 학교 측에서 제공해 줄 것이 아니라 출품학생에게 그 부분까지도 해결해 낼 수 있는 부담을 주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공간이 허락한다면 관람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전시된 작품이외의 작품과 제작과정 등이 담긴 포트폴리오를 프린트물이나 미디어를 사용해 함께 전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필자는 오랫동안 졸업전을 지도하면서 시대의 흐름에 따른 많은 변화를 느끼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기본기가 있어야 밀도 있는 작품이 제작되며, 이와 함께 본인의 작품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제작을 해야 완성도 높은 작품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작품’이라는 것을 심각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여유를 갖고 즐기면서 꾸준히 노력하는 자가 훌륭한 작가로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사족蛇足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교내에 전시공간을 갖고 있다.
‘과제전’ 등과 같은 교내행사에는 적합한 공간이겠으나 일반 관람객들의 경우 관심은 있어도 접근이 불편한 학교 전시공간은 외면하는 편이다.
‘졸업전’의 경우 가능하다면 시내의 전시 공간을 사용하여 많은 관람객들을 방문하게 하면 그들에게 도예에 대한 관심도를 높힐 수 있고 그들로부터 조언도 들을 수 있을 것이며 미술관계자들과의 연결가능성도 더욱 클 것으로 생각한다 .출품학생 또한 열린 공간이니 만큼 신진작가로서의 등용문이 될 수 있다는 자극으로 작품제작에 더 많은 노력을 할 것이다.

매년 이즈음이면 여러 학교에서 졸업전에 관련된 ‘도록’이 우송되어 온다.
좋은 지질에 인쇄한 넉넉한 두께의 도록이 대부분이다. 적지 않을 제작비도 짐작이 간다. ‘남는 것은 도록 뿐이다’라는 인쇄회사 광고를 본 적이 있는데 이것은 인쇄회사의 비즈니스이며 기성작가에 해당되는 문구이다. 아직 학생 신분이니 만큼 작품의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는 정도의 조금 넉넉한 ‘리플렛’ 정도로 제작하고 남은 경비로 외부공간에서의 졸업전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도록은 또 다른 졸업기념 앨범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의 모 대학과 외국의 많은 대학에서는 엽서 한 장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 게재된 작품이미지는 2007년 홍익대학교 도예유리과 졸업전 출품작 임

필자 원경환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동대학의 산업미술대학원, 일본 교토시립예술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개인전은 16회를 가졌으며 단체전에는 160여회 참여했다. 현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도예유리과 교수로 활동 중이다.

 

(본 기사는 일부자료가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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