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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1월호 | 특집 ]

졸업 작품전에 바란다
  • 편집부
  • 등록 2009-07-11 10:58:03
  • 수정 2009-07-11 11: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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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경조 국민대학교 도자공예학과 교수

2학기의 반이 지나고 날씨가 쌀쌀해 지기 시작하면 단풍 소식과 더불어 졸업전시 소식들이 들려온다.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배우고 익히고 정성들인 결과물을 선보이는 자리이기에 초대한 사람도, 초대 받은 사람도 들뜨고 기대되는 시즌이다. 하지만 단순히 졸업 작품전을 의례 거쳐야만 하는 단순한 의식이나 절차라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내가’ 주인공이 되어 여는 ‘축제’ 정도로 끝나서는 안 된다.         
도자공예 분야 뿐 만 아니라 디자인 분야나 순수미술 분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한 해의 수많은 졸업생들 중에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하거나 학업 진로를 결정하는 수는 많지 않을 것이다. 도자 공예의 경우 도자 관련 업체에 취직하거나 전공과 연계된 일을 한다거나 대학원이나 유학을 선택 하는 경우는 20%내외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졸업 작품 작업에 있어 소홀한 경우도 생기고 졸업 작품전 자체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는 일이 생기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선생으로써 학생들과 더불어 계속해서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는 문제이며, 졸업작품전과는 다른 맥락의 논의이기에 본 글에서는 졸업 작품전에 있어 필요한 몇 가지를 당부하고자 한다.
첫째, 학생들은 작품 제작에 있어 주제 선택 등 보다 깊은 모색과 기술적 측면의 습득과 완성도에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타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도자 공예의 분야는 넓고, 하면 할수록 알아야 하는 것들이 많다. 도자 공예는 전통도자와 산업도자, 조형도자, 건축도자, 장식도자 등 수 많은 분야로 나누어지며, 각 분야는 재료와 표현 기법 등으로 또 다시 세분화 되며 그 범위는 매우 방대해 진다.
또한, 한 분야에 대해서 기술적인 부분을 익힌다고 해서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각 작업에 필요한 전반적인 지식, 유약과 소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번조에 따른 변화 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특히 도자 분야는 그 어떤 분야보다도 역사나 문화적으로 그 깊이가 깊기 때문에 세계 도자사 에서의 우리 도자의 위치를 보다 적극적으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방대한 양에 대한 것을 4년여의 학교 교육 만으로 완전히 습득하고 이해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자신이 표현 하고자 하는 한 두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습득은 가능하다. 이러한 집중적 습득을 통해 졸업 작품에 대한 완성도를 올려야만 한다. ‘학생이기에 이정도’ 라는 것 보다는 ‘학생이 이 정도나’ 라는 찬사가 나와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한 작업 분야에 치중하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습득을 위해서는 한 분야에 대해 철저히 파고들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기본을 다져둬야만 다른 것을 쉽게 익히고 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자신이 표현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지식의 습득이 필요하다.
작품 제작에 있어서 기술적 완성도와 함께 어떤 주제를 담고, 어떤 콘셉트를 표현하고자 했는가에 대한 정신적인 부분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정신적인 부분이 없다면 그것은 단순한 사물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이 시각적으로 보여 지는 것에만 연연해하는 것 같다. 어떤 주제를 담고자, 어떤 콘셉트를 표현 하고자 했느냐 묻게 되면 자못 망설이게 되는 것은 충분한 준비의 부족과 4년이라는 제한된 시간 내에서의 어려움도 있겠지만 본인의 작품에 대한 이해와 통찰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경우에도 단순히 겉으로 보여 지는 피상적인 대답인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것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풍부한 지식이 밑바탕이 되고 이것이 사색과 통찰을 거쳐 작품이 나와야 하나 지식이 부족하기에 작품의 깊이가 얕게 되는 것이다.
도자를 하는 학생이라면 어떠한 기형과 기법이 나오게 된 시대적 배경과 상황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고, 또한 그러한 미감들이 어디에서부터 연유되었고, 어떠한 식으로 표현되며, 어떠한 식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것을 바탕으로 나름의 재해석을 통해 현대적인 감각 혹은 자신만의 무언가를 표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산업도자와 조형도자를 하는 경우에도 자신이 추구 하는 방향에 대한 이론적 바탕이 필요하다. 단순히 시각적 즐거움에 멈춰서는 안 된다. 하나의 디자인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감각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적인 표현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하나의 선을 가감하기 위해서는 왜 그런지,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며 그러한 지식을 통해 감각이 훈련되어지고 길러지게 되는 것이다.
 
셋째, 자신의 작품과 작품전을 홍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졸업 작품전을 하는 학생들의 바램 중의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에 흥미를 느끼고 관심을 가져 주는 것일 것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작품을 관심을 가져 주고 매입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금전적인 효용을 넘어 노력에 대한 보람을 느끼고 앞으로의 작업에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다.
디자인계열의 많은 졸업 전시들이 실제 산업 현장과의 협력 프로그램으로 다양하게 진행되는 것에 비해 도자 관련 학과 졸업 전시는 학과 특성상 그러한 부분에 있어 소홀 했던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졸업 전시의 다각화에 대해 모색해야겠지만 학생들 스스로도 관례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모습을 띌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공들여 만든 졸업 작품을 전시가 끝나면 방치하기 일쑤이다. 졸업전만을 위한 작품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많은 노력과 공을 들여 만든 작품을 부모님과 친구, 지인들에게 선보이는 것만으로도 좋은 일이기는 하나, 그대로 끝내기에는 그 동안의 노력과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해 미흡한 일이다.
졸업 전시 자체를 종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며, 개인적으로도 자신의 작품과 능력을 표현하고 발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졸업 전시 즈음이 되면 다양한 공모전이 개최되는데 자신의 작품 성향에 맞는 공모전에 참가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또한 산업 도자 쪽 작업을 하는 학생들은 다양한 기관에서 후원해 주는 기획 전시가 많이 생기고 있으므로 관심을 갖고 참여하여 자신의 견문을 높이고 현재 자신의 위치가 어느 정도 인지 파악해 보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콜렉터와 큐레이터의 관심이 필요하다. 졸업 작품전은 예비 작가로서의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다. 그 어느 때 보다도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작업에 대해 많은 고민과 성찰을 하게 되고 자신의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이게 된다.
하지만 예비 작가로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수많은 졸업 전시가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본인들의 다양한 노력도 필요 하겠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고 좋은 작품을 후원해 주는 콜렉터와 좋은 작품전에 대한 홍보와 관심을 가져 주는 큐레이터의 지원이 필요하다.
콜렉트 할 만한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선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는 본인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러한 작가가 만들어 지기 위해서는 혼자의 힘만으로는 안 된다. 아직 학생 수준의 작업이기에 기성 작가들의 작품처럼 완성도와 완숙미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예비 작가를 발굴 하고 후원한다는 시각에서 본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 할 것이다. 유명한 작가의 좋은 작품만을 소장 하는 것만큼, 성장 가능성 있는 예비 작가의 작품을 매입하고, 후원하면서 점점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며, 초창기 작품부터 컬렉트 하는 것도 가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작품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졸업 작품 전시이야 말로 이러한 예비 작가를 찾아 볼 수 있는 좋은 자리이며, 학생들의 작품과 컬렉터를 연결해 주고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큐레이터 및 전시 기획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점점 학부 졸업 전시를 받지 않는 갤러리들이 생겨나는 현 실정에서 앞으로의 도자 분야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 동안의 학업 과정을 통해 갈고 닦은 실력을 선보이는 졸업 작품전이 누군가에게는 앞으로 가야할 길의 연장선이 되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다른 길로 접어들기 위한 교차로가 되기도 할 것이다. 각자에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오든 졸업 작품전은 소중한 경험이요 결실이다. 선배들의 전시를 그대로 답습하지 말고, 자신들만의 다양한 전시 방법을 시도해 보며 그 누구에도 아닌 자기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자랑스러운 졸업 작품전이 되길 바란다.

※ 게재된 작품이미지는 2008년 국민대학교 도자공예학과 졸업전 출품작 임

필자 노경조는 경희대학교 산업대학 요업공예학과와 동대학 교육대학원 미술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의 갤러리 베손과 미국 뉴욕 통인갤러리 전에 초대돼 전시를 가졌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기능전승지원 대상종목 선정회의 심사위원을 역임하고 현재 국민대학교 조형대학장, 디자인대학원장,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장, 도자공예학과 교수로 활동 중이다.

 

(본 기사는 일부자료가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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