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봉도예 경남 밀양 단장리
3대째 도자를 가업으로 전수해 온 요장
1대 장창환씨(89), 2대 장영길씨(64), 3대 장기덕씨(39)
경남 밀양의 단장리 일대는 영남의 알프스로 불릴 만큼 산새가 아름답고 유실수가 풍부하기로 유명하다. 단장리에는 신라 흥덕왕 4년에 지어진 고사찰로 알려진 ‘표충사’가 있다. 그곳으로 가는 길 중간에 위치한 ‘청봉도예’는 대를 이어서 가업을 전수하는 요장이다. 청봉도예의 1대 장창환(89)씨는 경기도 용인에서 옹기요장을 운영하다가 아들 장영길(64)씨와 함께 70년대에 들어서 도자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25년전 장영길씨가 동아대에 취직이 되면서 부산으로 내려오게된 청봉도예는 부산에서 20여년간 작업장을 운영하다가 4년전 밀양에 터를 잡고 3대청봉 장기덕(39)씨의 적극적인 추진으로 건물을 신축해 자리 잡았다. 청봉도예 3명 외에도 2대 장영길씨의 동생 둘이 현재 이천에서 요장을 운영하고 있는 도예가 집안이다.
고객과 함께 작업하고 배우고 휴식하는 공간으로 운영
다기세트, 접시세트, 장식용 소품 등 청봉만의 이미지 부각
장기덕씨는 4년전 이곳에 요장과 자택으로 쓰일 두채의 흙집을 직접 지으며 청봉도예의 터를 마련해 왔다. 시골마을이라 텃새도 심하고 외지인들에 대한 경계도 많지만 도자기의 생산, 판매뿐 아니라 이곳의 자연조건을 이용한 테마상품을 마련해 운영하고 싶은 욕심이 지금의 자리를 지킬 수 있게 했다. 4년간 지어온 집은 현재 마무리 단계이고 주변조경과 전시장을 꾸미는 일만 남았다. 올 가을 가마를 묻을 때에는 주변 대학의 전공학생들과 관심 있는 사람들을 초청해 워크숍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장기덕씨는 “우리 청봉도예는 나 혼자 작업하는 공간으로서가 아니라 관심 있는 사람들이 언제든 찾아와서 볼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곳으로, 휴식할 수 있는 곳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라고 말한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도자기들은 대부분 생활에서 사용되는 도자기들로 정기적으로 전시를 열어 판매한다. 1대는 옹기기법을 이용한 찻사발을 주로 만들고 2대는 전통 분청사기 항아리를 주로 작업한다. 2대 장영길씨는 젊은 시절부터 아버지와 옹기요장을 운영하며 이천도요와 고려도요를 거치며 도자기를 배웠다. 3대 장기덕씨는 우리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도자기를 우리적인 분위기로 만들고자 노력하는 젊은 작가중 한사람으로 현재 부산정보대학 요업디자인과 겸임교수직을 맡고 있다. 옹기를 빚는 할아버지와 도자기를 업으로 삼는 아버지와 삼촌들의 영향으로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했다. 그는 가업을 이어 청봉도예를 꾸려가는데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다. 현재는 요장 건축과 관련된 많은 일들로 작업에만 전념할 수 없으나 자리가 잡히는 데로 얼마 전부터 시험해오던 이 지역을 흙을 태토로 한 작업을 구체화하고자 한다.
이 요장에서는 청봉만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대량생산이나 청봉의 작품을 다른 지역에 납품하는 것을 지양한다. “밀양에 터를 잡았으니 밀양에 와야 ‘청봉도자기’를 만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천의 삼촌 매장에도 납품하지 않고 있습니다.” 청봉도예는 제형물레를 사용하지 않고 오직 수작업으로만 작업하며 다기셋트나 접시셋트 등의 생활자기도 10셋트 정도로 수량을 제한해 생산한다. 주로 소비자와 직접 연계해 판매하고 정기적으로 백화점 전시실에서 전시회를 열어 소비자와 더욱 가까이 만나고자 한다.
청봉3대전 부산에서 큰 관심모아
가격대도 머그나 작은 접시 등의 소품들이 6~7천원선, 30cm정도의 접시가 3만원선으로 부담 없고 합리적이어서 주부들에게 인기가 좋다. “일반인들이 구입할만한 가격에 작품을 공급하려고 합니다. 작가가 아무리 좋다고 생각해도 소비자들이 구입할만한 엄두가 나지 않는 작품은 작가에게나 소비자에게나 좋은 작품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장기덕씨가 말하는 청봉의 판매소신이다. 이런 제한적인 판매에도 아름아름으로 알게 된 주부들이 요장을 직접 방문해 구입해가기도 하고 특별한 날을 위한 도자기를 주문하기도 한다. 지난 가을에 부산 현대아트갤러리에서 열린 ‘청봉3대’전에서는 준비한 소품이 거의 다 팔려나가는 등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생활 소품 외에도 거북이 모양의 벼루ㆍ연적 셋트나, 40~50cm의 항아리들도 30~50만원 선이면 구입할 수 있다. 물론 규모나 작품성에 따라서 천만원 이상 되는 고가의 작품도 있다. 인기가 좋은 품목은 물레에서 빚어 모를 깍은 육각, 사각 접시 종류와 다기, 벼루 등이다.
지역 주민의 가족나들이 도자조각공원으로 만들터
산비탈에 위치하고 있는 두채의 흙집 중 아래채가 요장이다. 요장은 2층짜리 건물로 1층은 작업장이고 2층은 다실을 겸한 전시장을 꾸며 찾아오는 이들에게 휴식공간으로 제공할 것이다. 구름다리를 건너면 장기덕씨의 사택이다. 두채의 집을 잇는 마당 곳곳에 놓여진 조형작품들이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으나 건물공사가 끝나면 도자조각공원으로 꾸밀 것이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도예교실은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와서 배우는 경우가 많다. 밀양시내에서 차로 30분정도가 걸리는 이곳까지 찾아와 도자기를 배우는 사람들은 20여명에 이른다. 청봉도예는 도자기를 만드는 일 외에도 일반인에게 보다 쉽고 편안하게 다가가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람들이 단순히 도자기를 배우거나 도자기를 구입하기 위해서 이곳을 찾아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지역의 풍부한 자연 요건을 이용한 가족단위 나들이 고객을 유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