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곡동 소재의 두산 주택문화관에 백자도벽白磁陶壁 White porcelain art wall이 설치·완공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단순한 장식용이 아닌 외벽의 기능을 포함한 백자도벽은 글로시한 화이트 컬러를 통해 밝고 경쾌하지만 가볍지 않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전달하고 외벽의 연출된 공간으로 충만하게 채우며 이곳의 특별함을 더하고 있다. 백자커튼월이라 불리는 이번 프로젝트에는 도예가 이재준과 건축가 장순각이 함께 참여해 디자인에서부터 현장마감에 이르기까지 5개월 여 가량의 기간이 소요됐다. 백자커튼월은 Craft Ceramic의 개념에만 한정하지 않고 대형야외환경도자조형물Ceramic Street Furniture 등 새롭고 더 발전된 개념을 나타내는 가시적인 증거물로 다양한 시선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전체적인 컨셉은 물의 이미지를 모티브로 고백자古白磁 느낌의 현대적인 Art Wall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기본적인 사각도판 안에 상부는 흐르는 물의 이미지, 하부는 바람에 의해 잔잔하게 일렁이는 물의 이미지를 약한 부조로 1/4조각 원의 shape을 나타냈다. 편평한 형태가 아닌 다양한 입체감을 표현함으로써 시간에 따른 빛의 흐름을 달리받아 흰색의 매끄러운 굴곡과 몸체는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또한 산화불이 아닌 환원불에서 1300℃이상으로 고온번조해줌으로써 고고한 푸른색을 머금은 청백자의 색감을 나타냈다. 가마 안의 산소를 차단시키며 고온으로 끌어올리는 어려운 기술을 요하는 만큼 작품의 실패율과 파손율도 높은 편.
도예가 이재준은 “그간 많은 프로젝트들을 수행해 왔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혼자만의 결정으로 이루어진 결과물이 아닌 많은 사람과의 상호의견 조율과 타 분야와의 협업이 필수적이었다. 건축주, 건축가, 시행사, 시공사 등 긴밀한 관계 속에서 정해진 기일 내에 순차적으로 진행되어야만 다른 공정에 차질을 초래하지 않기 때문에 좀 더 복합적으로 진행되었다. 하나하나 극복해 나아가는 과정들이 큰 가르침이자 즐거움이 되었다.”고 전했다.
최근 경제한파로 대형건설사측의 재정상의 부담, 새로운 소재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한 작가의 작품으로 건물을 덮는 제의를 받아들이기까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많은 난관이 있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유연하고 도전적인 기업정신과 서로 다른 물성을 가진 재료들의 조화를 위해 수많은 시도와 연출이 있었던 작가정신이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했으리라 본다.
이연주 기자 maigreen9@naver.com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08년 12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