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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1월호 | 특집 ]

도자유물 복원의 세계-도자기 복원의 역사
  • 편집부
  • 등록 2009-06-13 12:08:43
  • 수정 2015-05-12 07: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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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필승 서울역사박물관 보존처리과장

 

오랜 기간에 걸쳐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사랑을 받아온 도자기는 점토로 기물을 만들고 불을 사용하여 구워낸 것으로, 그것이 만들어진 사회와 문명의 역사를 반영한다. 그러나 이렇게 소중하고 아름답던 도자기는 취급상의 부주의로 인해 한 순간에 파손되는 일이 그동안 많이 일어났으며 현재에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예술적, 종교적 가치는 물론이고 희소성으로 인해 도자기가 파손되면 수리하거나 복원하여 사용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수리복원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아마 토기가 처음 구워지던 시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 유물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도자기 수리·복원 사례는 각종 발굴보고서나 논문 등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여러 문헌에도 사용재료와 처리법 등이 기록되어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수리복원에 사용한 물질은 점토나 석고와 같은 무기물접착제와 각종 동·식물에서 추출한 유기물접착제, 그리고 리벳, 죔쇠 등의 금속은 물론, 현대에 주로 사용하는 합성수지까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수리·복원 기법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져 왔다. 따라서 본 고에서는 국내외의 문헌에 나타난 도자기 복원의 역사와 유물로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는 수리 복원의 사례와 방법들을 기술해 보고자 한다.

문헌에 나타난 도자기 복원의 역사  
도자기 수리복원에 대한 문헌 기록은 우리나라의 경우 『세종실록世宗實錄』에 “또 전에 하사받은 자기를 쓰다가 문득 깨어져서 일찍이 금과 은으로 가를 장식하였으니且前賜磁器 用輒虧破 曾以金銀飾邊”1)라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예전부터 손상된 도자기를 수리하여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고, 조선 중기의 유학자 유암 홍만선이 쓴 『산림경제山林經濟』2)에도 자기와 기와 돌 등을 접합하는 방법이 기술되어 있다. 또한 19세기 초에 빙허각 이씨가 순 우리말로 쓴 『규합총서閨閤叢書』3)에도 자기를 수리하는 방법과 유리 세척법, 도자기에 그림 그리는 방법 등을 소개하고 있으며, 서유구의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4), 아사카와 다쿠미의 『조선의 소반, 조선도자명고』5)에도 자기 및 질그릇의 접합, 보수에 관한 내용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중국의 경우6)에도 청나라의 양동서梁同書가 쓴 고동자기고古銅瓷器考에 관官·가哥·여汝·정定에서 생산되는 도자기들은 화로에서, 귀, 발이나 병의 입구에 손상이 생기면 옛날처럼 보수하여 사용하였다는 기록이 있으며, 일본7)에도 천문天文 23년(1554년)『다구비토집茶具備討集』에 송다완 대보고야茶碗 大寶故也라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이시기에 꺽쇠 수리를 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양의 경우8)에는 토머스 후드(1799~1845)가 쓴 『Chinamender』와 1861년 발행된 Beeton의 『Book of Household Management』에 도자기 수리법이 기술되어 있다. 또한 1905년 독일의 Freidrich Rathgen가 점토판과 용기에 대한 보존 수리법을 포함한 문화재 보존에 관한 광범위한 내용을 발표하였고, 그 후에 1932년 Arthur Lucas가 보존처리에 대한 처음으로 영어로 된 책을 냈다. 이후 보존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도자기 수리·복원 역사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보존과학 전문서가 Larney(1975),  Whir(1977), White(1981), Evetts(1983), Williams(1983) 등에 의해 출판되었다.

유물을 통해 확인 기능한 도자기 복원 사례
한국의 경우 강동구 암사동 유적9)에서 빗살무늬토기(사진1)에 수리한 흔적으로 보이는 구멍이 뚫린 채 발굴되었고, 안산 신길동 유적10)에서도 보수흔적 구멍이 있는 토기편이 출토되기도 하였다.(사진2) 일본의 정강현등여유지靜岡懸登呂遺址11)에서는 역청瀝靑으로 접합하고 양쪽에 구멍을 뚫어서 보수한 토기 편(사진3)이 발굴되었다. 이와 같은 발굴사례는 토기의 수리가 언제부터 이루어졌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자료라 할 수 있다.
이후로 도자기에 대한 예술적 가치가 증대됨에 따라 많은 양의 도자기가 수리복원 되었을 것으로 생각되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산림경제나 규합총서에 나오는 방법으로 수리 복원된 도자기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일제 강점기 이후에 복원된 것으로 추정되는 도자기는 박물관 전시실 등에서 비교적 흔하게 관찰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유물로 남아 확인 가능한 도자기의 수리복원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한국의 도자기 수리·복원 사례]
(1) 옻칠, 아교 등 주로 유기물 접착제를 복원제로 사용
생칠에 구운 토분이나 초벌구이 한 토기가루 또는 호분을 1:1로 혼합한 주(칠)사비로 복원하거나 아교에 호분이나 구운 토분, 목분 등을 혼합한 다음 결손부를 복원하고, 그 위에 금분 또는 은분 등을 부착하여 처리하는 방법(사진 4)이다.
 
(2) 석고를 복원제로 사용
석고로 복원 후 금분 등으로 채색하는 방법으로, 먼저 석고를 결손부에 복원한 후 표면을 깨끗이 정리한다. 다음으로 석고면 위에 칠이나 아교, 셀락, 공업용 칠, 합성수지 등을 바르고 그 위에 금분(사진 5), 은분, 동분, 알루미늄 가루 등을 바르거나 아크릴 물감 등으로 채색한 뒤 합성수지로 유약효과를 내는 처리를 하기도 하였다.

(3) 합성수지를 사용하여 복원
이 방법은 80년대부터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대부분 합성수지와 물감 등을 사용하여 수리·복원하는데, 먼저 합성수지와 카오린, 탈크 등의 충진제 그리고 각종 무기안료를 혼합하여 결손부를 복원하고 그 위에 아크릴 물감을 스프레이나 에어건, 붓 등으로 채색한 다음 다시 합성수지 등으로 유약효과를 내는 방법이다.
이 밖에도 목재, 금속, 다른 도자기 편 등 다양한 방법과 재료를 사용하여 도자기 수리 복원이 이루어졌다.

(4) 수리·복원 시 사용된 표면처리 재료
국립중앙박물관, 호암미술관, 호림박물관, 해강도자미술관 등 여러 기관에서 발간한 도록을 통해 수리·복원된 각각 60여점의 청자, 분청, 백자의 표면을 조사한 결과 처리에 사용된 재료는 도자기 따라 뚜렷한 특색을 보이고 있다. 청자는 약 70% 가량이 금분으로 수리된 것(사진 6)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그 당시 도자기 중 청자를 가장 중요한 도자기로 취급하고, 또 한편으로는 금분으로 수리하는 것 자체를 하나의 미적 감상 대상으로 인식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분청사기는 약 80%가량이 합성수지로 처리(사진 7)되었는데 이처럼 분청사기에 합성수지 처리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는 청자나 백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다가 수리복원 재료가 합성수지로 대체되기 시작한 1970~80년대에 이르러 분청사기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그 예술적 가치를 주목 받기 시작하였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백자는 은분으로 처리한 것(사진 8)이 약 60% 가량인데 이는 은분이 금분보다 백자의 표면색과 더 비슷하여 사용 빈도가 높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은분으로 처리한 것 중에는 세월이 경과함에 따라 은이 부식되어 흑갈색을 띠고 있는 것이 많다.
[외국의 도자기 수리·복원 사례]
중국의 경우 도자기의 나라답게 수많은 도자기가 다양한 재료와 방법으로 수리·복원되었다. 그 중 특히 많이 나타나는 꺽쇠와 같은 모양의 금속판을 이용한 도자기의 리베팅 기법(사진 9)은 그 시기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중국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렇게 리베팅 기법으로 중국에서 수리복원된 도자기가 외국으로 수출되어 현재 유럽과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다.12) 유럽 등 서양의 경우에도 도자기 수리·복원에 사용된 재료 중 현재까지 성분이 규명된 것은 수십 종에 이르고 있으며, 스티븐 쿠브의 논문13)에 발표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유기물 접착제
도토기 보존처리에 사용된 유기물 접착제 중 현재까지 성분이 규명된 것은 수십 종에 이른다.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접착제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역청이 있으며 쉘락, 달걀흰자, 우유, 치즈, 동물의 가죽이나 뼈에서 추출된 젤라틴 형태의 단백질 접착제인 아교 등이 있다. 또한 식물성 접착제로는 옻나무 등 각종 나무에서 추출된 접착제와 쌀, 밀가루 등에서 추출한 접착제, 천연고무Gutta-percha 등이 사용되었다. 

(2) 무기물 접착제
무기물 접착제는 사용 후 제거하기 힘든 단점이 있으나 점토, 석회, 시멘트, 석고 등이 주로 사용되었으며 이 밖에도 규산소다, 황, 금속, 도자기 편, 암석 등 많은 물질들이 도자기 수리·복원 재료로 사용되었다. 특히 석회나 석고 등은 18세기 후반부터 20세기까지 매우 인기 있는 접합복원제로 사용되었다. 

(3) 합성수지 접착제
합성수지는 19세기부터 사용되기 시작하였는데 이러한 합성수지 개발과 발전으로 도자기 수리·복원에 적합한 물질들이 많이 개발되었다. 주로 사용된 합성수지 접착제로는 폴리비닐계 수지나 아크릴계 수지, 에폭시계 수지 등이 있다.
이 밖에도 죔쇠, 리벳, 땜납, 볼트, 금속 핀, 나무 핀, 끈 등을 이용하여 접합하고자 하는 파편에 구멍을 뚫거나 묶어서 접합하기도 하였다.

과거에 행해졌던 금속이나 목재 등으로 제작된 유물의 수리·복원은 전통적으로 그 유물을 제작하였을 때 사용하였던 물질과 같은 재질을 사용하고, 제작기법과 유사한 방법으로 수리하였다. 그러나 도자기의 경우 제작 재료인 점토가 번조 중에 변화가 일어나 수리·복원에 사용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원재료와 다른 다양한 물질을 사용하고 처리방법 또한 제작기법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또한 수리·복원에 사용되어진 물질들이 대부분 자연에서 얻어지는 유기물들로 이러한 물질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분석이 힘들어진다. 그리고 그 당시의 수리기술자들은 자신의 기술이 경쟁자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지 않아, 도자기 복원의 역사를 명확하게 규명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향후 도자기 복원에 대한 보다 명확한 역사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고 광범위한 문헌을 조사는 물론, 발굴기관과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수리한 흔적이 있는 유물에 대한 자료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연구하는 노력이 있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09년 1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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