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김종인 서울여자대학교 미술대학 공예학과 교수
난 요즈음 ,부쩍, 더
바쁘다.
어느 중견 경제학자가 ‘...한국은 다른 선진국 2세기 동안의 발전 속도를 40, 50년에 이루어냈는데 이는 영국 조지3세가 왕위에 올랐을 때 태어난 사람이 지금 현대에 살고 있는 격’이란다. 이!!! 엄청난 속도로 이렇게 치달려 온 이 속에서 난 어찌해야 하는지...
세상 달라짐이 보인다.
띠 두르고 소리치고, 할복하고, 거리 막고 행진하고, 분신하는 등의 비호감적인 행동으로 때론 일반인들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했던 어느 시민단체가 국민여동생들 원더걸즈의 텔미 노래와 춤을 페러디하여 모대기업의 무책임을 폭로하는 유씨씨UCC를 제작하였는데 이것이 인터넷 검색 인기1위로 뜨고 말았다니 말이다.
이젠 더 체험, 삶의 현장으로!!! 라 외친다.
남들은 방학이 되기도 전에 무슨 무슨 연수라는 명목하에 이 나라를 뜨기 바빠 죽기 일보 직전인데 더 똘똘한 어느 친구들은 각자 학교에서 미처 체험하지 못했던 현장경험에 두 발 벗고 뛰어들어 기획, 제작, 마케팅, 영업 관리 등을 직접 해내면서 처절히 그러나 생동감 있게 그 어린(?) 대학생활을 채워가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한 술 더 뜬 어느 서구유럽의 한 나라는 자신이 사는데 뭘 모르는 천방지축의 나이 15세 즈음, 꽁꽁 묵인 학교학습을 1년간 떠나게 해 인간의 다섯 감각을 포함한 모든 것을 한껏 열리게하는 체험과 활동을 만끽하게 한 후 학교로 데리고 온다 한다. 그러니까 자신이 뭘 몰랐는지, 뭘 모르는지 알게되더라고 한다.
결국, 프로슈머Prosummer의 시대 - 만드는 사람이 곧 사는 사람이기도 한 시대에 걸맞는 맞춤공예전시인 마니미니재미가게Manyfunstore- 직접 만들고, 직접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고객을 만나기도 하고, 직접 고객이기도 한 마미재의 변화와 발전을 기다리는 프로슈머들 때문에 말이다.
“구르는 마니미니재미가게는 이끼가 끼지 않습니다.”
필자는 미니 아트페어인 <마니미니재미가게>전(이하 마미재)의 기획자로서 가게운영 일주일간의 긴장과 흥분 그리고 보고, 느끼고, 즐기는 것은 즐거운 전쟁이다. 대장정을 마치는 매년 4월 첫째 화요일 낮 세시 언저리가 되면, 난 늘 가까운 모 중국집으로 모터를 달고 달려가 함께 고생한 이들과 함께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면서 남모를 고민과 잠 못 이룬 밤 들을 잊을 수 있는 가장 홀가분하고 짜릿한 시간을 즐긴다, 비록 내 뒤통수에서는 이미 다음해 마미재를 또 어떻게 치러 낼 것인가 하는 1년짜리 고민을 시작하게 하는 시간이라고 싸인을 보내고 있지만...
끊임없이 구르고픈 마미재는 2001년 시작됐다. 올해로 10회를 맞이하는 감격을 누리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뿐 만 아니라 그 시작도 창대하지 못했지만, 공예작품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조용히 감상하는 전시에서 벗어나 재미있고 신나는, 그리고 일반대중의 호주머니 사정으로도 쏠쏠히 사 갈 수 있는 놀이터로 만들고 싶은 필자에게는 투 비 콘티뉴드to be continued 꿈이었다.
그래서 이끼가 끼지 않을 마미재는 대중의 예술욕구를 읽어내 표현한 전시로 주목받았다.
전시혁명! <마미재>의 비법은
첫 번째, 부지런한 작가선정이다. 학력, 인맥, 경력, 나이 등에 연연하지 않고 부지런히, 정말 열심히 새로운 작가들을 찾아다니고 소개 받는다. 그 중에서 사실 제일 이쁜(?) 작가들은 자기 스스로 찾아오는 분들이다. 기다리지 않고, 직접 찾아오는 작가들은 정말 열심이다. 두 번째, 치열한 작품선정이다. 작가선정이 끝나고 나면 더 집요하게 서로의 작품에 대한 토론이 이어진다. 자기개성이 너무도 강한 작가들을 상대로 작품이야기를 하는 것이 실례인줄 너무도 잘 알지만, 같이 즐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또, 이런 과정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나오는 걸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때로는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도 서슴치(?)않는다. 세 번째, 즐길 수 있는 분위기 형성이다. 이런 철저한 작품준비과정이 끈끈한 동료애를 형성하고, 어색함 없이 같이 신나게 즐기는 분위기를 만든다. 네 번째, 전시기간 내내 뭘 많이 먹인다. 끝없이 차도 타서 먹이고, 간식거리도 계속 먹이고, 참여작가들끼리만 먹는 게 아니라 전시회에 오는 고객들도 먹인다. 쉽게 말해서, 우리는 참여 작가와 고객들 모두가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스탠딩파티를 일주일 내내 하는 거다. 그렇게 편안한 분위기속에서 작품은 팔려 나간다. 신바람나게.
다섯 번째, 5000~6000천 여 장에 이르는 다기능(홍보용=포장용=판매용=고객유혹용 등) 쇼핑백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사동 물결은 정말 볼 만 하려니와 더욱이 그 물결을 만들어 주는 이들(고객들)이 하는 무료광고맨 역할을 그 어떤 가치로 감히 셈 하겠는가?!?!
그동안 이렇게 즐겁게 지금까지 마미재를 꾸려왔지만, 기획자로서 고민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해만 간다. 고객들의 요구는 날이 갈수록 높아만 가는데, 그 기대에 보답하기가 이만저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선 새로운 작가와 작품을 선정하는데 소요되는 1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길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이란 없다고 하는데, 늘 참신하고 어디서도 본적이 없는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다는 것은 참으로 피를 말리는 작업인 것이다. 아주 가끔은 어디서 본 듯한 작품을 내놓아도 처음 보는 것처럼 감동해 주시는 고객들께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리고 즐기는 전시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도 기획자를 힘들게 만드는 고민 중 하나이다. 혹자는 많은 관람객들 덕분에 기획자와 작가들이 아주 넉넉한 뒷풀이를 즐긴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지인들은 왜 그리 힘든 일을(돈도 안 되는 일을) 그리 미련하게 계속 하고 있느냐고 한다. 작은 모임이라도 기획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아무리 작은 모임이라도 눈에 들어나지 않게 나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이것은 좋은 작가와 작품선정을 위해서도 반드시 해결해 나가야 할 부분이다. 또한, 어떻게 해야 빈손으로 나가는 고객이 없을지 하는 고민이다. 고객들은 작품이 좋다고 무조건 구매하지는 않는다. 가격이 싸다고 항상 구매하지도 않는다. 대량생산되는 양질의 디자인 작품들과 겨루어 당당히 고객의 지갑을 열 수 있게 그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것도 커다란 숙제이다.
나름 이런저런 고민들을 나열해 보았지만, 이런 고민들이 사실은 마미재를 지속하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그냥 매년 같은 형식의 식상한 마미재가 아닌 더 성숙된 전시를 꿈꾼다. 1년에 한번 씩만 열리는 마미재가 아니라 더 자주 볼 수 있는 기획전이 되기를 꿈꾼다. 서울 인사동에서만 하는 마미재가 아니라, 더 많은 도시와 나라에서 즐길 수 있는 그런 <마니미니재미가게>가 되길 꿈꾼다. <2008 마니미니재미가게>전은 오는 3월 서울 인사동 가나아트 스페이스에서 열릴 계획이다.
“매년 4월경에 오픈하여 순수하게 상업적 성공을 목적으로 하며, ‘팔리지 않는 작품은 더 이상 재미없다’는 인식을 공유한 작가들에 의해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고 있으며, 현대인의 기호를 정확히 반영하여 성공적인 기획을 이끌어냈다.”_ 조현주 한국공예문화진흥원 마케팅 팀장
“마미재는 도예를 비롯한 섬유, 금속 등 다양한 공예장르로 구성된 판매전이다. 값싸고 실용적인, 그렇지만 개성 있는 것을 찾는 현대인들의 기호를 파악해 높은 판매수익을 이룬 이 전시는 관객들 뿐만 아니라 참가하는 작가들에게도 작품제작과 참여의 동기를 부여하여 전시의욕을 고취시켰다.” _ 김진아 홍대도예연구소 연구원
“이색 공예품으로 침체시장에 새바람 - 예술적, 심미적 성격을 살린 작품의 대중화를 추구하는 기획전으로 참신한 공예품을 원하는 고객과 묵묵히 작업에 매진하는 작가들을 연결해 주는 다리가 되는 현대인의 기호적중, 대박행진전이다.” _ 헤럴드경제
“전시장의 높은 콧대를 공예가들의 손으로 직접 겪어보고, 느끼고, 참여하고 즐기는 전시를 보여주는 마미재는 공예가가 만드는 고급상품을 표방하면서도 젊은 층의 흥미를 이끌어 도자시장의 틈새를 공략하고 과거 우리 도예의 유산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 내고 있다.” - 홍성희 세계도자기엑스포 도자연구지원센터